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로 서울신문 사장 선임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당시 서울신문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에 참여했던 박록삼 서울신문 우리사주 조합장은 "사실상 정부가 사장을 선임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해 12월 29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유튜브를 통해 청와대가 KT&G와 서울신문 사장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분을 통해 두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재부가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사장 인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서울신문 사장 교체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서울신문 측이 즉각 반박에 나섰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서울신문 전 사장은 임기를 마치고 후임 인사가 늦어져 임기 2개월을 넘겨 재직했다. 사장 교체를 시도했다면 서울신문 기자들이 내용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윤 수석은 "기재부가 서울신문의 1대 주주라는 점도 참고하시기 바란다"며 "그 분 발언의 신뢰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측도 "기재부는 올해 9월 기준 서울신문 지분의 30.49%를 가진 최대주주"라며 "올해 3월 기존 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새 사장 선임을 위해 서울신문 주주로 구성된 사추위 구성했고 기재부도 자체 판단에 따라 합법적 절차로 주주 권리를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청와대가 사장 교체에 개입하려 했다면 김영만 전 사장이 임기를 넘겨 재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기재부는 서울신문의 최대주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사추위에 참여했던 박록삼 서울신문 우리사주 조합장은 서울신문의 지배구조상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추위는 3% 이상의 서울신문 지분을 가진 대주주들의 대표로 구성된다. 사장 인선이 있었던 지난해 3월 기준 서울신문 주요 주주는 기재부(33.86%), 우리사주조합(32.01%), 포스코(21.55%), KBS(8.98%) 등이다. 서울신문 사원들로 구성된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나머지 3대 주주는 정부의 직·간접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사실상 정부가 사장을 선임하는 구조"라는 것이 박 조합장의 지적이다.

박 조합장은 윤영찬 청와대 홍보수석의 해명에 대해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박 조합장은 "'청와대는 서울신문 사장 선임에 개입하지 않았다'와 '우리가 1대주주니까 당연히 (권리를)행사할 수 있다'는 서로 상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대주주이기 때문에 사장선임에 개입하는 게 당연하다는 식의 발언은 현재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의 부재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언론이 거듭나기 위해선 청와대 내부 노력과 의지가 필요한데 청와대가 관성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해왔던 방식을 답습하지 않았는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최대주주라 할지라도 언론사라는 정체성을 고려했을 때 주주권리 행사를 주장하기보다 서울신문의 독립성을 보장에 앞장서야 했다는 지적이다. 박 조합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서울신문 독립성 보장 방안 마련을 약속했던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신문 사장 인선 청와대 개입 의혹은 이미 지난해 3월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신문지부를 통해 제기됐던 사안이다. 서울신문지부는 당시 고광헌 후보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 모 행정관이 접촉했다며 '낙하산 인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실제 고광헌 사장은 후보자 시절 사장 선임을 위한 경영비전 청취회에서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공모 마감을 며칠 남겨 놓고 제안 받았다. 급하게 경영계획서를 만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는 서울신문지부의 고 후보 퇴진 시위로까지 이어졌으나 고 후보가 서울신문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하면서 사장에 취임, 사태가 일단락됐다. 그 일환으로 현재 서울신문에는 언론학계, 언론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서울신문 독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 중에 있다. 박록삼 조합장은 독립추진위의 우선 과제는 정부와 청와대로부터의 독립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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