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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1회- 활기차게 서글픈 청춘, 한지민 김혜자와 연기 정점 찍는다매력적인 첫 회, 안정적인 연기와 강렬한 이야기의 힘
장영 기자 | 승인 2019.02.12 11:05

단순하게 아름답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련한 아름다움, 그리고 먹먹함과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지배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은 시간 외에는 없다. 태어나는 것은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지만, 그 이후 주어진 시간은 온전히 각자의 몫이다.

혜자X혜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워서 서글픈 청춘, 시간을 되돌려 시간을 찾았다

혜자(김혜자/한지민)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현실은 까마득하다. 처음부터 무엇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이 막연하게 시작한 그 꿈은 자신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빠 친구가 그저 흘리는 말로 전화 목소리가 좋다며 아나운서 해도 되겠다는 말에 혜자의 꿈은 아나운서가 되었다.

평소에도 오빠 영수(손호준)에게 잘 속아왔던 혜자는 그렇게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대학에 갔지만 학내 방송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후배들까지 아나운서가 된 상황에서 혜자의 꿈은 그렇게 짐이 되어버렸다.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엄마 정은(이정은)은 동네 미용실을 운영 중이다. 돈 없는 이들에게는 그저 해주고, 밥 먹는 것도 힘든 이에게 숟가락을 건네기도 하는 따뜻한 인물이다. 물론 백수로 지내는 아들 영수에게는 가장 끔찍하고 두려운 인물이 엄마지만 말이다. 아빠 상운(안내상)은 택시 운전을 하는 착한 사람이다. 그저 딸이라면 끔뻑 죽는 딸 바보 아빠다.

꿈을 믿고 지지해주는 부모님의 모습이 언제부터인가 부담보다는 미안함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혜자에게 사랑이 찾아왔다. 귀가 얇고 착하기만 한 혜자는 사랑도 참 안쓰러울 정도였다. 모두가 좋아하던 선배에게 고백을 한다고 나선 혜자는 용기를 내기 위해 술에 취한 채 선배 앞에서 거하게 토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대신했다.

아련하고 부끄러운 추억만 남긴 그 선배가 국내에 잠시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절대 그 선배를 볼 수 없다고 다짐했지만, 이미 혜자는 학교 MT에 참석해 있었다. 그렇게 그곳에서 선배와 그를 보기 위해 찾은 준하(남주혁)를 만났다. 물론 그게 처음이 아니라는 것은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뛰어난 외모에 능력까지 갖춘 준하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술에 취해 동네 한적한 곳에서 시원하게 고함을 치며 풀어냈던 그날, 벤치에 앉아 있었던 남자가 바로 준하였다. 그렇게 우연이 겹치며 만나게 된 준하는 사실 자신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운명을 살아가고 있었다.

언뜻 부잣집 아들로 어려움 없이 살아왔을 것으로 보이는 외모와 달리, 준하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알바도 하는 그에게 삶은 혜자가 느끼는 것처럼 답답함 그 자체였다. 청춘의 힘겨움을 그들 역시 빗겨가지 않고 온몸으로 맞고 있었으니 말이다.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영수는 크리에이터라고 이야기하지만 하루 종일 자는 것이 일과다. 그의 유일한 꿈은 삼겹살을 먹는 것이 전부였다. 동네 미용실을 하는 엄마와 택시 운전을 하는 아빠의 수입으로 네 식구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런 집에서 매일 삼겹살을 먹을 수는 없는 일. 영수는 스스로 길을 찾기 위해 헌혈해서 받은 영화 티켓으로 삼겹살을 사는 데 성공했다.

엄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문과 창을 완벽하게 봉쇄하고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발견된 방안에서는 삼겹살 한 점도 먹지 못한 채 쓰러져 있었다. 완벽하게 차단된 방안에서 일시적으로 산소가 부족해지며 쓰러지고 말았다. 구급차까지 와서 이동하는 상황에서 그가 가족에게 남긴 말은 삼겹살이 타지 않게 뒤집어 달라는 말이 전부였다.

작은 동네에는 소문도 빠르고 작위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영수가 집안에 번개탄을 피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문이 급격하게 퍼졌다. 동치미를 건네며 걱정하는 어르신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런 소문은 혜자가 곧 결혼한다는 소문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뭐하나 제대로 풀리는 것 없는 혜자에게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물론 타고난 능력이 아닌 바닷가에서 주은 시계에서 나온 능력이다. 시계를 움직이면 실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 어린 혜자는 우연히 시계를 주웠고, 필요할 때마다 시간을 돌려 사용했다.

문제는 그렇게 시간을 사용하면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나이와 다르게 급성장한 것은 남들은 상상도 못한 시간을 활용했기 때문이었다. 계속 이렇게 하다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절박함에 금했던 시간을 다시 되돌리게 되었다. 그래서는 안 되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백수가 되어버린 자신을 그저 따뜻하게 바라보는 부모를 위해 더는 빈둥거릴 수 없었던 혜자는 선배의 소개로 더빙을 하러 갔다. 그곳은 성인 영화를 더빙하는 곳이었다. 다른 곳보다 돈을 더 받는단 이유 하나로 힘들게 마무리하고 받은 돈을 엄마에게 건넨 후 혜자는 서럽게 울 수밖에 없었다.

꿈은 화려한 아나운서의 삶이었지만, 현실은 음침한 건물에서 이뤄지는 성인 영화 목소리 더빙이 혜자의 모습이었다. 그 지독한 괴리감에 서러워지는 것은 당연했다. 소주 한 잔을 하면 잊혀질까 찾은 그곳에서 혜자는 준하를 만났다. 서로 얼마나 가난한지 배틀 아닌 배틀을 벌이던 혜자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냐는 질문을 한다.

욱하는 마음에 도발적인 제안이었지만, 혜자가 시간을 돌리는 시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준하는 제발 시간을 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자신으로 인해 힘든 삶을 사는 할머니를 생각하는 준하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니 말이다.

혜자의 그 선택은 무서운 결과를 낳고 말았다. 25살 혜자가 70대 할머니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되돌릴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할머니가 되어버린 혜자의 좌충우돌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을 시도한 <눈이 부시게>는 그래서 매력적이다. 

시간여행이라는 틀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안정적인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한다. 그리고 묵직한 주제를 너무 무겁지 않게 다루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의 힘이 첫 회부터 강렬하게 다가왔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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