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철거 작업이 진척된 상황에서 사실상 서울시가 재개발을 멈출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 측에서도 박 시장의 재검토 발언은 "대안 없는 공수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강문원 청계천생존권사수 비대위원장은 22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통화에서 "(박원순 시장)그분은 대안 없는 공수표를 날려 우리 상인들도 헷갈린다"며 "전면 재검토라는 것은 1%만 수정해도 재검토라는 말을 할 수 있다. 지금도 여기를 때려부수고, 덤프트럭이 왔다갔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 청계천변 입정동 일대 상가에 재개발 반대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재개발 논란이 일고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1·4·5 구역은 지난해 10월 관리처분인가가 나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이다. 공구상과 노포가 밀집한 이 지역에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미 재개발이 상당부분 진척된 상황에서 "전면 재검토"는 "대안 없는 공수표"라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재개발 절차는 시행사가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 보상절차에 돌입, 해당 구역 내 땅 소유주의 4분의 3 이상 동의를 얻어 보상 완료 후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철거를 시작하는 방식이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1·4·5 구역에 이어 을지면옥, 안성집 등 유명 맛집이 속한 인근 3-2구역도 철거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원점에서의 전면 재검토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재개발 사업 직권 해제 권한이 있지만 이 경우 재개발 사업의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인정되어야 하는데 재개발을 둘러싼 각 주체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목적 달성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 재개발을 바라보는 건물주·지주들과 세입자인 상인들 간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박 시장의 "전면 재검토" 발언에 건물주·지주들은 10년 넘게 재개발을 기다려왔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 시장의 이번 발언이 지주와 상인들 간 갈등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 비대위원장은 서울시의 소통 부재를 갈등 유발의 이유로 꼽았다. 강 비대위원장은 "박원순 시장이 현장에 나오셔서 면담을 해야 한다. 제발 한 번 뵙자고 요청도 했지만, 그 분이 이명박 전 시장이나 오세훈 전 시장이나 거의 대동소이 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시민 측은 해당 지역을 제조산업문화특구로 지정하자는 입장이다. 강 비대위원장은 "여기는 전문가 집단이기 때문에 만물상 식으로 이것저것 갖다 놓고 파는 집이 없다. 서로 협업을 한다"며 "한 아이템의 전문가들만 있다고 보면 된다. 어느 한 곳이 무너지면 도미노 현상처럼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구와 정밀가공을 축으로 기타 여러 업종이 붙어 있는 시스템이다. 한 군데를 싹 드러내면 생태계는 무너진다"며 "박원순 시장이 재개발이 아닌 진짜 도심재생사업을 진행하고,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제조산업문화특구를 만들기 희망한다"고 밝혔다. 부품 하나하나가 바로 필요한 공구업 특성상 각 가게들이 함께 모여 있어야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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