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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미 빛났지만 완성도는 물음표! 아쉬움 남긴 ‘2018 KBS 드라마 스페셜’[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12.25 14:40

KBS의 단막극 시리즈는 유구하다. 1984년 <드라마 게임(~1997)>을 시작으로 <테마 드라마(1997)>, <TV문학관(198~2011)>, <금요극장(1987)>, 일요베스트(199~2000)>, <드라마 시티(2000~ 2008)을 경과하여 2010년 <드라마 스페셜>로 정착한 이래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말이 정착이지 '시청률 지상주의'의 TV 시장에서 일부 단막극 애시청자들만의 선택을 받는 <드라마 스페셜>의 운명은 애처로웠다. 토요일 밤과 일요일 밤 늦은 시간을 전전했으며, '연작'의 모색을 거쳐 2014년 2015년에는 상반기, 하반기로 나뉘어 27편, 15편이 방영되었고, 2016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10편의 작품들이 <드라마 스페셜>의 이름으로 방영되었다. 

'애처로운 운명'에 저항하는 <드라마 스페셜>의 방식은 '도전'이었다. 2010년 <무서운 놈과 귀신과 나>, <위대한 계춘빈>. 2011년 <영덕 우먼스 씨름단>, <터미널>. 2012년 <환향-쥐불놀이>, <칼잡이 이발사>. 2013년 <마귀>, <엄마의 섬>. 2014년 <들었다 놨다>, <간서치 열전>. 2015년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 <붉은 달>. 2016년 <빨간 선생님>, <전설의 셔틀>. 2017년 <정마담의 마지막 일주일>, <강덕순 애정변천사> 등 낮은 시청률이 무색하게 장편 혹은 미니 시리즈에서 시도할 수 없었던 드라마의 주제와 형식, 서사 등을 다루면서 KBS의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하는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으며 몇 년이 지나도 회자되는 명작들을 남겼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2018년 <드라마 스페셜>은 아쉽다. 

드라마 스페셜의 경쟁작은 '웹드'?

2018 KBS 드라마 스페셜

올 한 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웹드'가 인기를 끌었다. TV가 중장년층이 주고객이 된 올드 미디어가 되어가는 반면, 바쁜 일상의 틈틈이 즐길 수 있는 모바일이 젊은 층이 향유하는 주력 매체가 되어가면서 드라마의 ‘유통 방식’에 변화를 모색한 것이 웹드라마이다. 기존 드라마와 달리 15분에서 30분 정도 짧은 분량의 이들 웹드라마들은 네이버 등의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활발히 소비되며 <퐁당퐁당 LOVE>처럼 지상파 TV로 역진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젊은 층이 주향유층인 만큼 이들 드라마는 대부분 젊은 남녀를 주인공으로 그들의 연애와 사회생활 속 이야기를 주된 소재로 하여,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고민을 담아내며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이미 <간서치 열전>을 웹드라마의 형식으로 방영한 바 있는 <드라마 스페셜>은 2018년 시리즈에서는 젊은 층을 주타겟으로 설정했는지, 첫 작품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에서 부터 <닿을 듯 말듯>까지 총 10편의 이야기 모두 젊은 두 남녀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심지어 <엄마의 세 번째 결혼>처럼 모녀간의 갈등조차도 그 초점을 딸과 딸이 도발한 연애 사건을 극의 중심으로 끌어오며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2018년 시리즈에서는 사도세자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 <붉은 달>이나 파발꾼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마귀> 같은 '새로운 시각의 사극'의 형식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스릴러의 형식으로 해체된 가족관계를 다룬 <엄마의 섬>이나 노인 느와르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 지역정치 장기판의 졸이 되어버린 소시민의 해프닝을 다룬 <서경시 체육회 구조조정 스토리>  같은 신선한 소재와 형식의 이야기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KBS2 드라마의 부진, 그 원인은?

2018 KBS 드라마 스페셜

올해 KBS2의 드라마들은 부진했다. 하지만 그 부진의 이유를 그저 시청률 면에서만 질타하는 건 결과론적이다. 시청률은 부진했지만 호러와 로코의 조합을 시도했던 <러블리 호러블리>나, 귀신이 된 탐정의 수사극 <오늘의 탐정>, 하우스 헬퍼를 매개로 한 인생 정리인 <당신의 하우스 헬퍼>의 신선하고 실험적인 시도조차 묻혀서는 안 될 일이다. 시청률을 중심으로 드라마를 평가한다면 이른바 '막장' 장르 등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비슷한 시기에 출격했음에도, 우리의 토속 신앙과 엑소시즘의 콜라보인 OCN <손 the guest>가 올해의 드라마로 주목받고 있는 것과 달리, <러블리 호러블리>나 <오늘의 탐정> 등이 심지어 출연진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애초 시도했던 장르적 특성이나 주제의식을 스스로 휘발한 채 쓸쓸히 퇴장할 수밖에 없었던 안이한 완성도를 비판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어설픈 완성도는 <드라마 스페셜> 시리즈에서도 이어지며 2018 KBS2 드라마 부진의 특성이 되고 만다. 

2017년 30회 TV 드라마 단막극 공모전에서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된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가 열어 제친 서막은 산뜻했다. 수능출제위원으로 연수원에 입소한 도도혜(전소민 분)가 '감금'이나 다름없는 그곳에서 첫사랑과 전남편과 엮이며 다시 한번 '흑역사'를 재연하는 기발한 설정의 '로코'를 선보였다. 

