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이사회 회의 모습 ⓒ KBS
KBS이사회는 오는 27일 수신료 4,000원으로의 인상안을 가결할 예정이다. 야당추천이사 2명은 동의했고, 2명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여당추천이사들이 내놓은 ‘4,600원+광고비중 19.7% 조정’ 인상안으로 보자면 600원 후퇴한 수준이고, 야당추천이사들이 내놓은 ‘3,500원+광고비중 38.5% 유지’ 인상안으로 보자면 500원 양보한 꼴이다. 공영방송 재원 운용에 있어 광고비중이란 건 이사회가 결정한 대로 이뤄지는 문제가 아니므로 의미가 없다. 이사회는 이날 수신료 인상안과 함께 기본급 1.5% 인상 및 각종 수당의 기본급으로의 전환을 의결할 예정이다. 올해 예상되는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임금으로 보전해 흑자 규모를 줄이려는 시도이자, 덤으로 공영방송 내부의 저항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여당추천이사들이 내놓은 것처럼 수신료를 4,600원으로 인상하되 현 광고규모를 유지하면 광고비중은 30% 정도가 된다. 2009년 KBS 결산에 따르면, KBS 수입구조는 수신료 수입 41%(5,540억원), 광고수입 38%(5,180억원), 콘텐츠 판매, 협찬 등 기타수입 21%(2,786억원)이다. 지난 5년치 평균값을 놓고 적용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신료 2,500원일 때 수입이 5,540억원이면 4,600원일 때 수입은 1조0,194억원이 되고, 광고수입과 기타수입의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면 전체 수입은 1조8,160억원이 된다. 수신료 수입은 56%, 광고수입은 29%, 기타수입은 15% 정도의 비중이 된다. 여당추천이사들의 안처럼 광고비중을 19.7%로 인위적으로 조정할 경우 약 10%에 해당하는 1,800억원이 광고시장으로 유출된다.

수신료 2,500원일 때 수입이 5,540억원이면 4,000원일 때 수입은 8,866억원 되고, 광고수입과 기타수입의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면 전체 수입은 1조6,832억원이 된다. 수신료 수입은 53%, 광고수입은 31%, 기타수입은 16% 정도의 비중이 된다. 4,000원으로 인상하고 광고비중을 19.7%로 인위적으로 조정할 경우 약 11%에 해당하는 1,700억원이 광고시장으로 유출된다.

종편을 위한 인상이냐 아니냐의 논란은 거듭할 이유가 없다. 수신료를 인상해서 공영방송의 재원으로 사용하지 않고 광고시장으로 유출하면 타 지상파사업자와 인쇄매채, 뉴미디어매체, 종편사업자가 경쟁해서 나눠갖게 되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야당추천이사들이 지금까지 4,600원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27일 이사회는 합의를 통해 4,000원 인상안을 통과시킨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거듭 확인컨대 광고비중 문제는 이사회가 하는 게 아니라 경영진이 할 일이므로 의미없는 말이다. 4,000원 합의인상안의 명목은 야당추천이사들이 주장해온 3,500원안에다 EBS 분담 명목으로 500원을 추가한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2009년을 기준으로 볼 때 수신료의 3%에 해당하는 EBS 분담금은 166억원이며, 500원 인상분을 고스란히 EBS 재원으로 쓰게 되면 수신료의 약 12%에 해당하는 1,108억원 규모가 된다. 산술적으로는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EBS 분담비율 10%를 넘는 수치이지만, 이 규모는 수신료를 인상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분담 가능한 액수이다.

27일 이사회가 4,000원 인상안을 여야 합의로 심의.의결한다고 하자. 이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나.

1. 이명박 정부로서는 최초 욕심에는 안 차지만 종편을 위한 수신료 인상의 실리와 명분을 챙기게 된다.
2. 손병두 이사장이 지시하고 김인규 사장이 24억원을 들여 의뢰한 보스톤컨설팅그룹 컨설팅 결과가 정당성을 획득하게 된다.
3. 이사회가 추진한 공청회, 독립성.공정성위원회 등은 요식행위였음이 확인된다.
4. 야당추천이사들은 지난했던 수신료 인상 프로젝트의 들러리였음이 확인된다.
5. 수신료 인상의 전제를 제시하고 수신료인상 반대를 외쳐온 시민사회운동과 명동성당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약 5만장의 서명을 받아온 네티즌들은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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