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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돼먹은 영애씨 17’- 제 궤도 찾았다! 우리가 영애씨를 기다린 이유, 바로 그거지[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02.09 18:26

작년에 왔던, 아니 재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아니라 영애씨, 죽지도 않고 또 왔다. 무려 시즌 17이다. 2007년 그때만 해도 영애씨보다는 '출산드라'로 더 익숙했던 김현숙을 주인공으로 tvN이 새로운 시도를 했다. 성우의 내레이션을 배경으로 이영애라는 '스타성' 있는 이름을 가졌지만 그런 이름에서 오는 기대와 달리, 남들보다 조금은 듬직해서 눈에 띄는 여주인공. 지금이라면 그런 그녀의 외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했다간 성희롱이 되겠지만, 무려 2007년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야무진 포부는 영애씨의 수더분한 외모에 가려 그녀의 갈 길을 막고, 그래서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았던 영애씨는 불가피하게 '막돼먹을 수밖에' 없다는 이 '신종 시트콤'.

당시만 해도 케이블이라는 특성을 살려 주로 성인들 대상의 드라마를 제작했던 tvN은 <막돼먹은 영애씨>를 통해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tvN의 '진짜 터줏대감' 영애씨는 인기리에 방송되던 모든 시트콤들이 사라져 가는 세월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 이제 시즌 17에 이르렀다. 그리고 돌아온 시즌 17의 첫 회, 시청률 2.6%라는 수치가 무색하게 막돼먹은 영애씨를 기다린 팬들의 환호와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겨우 하루지만 돌아올 금요일이 그 어느 때보다 영애씨로 한 주의 피로가 싹 씻어질 것 같으니까.

여전한 영애씨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7'

시작은 뜻밖에도 멧돼지다. 체급으로 보면 영애씨와 막상막하, 하지만 돌진하는 멧돼지 앞에 아기띠를 한 영애씨는 혼비백산 도망칠 수밖에 없다. 질주하는 영애씨를 통해 시즌 16에서 결혼을 했던 그녀에게 아기가 있고, 현재 그녀가 사는 곳이 시골이라는 걸 시청자들은 알 수 있다. 아버지의 낙원사를 물려받아 고전하던 영애씨의 남편 이승준(어쩐지 그의 이름보다 '작사'라는 그의 별명이 더 익숙한)은 이곳 평창 건설현장에 취직해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내려왔다.

잘 됐건 안 됐건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온 영애씨지만 처음 경험해보는 엄마 역할에, 처음 경험해보는 아내 역할 적응이 영 쉽지 않다. 집안은 온통 아이 물건에, 서서 밥 한 술 뜨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 거기다 남편 월급 받아 생활하는 처지가 어쩐지 눈치가 보인다. 그럼에도 배운 도둑질 못 숨긴다고 그녀 눈에 띄는 건 간판이다.

이렇게 시즌 17로 돌아온 영애씨의 캐릭터는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이다. 시즌마다 그 시절 사회적 고충을 겪는 여성으로 분했던 영애씨, 이번 시즌도 변함없이 우리 사회 고민거리인 '경단녀' 영애씨로 돌아왔다.

여전히 철없이 해맑은 남편은 아이가 의사소통할 3,4년 뒤에 영애씨가 다시 사회로 나설 것을 생각하지만, 남편 월급이 눈치가 보여 옷 한 벌 제대로 사지 못하는 처지에 모처럼 만난 낙원사 동료들은 영애씨를 소외시키며 자신들만이 아는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운다. 그리고 치킨집을 연 동생은 홑벌이로 살기 힘들다며 영애씨를 압박한다. 거기에 라미란의 급부탁으로 도와준 디자인이 새로 온 사장의 칭찬을 받자 아직 내가 '뒤처지진 않았어'라는 자부심도 생긴다.

하지만 사회적인 고뇌만으로 영애씨 캐릭터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막돼먹'지 않아서야 어디 영애씨인가. 아니나 다를까, 급작스러운 호출에 함께 서울로 동행하지 못하게 된 남편 때문에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던 중,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젖을 먹이던 영애씨는 우는 아이로 인해 본의 아니게 버스 승객과 부딪치게 된다.

그런데 이 버스 승객이 다름 아닌 정보석. 전무후무 급한 성격의 그는 아이를 데리고 타서 울리고 가슴 노출을 하고, 얼린 모유를 자신에게 안긴 영애씨에게 다짜고짜 '맘충'이라며 막말을 해대고, '막돼먹은' 영애씨는 그런 그를 택시를 타고 쫓아가며 '그렇게 살지 말라'며 맞대응한다.

터줏대감과 굴러온 사장의 절묘한 콜라보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7'

<막돼먹은 영애씨>를 완성시키는 건 바로 출연진이다. 시즌 12부터 출연했지만 이제는 터줏대감 같은 조연진의 여전한 활약이 첫 회부터 화려하다.

한때는 작은 사장이었지만 이제는 영애씨 남편이 된, '소름 끼치게' 영애씨를 사랑하지만 그만큼 눈치도 없는 이승준, 세간에 회자되었던 '으르렁' 댄스 저리 가라 하게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등장한 '넣어둬, 넣어둬'의 눈치 없는 라미란의 건재도 반갑다. 거기에 1회부터 진짜 터줏대감 엄마, 아빠에 윤서현의 여전함도, 얄미운 정지순에 이제는 어엿한 낙원사 사원이 된 규, 김혁규의 존재감도 빛난다. 거기에 시즌 16부터 등장한 이규한의 생활 연기는 감칠맛이 넘치고.

그러나 무엇보다 시즌 17을 기대하게 된 건, <거침없이 하이킥> 쥬얼리 정의 시트콤 귀환이다. 영애씨와 버스 안에서 티격태격으로부터 시작해서 굴러온 돌일 것이라는 낙원사 직원들의 예단이 무색하게, 등장하면서부터 직원들을 다그치고 쩔쩔매게 만드는 정보석의 등장과 낙원사 직원들의 '갑과 을' 콜라보는 비록 첫 회에 불과하지만 <막돼먹은 영애씨>를 기다렸던 시청자들을 흥분시킨다.

가장 현실적인 설정, 그 현실로부터 비롯되는 웃픈 상황이라는 <막돼먹은 영애씨>. 그동안 종종 영애씨의 남친 찾기, 혹은 남편 찾기로 갈지자를 그리던 시즌은 이제 17에 이르러 강력한 사장님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애환과 페이소스를 담뿍 담은 생활 속 웃음으로 제 궤도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어넣는다. 부디 경단녀 영애씨의 활약이 순조로워 영애씨가 영애씨 부모님이 될 때까지 시즌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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