▲ 24일자 조선일보 11면
23일 민간인 사상자까지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공격, 중대한 도발 행위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왜’라는 물음과 ‘어떻게’라는 대응의 문제는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즉, 북한 왜 포격을 감행했고 향후 한국의 대응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이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 발발 이후 방송사는 관련 소식을 긴급 편성해 보도하기 시작했고 24시간 방송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신문은 호외에 이어 24일 지면의 상당수를 북한 연평도 공격에 할애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북한 취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언론은 북한의 공격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 뭐 뭐 뭐에 비롯된 것 아니냐는 추측을 ‘왜’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으로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왜라는 물음에 대해 조중동은 인색했다. 거의 묻고 따진다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조선일보는 4면 박스기사에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엔 우라늄, 이대통령엔 해안포 압박”, “김정은 체제 다지려 극단적인 도발 택해”라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연평도 사태를 9면에 걸쳐 다뤘다.

조선일보에서 정작 왜라는 물음에 답한 것은 반응이었다. “북 도발 안이하게 대응하니까”, “전쟁 나는 것 아니냐...우리는 당하기만 하나” 등이다.

결국 이런 식의 지면 구성은 소극적 대응 논란으로 이어져 강력한 대응으로 귀결됐다. 특히 ‘북한은 수백 발을 쐈지만 우리는 80발 밖에 안 된다는 정부 당국의 소극적 대응’은 의문점으로 정리돼 6면을 채웠다.

합참 “북 포탄 수십발”…주민들은 “수백발”
천안함 때도 추가 도발 응징 한다더니, 연평도에 80여발 응사는 자위권 발동과 거리 멀어
왜 국지도발 경계 태세인 ‘진돗개’ 발령을, 전투준비 태세인 ‘데프콘’ 강화했어야

동아일보의 주문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미친 개는 몽둥이가 약이다”였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대화와 협상으로 북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 번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때 그때 강력한 응징으로 다스릴 수밖에 없다며 추가도발 가능성에도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중동 공히 외치는 단호한 대응, 이명박 대통령도 초기 확전 방지에서 단호한 대응으로 선회했다고 한다. 한반도의 평화에 먹구름이 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단호한 대응으로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가는 판단해 볼 문제다. 미친 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라는 시각에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이 담겨있다는 것인지 동아일보는 말하지 않았다. 분풀이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한겨레신문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고위급간 비상소통 채널이 단절된 상태다. 이번 사태를 좀 더 심각하게 걱정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대화와 소통의 단절로 발생되는 피해는 이번 연평도 사태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몽둥이가 답인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얘기다.

이명박 정부, 남한을 대표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다. 작게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북한에게 왜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고 답변을 얻어 낼 수 있다. 이게 안보관리시스템이 작동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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