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최저임금 2차 쇼크] "인건비가 매출의 35% 차지", 대기업 업체들도 최저임금 타격… '빕스' '애슐리' '올반'도 매장 줄여>

조선일보 1월 2일자 <'계절밥상' 11곳 폐점… 새해 첫날 알바 200명 일자리 잃어> 기사의 소제목이다. 2019년 새해가 밝았고, 최저임금은 전년대비 10.9%가 오른 8350원이 됐다. 2년 연속 10%대 인상에 경영계는 정부에 '속도 조절'을 촉구하고 있고, 보수·경제매체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한국경제가 망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이슈에 있어 일방의 주장만을 기사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에 대한 토론을 이어나갈 수 있는 합리적인 기사들이 쓰여져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계절밥상' 11곳 폐점… 새해 첫날 알바 200명 일자리 잃어>. 조선일보 1월 2일 경제 03면.

최경영 KBS 기자는 KBS 인터넷 홈페이지 '한국언론 오도독' 코너에 '조선일보를 칭찬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최 기자는 해당 기사에서 <CJ·신세계, 빕스·올반 고객 줄어 문 닫으며 '최저임금' 탓>(조선비즈 1월 4일), <'계절밥상' 11곳 폐점… 새해 첫날 알바 200명 일자리 잃어>(조선일보 1월 2일), <대기업 외식업체마저…'최저임금 직격탄'에 도미노 폐점>(TV조선 1월 2일) 등 총 3개의 조선미디어그룹 기사를 소개했다.

3개의 기사는 모두 대기업 외식업체의 연쇄 폐점 소식을 다루고 있지만, 원인 분석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은 폐점 원인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봤다. 조선일보는 "인건비 비중이 매출의 35% 정도를 차지하는데, 계속 오르는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CJ푸드빌 입장을 전하며 "올해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10.9% 오르는 등 2년 새 29% 오르면서 대기업 외식업체마저 문을 닫고 있다"고 보도 했다. TV조선은 "탄탄하던 대기업 외식 업계도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직격탄을 피하진 못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조선일보와 TV조선 보도 이틀 후 조선비즈는 관련 보도에서 폐점 원인을 '최저임금 탓'으로 돌린 대기업들을 비판, "정말 그럴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조선비즈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매장 운영이 어려워 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식뷔페와 페밀리 레스토랑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손님이 줄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며 "메뉴나 서비스를 혁신하지 않고,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선비즈 1월 4일.

▲메뉴 차별화 실패 ▲소비자 입맛 트렌트 변화에 대한 대응 실패 ▲가정간편식(HMR)과 배달음식의 성장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혼밥족' 증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시대가 아닌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의 시대 등 서비스 개선 실패가 주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조선비즈는 "이러고도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 탓만 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으며 "소비자들은 대기업 브랜드를 믿고 더 비싼 음식값을 지불한다. 그만큼 고품질의 서비스를 받길 원한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직원에 대한 처우도 달라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골목상권에 침입한 대기업이 자신들의 실패를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이러니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최 기자는 "기업이나 국가 경제의 흥망성쇠에는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며, 환경적인 요인들이 작용한다. 그게 자본주의 시장의 본질"이라며 조선일보를 비롯한 주요 보수·경제매체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 특정한 경제정책 때문에 모든 경제적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최 기자는 최저임금 이슈를 다루는 캐나다의 공영방송 CBC의 보도 태도를 소개하며 한국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2017년 5월 CBC는 <"온타리오주의 최저임금 인상이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죽인다는 비판을 받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인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당시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인상된 것과 관련해 CBC는 4개의 직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 '브라보'를 찾아 인터뷰했고, 이를 기사 첫 부분에 실었다.

'브라보'는 인터뷰에서 "최저시급이 15불로 올라가면 내게는 참 좋은 일이다. 정부나 시당국이 내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니 고마운 일"이라며 "내가 이제야 좀 진화된 사회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시급 15불이 내가 원하는 전부는 아니다. 난 내 가치가 이보다는 더 높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CBC는 기사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우려를 함께 담았다. 인건비 부담 증가로 순이익 감소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CBC는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는 자영업자의 인터뷰를 함께 넣기도 했다. 12명의 직원을 고용한 '헬미 안사리' 사장은 인터뷰에서 "토론토 같은 도시에서 어떻게 1년에 22,000불, 23,000불 받고 생활이 가능한가. 최저임금을 15불로 인상하는 것이 당장에 사업에 안 좋을 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기자는 "캐나다니까 이런 보도가 당연한 것이고, 한국은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으니, 30년 고용한 직원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보도하는 것이 당연한가"라고 되물으며 "언제까지 사회적 갈등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합의는 나 몰라라 뒷짐지며 자영업자와 최저임금 시급 노동자들의 싸움을 부추기면서 정치적, 상업적 이익 따먹기에 열을 올리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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