2018 KBS 드라마 스페셜

올해 <드라마 스페셜> 중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작품이 된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황승기 연출, 배수영 극본)>. 하지만 솔직하고 발랄하다 못해 때론 지나친 도도혜의 캐릭터나 전남편, 첫사랑의 캐릭터는 수능 출제 연수원이라는 배경의 신선함과 달리, 전형성을 벗어나고 있는가라는 점에서 갸웃해지는 지점을 남긴다.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는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나, 전개, 연기 모든 면에서 무람없는 작품이었지만 과연 공모전 최우수라는 기준에서 보면 평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특별하게 단점이 두드러지지 않는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와 달리, 자신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방관'하는 현대인들의 딜레마를 다룬 <잊혀진 계절(김민태 연출, 김성준 극본)>이나, 자살문제를 다룬 <도피자들(유영은 연출, 백소연 극본)>의 경우는 작품이 다루는 주제의식에 있어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주제는 무겁지만 과연 이 주제를 한 시간 여의 단막극을 통해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했는가, 외려 그 주제의식이 역설적으로 범죄나 자살을 합리화하거나 방조할 수도 있는 여지가 있는 건 아닌가 아쉬움을 남긴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일드 정도는 낯설지 않은 풍토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구성이라는 후일담을 피해갈 수 없다. 

또한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을 통해 시대적 공감을 얻으려 했던 <너무 한낮의 연애(유영은 연출, 김금희 극본)>는 이미 김금희 작가의 소설로 대중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에, 최강희의 출연 등으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남녀 간의 이별이라기엔 무지하고 비겁해서 아팠던 19년이라는 시간의 간극, 그리고 현실에 대한 공감을 한 시간여의 영상미로 설득해 내었는가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유려한 영상미, 그러나 

<참치와 돌고래(송민엽 연출, 이정연 극본)>나 <닿을 듯 말듯(황승기 연출, 배수연 극본)>은 수영과 컬링이라는 스포츠를 통해 남녀 주인공을 엮었다는 점에서 신선했가. 그러나 과연 각 종목을 '소재' 이상으로 극에 어울려 냈는가에 대해서는 안타깝다. 특히 <닿을 듯 말듯>의 여주인공의 청력 이상을 과거 아버지에 대한 강제진압에, 역시나 차출된 처지인 전경 출신의 선배에게 돌리는 방식. 그 책임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안이한 화해는 ‘과거사’라는 묵직한 해원에 대한 해법으로 설득력을 가졌는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2018 KBS 드라마 스페셜

남녀 사이의 만남과 이별을 다룬 <이토록 오랜 이별(송민엽 극본, 김주희 연출>은 도돌이표가 반복되는 돌림 노래를 보듯 느슨했고, <너와 나의 유효기간(김민태 연출, 정미희 김민태 연출)>은 시대적 배경으로 설정한 90년대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부족해 보였다. 모녀 사이의 관계를 다룬 <엄마의 세 번째 결혼(김영진 연출, 정미희 극본)>은 김영진 연출의 은퇴작이라는 기념비적 작품이었다. 그런데 시한부의 환자로 결혼을 통해 한 몫 챙겨 딸에게 주겠다는 엄마의 이기적인 사랑과, 그런 줄도 모르고 엄마가 결혼할 아저씨의 아들에 대한 딸의 무책임한 도발을 그저 모녀간의 해프닝과 화해로 퉁쳐 버리기엔 사안이 녹록치 않다. 

KBS 드라마의 장기 중 하나인 오피스물 <미스김의 미스터리>는 산업 스파이라는 흥미진진한 소재를 다루고자 했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 <김과장>, <저글러스>에서 너무나 익숙해진 방식의 답습이 아닌가라는 의문만을 남겼다. 이런 상투적 접근은 결국 최근 역시나 신선한 접근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는 <죽어도 좋아>까지 이어지며 장기가 ‘함정’이 되어버리는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그럼에도 2018 <드라마 스페셜> 10편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영상미’이다. 하지만 영상의 미학이 주제의 구현과 구성의 아쉬움을 상쇄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영상만으로 설득하고자 하는 건 아닌가라는, 안이함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게 된다. 또한 필요 이상 필터링된 뿌연 화면에 대한 피로감까지 등장하며, 최근 <땐뽀걸즈>에서 제기되고 있듯 ‘과연 필요한 영상적 구현인가’라는 의문까지 품게 된다. 

물론 2018 <드라마 스페셜>은 남녀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냈지만 다양한 주제와 구성 방식을 배치하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8년 <드라마 스페셜>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냉담하다. 그리고 이러한 반응은 올 한 해 KBS2 미니시리즈에 대한 시청자의 냉담함으로 이어진다. 

다양한 주제에의 접근과 아름다운 영상미. 하지만 제 아무리 좋은 의도와 기술도, 작품 속에서 시청자를 설득해 낼 수 있는 기승전결의 ‘개연성’을 가지지 못한다면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해내기엔 미흡하다. 과연 올해와 같은 방식으로 2019년의 <드라마 스페셜>의 존립이 가능할 수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도 <드라마 스페셜>의 운명이 걱정되는 2018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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