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거짓말이 있다. 그런데 승승장구에 김제동 2부에 이어진 성동일 편을 보자니 거기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것 같았다. 배우가 주연이 싫다는 거짓말이다. 성동일이 전혀 과장되지 않은 수식어인 명품조연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지만 성동일이 주연을 맡기 싫다는 말은 거짓말이 분명하다. 그러나 대중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 아니라 자신이 딛고 선 현실을 직시하고 낮은 역에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기 단속의 말로 봐야 할 것이다.

추노 이후 잠시도 쉴 틈 없이 출연하는 후속 드라마에서 성동일은 굳이 주연이 아니더라도 그의 존재감은 주연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여친구에 이어 도망자까지 주연배우들이 비주얼만큼의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고 있어 성동일의 연기는 그들에게서 부족한 것을 대신 충족시켜주는 배역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런 점들이 쟁쟁한 연기자들이 불꽃대결을 벌였던 추노와는 달리 성동일이 떠맡아야 하는 임무도 될 것이다.

아직 MC들이 묻는 50문답에 대한 후속 이야기가 거의 풀려나지 않아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그 속에 눈에 띄는 내용이 있었다. 조연 연기의 비결은 자기 생활이라고 한 점이다. 배우들이 자기 연기를 포장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인물분석과 몰입 등이다. 물론 그저 포장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혹독한 과정을 통해 명연기가 화면 밖으로 전달되는 것은 분명하다.

성동일도 분명 추노에 얽힌 뒷이야기들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천지호에 대한 분석과 몰입이 주연 배우 못지않았음을 알 수 있다. 거기에다가 성동일은 자기 생활에서 혹은 생활 자체를 연기와 연결 지은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예컨대 성동일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은실이나 최근의 추노에서의 성동일이 미친 존재감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쥐어짜내는 연기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메이크업 없이 연기를 하겠는가. 물론 승승장구 출연도 마찬가지였다.

천지호가 시대극 배경이라 다분히 과장되고 강조된 역할이라 생활이라는 그의 연기 비법과 곧바로 연결 짓기 어렵지만 여친구에서의 반두홍 그리고 도망자에서의 나까무라 황의 케릭터는 생활 같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니 쉽게 수긍할 수 있는 토로였다. 물론 드라마 혹은 영화가 성동일 류의 케릭터만 있어서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성공하는 영상물들을 보면 달랑 주연만 잘해서 되는 경우는 없다.

말 만들어내기 좋아하는 시대인 만큼 조연 전성시대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드라마 성공의 공식에 명품조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린 지 오래다. 그런 분위기에 힘입어 조연들이 주연을 맡아 만든 영화가 보기 좋기 실패한 경우도 있어 성동일이 주연을 탐내지 않는다는 말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이제 한국의 영상 예술이 주조연의 수직적 관계가 깨지고 수평적 역할분담이 자리를 잡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전부 다는 아니지만 대개의 명품조연들은 감칠맛 나는 웃음을 제공한다. 성동일을 드라마에서 만나는 것에 즐거움이 앞서는 것은 그가 시청자에게 먼저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성공으로 이제 제작자와 연출자가 주연만이 아닌 조연의 캐스팅과 역할에 더욱 애정과 관심을 갖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해준다는 점에서 공익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조연은 많아도 명품조연은 결코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 성동일의 희소가치를 확인해준다.

승승장구에 출연한 첫 조연 성동일의 2부를 통해서 더 많이 그를 알고 싶어진다. 그 중에서도 처음에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가 대박난 배역이 있었냐는 질문에 천지호라고 대답했던 내용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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