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한미가 올해부터 키리졸브연습과 독수리훈련을 중단한다. 키리졸브 연습은 '동맹'으로 이름을 변경해 방어 훈련을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 대행은 지난 2일 밤 전화통화에서 이 같이 합의했다. 보수언론은 일제히 안보 불안 카드를 꺼내들었다.

4일자 조선일보는 <北핵폭탄·농축시설 다 그대론데 韓·美는 훈련까지 폐지> 사설에서 "매년 8월 실시해온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이 작년부터 유예된 데 이어 키 리졸브, 독수리 훈련까지 폐지함에 따라 한·미 연합사 차원의 3대 훈련이 모두 없어지는 셈"이라고 전했다.

▲4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한·미 군 당국은 3대 훈련을 하지 않더라도 확고한 연합 방위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국민을 바보로 알고 말장난을 한다. 훈련을 하지 않는 군대는 군대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한·미 연합 방위 태세가 대대급 이하 몇 백명 단위 훈련으로 유지된다면 마술"이라고 비꼬았다.

조선일보는 "작년 6월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발표했을 때 북한이 핵 폐기를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도록 독려하기 위한 수단인 것처럼 설명했었다"며 "그렇다면 이번 하노이 2차 회담에서 북의 비핵화 의지가 가짜라는 걸 확인했다면 유예했던 을지 훈련도 재개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트럼프는 다음 대선 때까지 김정은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것을 업적으로 만들기 위해 훈련 폐지까지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의 핵·미사일 실험은 개발이 끝나 그만둔 것이지 한·미가 훈련을 안 한다고 그만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군은 지난해 9·19 남북 군사 합의를 통해 무인기 비행 금지 등 공중 정찰 능력을 무력화하는 양보를 해놓고 한·미 연합 전력의 첨단 대북 감시 능력이 뒤를 받치고 있어 괜찮다고 했었다"며 "그런데 우리가 믿는다는 주한미군의 통수권자는 군사훈련도 하지 말자고 한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정상적인 한국 정부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저지해야 마땅하지만 지금 정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호응해 군 훈련을 폐지한다"며 "수소폭탄 수십 개를 손에 쥐고 있는 북한은 비핵화할 생각 자체가 없다는 게 확인됐는데 대한민국의 안보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건가"라고 우려했다.

▲4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유사시 동맹 전력 약화시킬 한미 연합훈련 중단 재고하라> 사설에서 "훈련하지 않는 부대는 전투력이 떨어지고, 그 존재 가치도 유명무실해진다"며 "수험생이 모의고사를 치르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지난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의 오판과 진정성 부재로 결렬된 마당에 우리 스스로 안보시스템부터 약화한 꼴"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은 북한 비핵화가 까다롭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줬다"며 "잘 되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겠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비핵화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희망에 앞서 우리 안보시스템의 중요한 축인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무엇보다 튼튼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즉흥적으로 이뤄진 연합훈련 축소는 재검토되어야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4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종료를 오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韓美 연합훈련 조정, 北 오판 부추겨선 안돼> 사설에서 "더 큰 문제는 북한의 오판 가능성"이라며 "평화 공세의 뒤편에서 북한은 한미 간 이간질의 성공이라고 오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혹여 김정은이 하노이의 '굴욕'을 엉뚱한 도발로 만회하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런 만큼 한미는 대비 태세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이번 훈련 조정도 일시적 가변적 조치일 뿐, 한미동맹은 당장 오늘밤 어떤 적이든 격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4일자 경향신문 사설.

반면 경향신문은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영구 종료, 비핵화 협상 추동하길> 사설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으로 비핵화 협상이 물살을 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키리졸브 훈련에 대해 "북한군에는 말 그대로 '군화끈 풀 틈조차 주지 않는' 공포의 대상이었다"며 "이런 훈련을 영구히 중단하는 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안심하고 비핵화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또한 이번 훈련 종료는 일방적인 양보가 아니다"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이 결렬된 직후 '군사훈련은 내가 오래전에 포기했다'며 '김 위원장도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북한이 핵무력 증강을 멈추겠다고 약속한 만큼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결국 이번 조치로 한·미는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은 핵·미사일 시험을 더 이상 하지 않는 이른바 '쌍중단'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북한은 한·미 당국의 결단에 상응하는 조치로 화답해야 한다"며 "한·미 양국의 연합 군사훈련 중단 결단이 조속한 북·미 협상 재개와 비핵화 협상 타결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4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한-미의 '키리졸브·독수리훈련' 종료 환영한다> 사설에서 "한-미 양국이 미묘한 정세 속에서 주도적으로 나서 공세적·대결적 군사훈련을 자제하기로 한 건 의미가 매우 크다"며 "군사적 대비 태세를 유지하면서도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나 적절한 조처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번 결정은 미국이 하노이 회담 실패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며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 대화 유지의 기본 토대라는 두 정상의 인식이 이번 조처로 거듭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남북한과 미국은 앞으로 대화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펼쳐야 한다"며 "남북한과 미국이 하노이의 실패를 교훈 삼아 좀더 밀도있는 협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