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중앙일보, 문화일보, 한국경제가 강릉선 KTX 탈선 사고와 관련해 '강성 노조'를 문제삼고 있다. 오영식 전 사장이 해고자 복직, 직원 증원 등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바람에 노사 관계 긴장이 깨져 조직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주장이다. 잇따른 국가 주요기반시설 사고의 원인으로 민영화·외주화 대신에 '철도민영화 저지, 공공철도 건설'을 구호로 내건 노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앙일보는 11일자 <"오영식, 코레일 노조왕국 만들어… 후임 사장 고생길">에서 오영식 코레일 사장의 사퇴 소식을 전하며 철도 관계자와 전직 코레일 간부를 인용해 코레일을 '노조 왕국', '노조 천국' 이라고 호칭했다.

이들은 중앙일보에 오 사장이 급진적인 노조 친화정책을 쓰면서 코레일은 '노조 왕국'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득세'하면서 현장 간부들의 지시가 관철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중앙일보는 "문제는 후임 사장 선임이 쉽지 않을 거란 점이다. 무엇보다 강성 노조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강릉선 KTX 탈선 사고와 KTX 오송역 단전 사고 등으로 인해 실추된 코레일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면 상당히 강도 높은 내부 혁신이 필요하지만, 노조 반발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라고 썼다.

오 사장의 '노조 친화정책'으로는 해고자 98명 복직과 KTX 해고 여승무원 특채, 기본급 2.6% 인상과 정원 3064명 증원을 꼽았다.

중앙일보 12월 11일 기사 <"오영식, 코레일 노조왕국 만들어···후임 사장 고생길">

한국경제와 문화일보도 10일 각각 <캠코더 인사가 만든 노조천국, KTX 탈선 불렀다>, <남북사업 몰두·노조 득세 속…‘안전불감’ 극에 달했다> 등의 기사에서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사고의 근본 원인이 '강성 노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안전업무의 민영화·외주화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9일 논평을 통해 "이번 KTX 강릉선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안전업무의 외주화’가 지목되고 있다"며 "900km 가량 선로 증가로 사업량은 늘어났는데 정작 예산 절감을 이유로 전기·시설·정비 등 가장 기본적인 시설 보수 점검을 담당하는 기술 분야 인력을 대대적으로 감축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한 ‘외주화’가 잇따른 사고의 원인이란 점으로 볼 때, 이번에도 인재"라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특히 고속철도 선로 70%가 터널과 교량으로 이뤄진 우리나라에서 정비를 외주화 한다는 것은 국민 안전을 운에 맡긴다는 말과 같다는 주장이 있다. 결코 허언이 아니"라며 "고양 저유소 폭발, 아현 KT 화재, 백석역 온수관 파열, KTX 강릉선 탈선사고 등 국민 생활의 편의와 직결된 국기기반시설의 안전 문제 원인으로 매번 ‘외주화’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더 이상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영식 사장 역시 사퇴의사를 밝히며 "그동안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과도한 경영 합리화와 민영화, 상하분리 등 우리 철도가 처한 모든 문제가 그동안 방치된 것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며 "철도 공공성을 확보해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도 11일 강릉선 KTX 탈선사고와 관련해 "평창올림픽 개최일에 쫓긴 시급한 개통과 철도 상하분리 시스템의 고질적 문제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철도노조는 "이번 사고는 선로전환기 '21A'와 '21B'의 오류 신호가 반대로 통보된 것이 직접적 원인"이라며 "유지보수를 위해 1주일에 한 번 단위로 선로전환기가 정상 작동하는지 점검하지만 이런 점검으로는 A, B의 신호가 반대로 작동하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A, B 의 신호가 반대로 잡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2년 주기의 연동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그런데 '상하분리' 정책 방침에 따라 철도 건설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운행 관리는 코레일이 맡게된 탓에 연동검사는 철도시설공단이 시설업체와 계약을 맺은 채 단독 수행했다는 것이 노조의 지적이다. 해당 시설물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코레일로 시설이 인계된 셈이다.

또한 철도노조는 "열차 정시운행에 대한 압박으로 2017년 신설공사부터 2개의 연동된 선로전환기의 회로를 독립적으로 분리해, 한 선이 고장 나더라도 다른 선을 이용해 열차를 보낼 수 있도록 했다"며 "조금이라도 빠르게 열차를 운행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안전조치가 제거된 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사건 발생 초기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사고 원인 두고 혼선을 발생시켰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개통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고, 최저기온 영하 40도까지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된 강릉선에 대해 '기온 급강하'를 사고 원인으로 꼽는가 하면, 입장발표 하루만에 선로전환기 회선 연결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선로전환기 연결 문제는 개통 전 발생한 문제라는 코레일 관계자의 보고까지 나오면서 운영관리를 맡고 있는 코레일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철도 비전문가'라는 지적을 받으며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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