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저는 오늘 야구장에 가지 못합니다. 아니 가지 않습니다. 뭐 어찌됐던.
아마도 오는 목요일부터는 야구장에서 아주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죠. 그리고 그 이후로도.
가을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야구"를 담당하는 기자나 PD라는 자리,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프로야구의 취재 혹은 제작이라는 거, 결코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참 많이 늦게 끝나는데다, 경기 상황의 변수가 많고 사전 정보도 많아야 합니다. 거기에 날씨가 궂은 날도 많고, 그런 날씨에 경기 자체가 영향을 받기도 하다보니.. 일단 업무상의 난이도는 높죠.
하지만, 이 같은 모든 것들을 감안하더라도.
야구장에서 오늘 취재를 하거나, 제작을 하는 모든 이들은 행복해야 할 거 같습니다. 뜨거운 프로야구의 열기. 하는 일에 대한 가치나 자부심의 부분도 분명 있겠습니다만.. 그것보다 더 큰 가치는 그 현장의 희소성과 그 것을 누리고 느낄 수 있다는 부분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비록 마냥 즐거울 수 없는 일의 부분이지만. 그 일을 즐기며, 혹은 소중하게 여기며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뭐, 저 역시도 이런 말을 하다가 막상 현장에 가고, 일이 바빠지면 많이 투덜거리게 됩니다. 무엇보다 모두가 즐기는 순간에 난 일을 해야한다는 사실에 더욱 짜증이 나기고 하고, 때론 결국 구경꾼에 불과하단 서글픔도 듭니다.
그럼에도 그 일이 소중하게 남겨지는 건, 모두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다는 가치에 있습니다. 대부분 뉴스라는 건 안 좋은 일, 이 세상의 어두움과 지옥의 단면들을 전하는데 맞춰져 있기 마련입니다만..
오직, "스포츠"만은 대부분의 뉴스가 좋은, 혹은 재미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거, 그래서 일을 하면서 마음이 어두워지진 않는다는 거.
더구나 최종전인 5차전.
이건 기쁘면서도 슬프고, 짠한 느낌이 같이 하기에.. 비록 뉴스를 취재하면서도 마치 영화나 연극, 드라마같은 느낌이 든다는 거. 언제나 마주하지만, 각 시리즈의 최종전은 참 눈물과 감탄이 교차합니다. 그러면서도 일은 그것만큼이나 비례한다는 거죠.
하지만. 그런 순간은 정말 순식간이고, 나중까지 그 기억은 오래갑니다. 아무래도 두 팀이 가진 모든 것이 그라운드에 보여지고, 응원의 열기와 팬들의 관심은 정점에 있기 때문일 텐데요.
그 생각에 많이 기뻐지고, 조금의 위로를 얻게 됩니다. 그래서 또 한 번씩 웃게 되죠.
물론,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시겠지만. 잠실구장에서 오늘 바쁜 시간을 보내실 많은 야구기자 선배님들과 동료여러분들께, 그래도 행복하시라는 응원을 보냅니다.
그리고, 살짝 부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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