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감사실(감사 전홍구)이 2016년 정연욱 KBS 기자 부당인사 소송 패소 이후 항소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인력관리실장과 부장, 팀장 등 인력관리실 직원 5명에 대해 '주의'를 통보했다. 전홍구 감사는 박근혜 정부 때 임명돼 오는 12월 말 임기가 종료된다.

정연욱 KBS 기자는 2016년 청와대 KBS 보도개입 사태와 관련해 자사와 간부들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다가 돌연 제주도로 인사발령이 난 바 있다. 이에 정 기자는 부당인사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고, 당시 1심 재판부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KBS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정 기자는 원직 복귀가 확정되었는데 KBS 감사실이 뒤늦게 무리한 조치를 취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자사 비판 글을 기고했다는 이유로 부당인사를 당한 정연욱 KBS 기자가 2016년 7월 2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열린 ‘부당인사 철회 및 보도지침 규탄 결의대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정 기자는 2016년 7월 기자협회보에 <침묵에 휩싸인 KBS… 보도국엔 '정상화' 망령>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른바 '이정현 녹취록'으로 알려진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의 KBS 보도개입 사태와 관련해 침묵하는 KBS와 보도국 간부들에 대한 비판글이었다.

기고 직후 정 기자는 돌연 제주도로 인사발령이 났다. 정 기자는 그해 10월 KBS를 상대로 인사명령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당시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인사발령은 피고의 업무상의 필요에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원고의 기고문 게재를 이유로 이루어진 것이라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KBS는 이에 항소하지 않았고, 1심 판결이 확정되면서 정 기자는 원직에 복귀했다.

그런데 최근 KBS 감사실이 당시 인력관리실이 항소를 하지 않았다며 '주의'를 통보했다. 이번 '주의' 조치는 KBS 감사실의 정기감사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들은 현재 KBS 감사실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14일 성명에서 최근 기각된 고대영 전 KBS 사장의 해임 무효소송 판결문 중 일부를 인용해 감사실의 조치를 비판했다.

판결문에서 담당 판사는 "정연욱 기자 인사발령의 위법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원고(고대영 사장)는 위 인사발령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에서 패소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바, 원고의 사후적 묵인이나 동의에 따라 법원에서 인사권 남용으로 무효로 판단될 때까지 유지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해당 사건이 부당 인사였고, 오히려 1심 판결이 나기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감사실이 상식적으로 법원의 판결문을 읽을 줄 안다면, 당시 부당 인사를 강행한 사측 책임자들을 조사해 징계를 주는 것이 원칙"이라며 "오히려 1심 패소 이후 항소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인력관리실 직원들에 대해 '주의'를 통보했다니 다시 한 번 그 몰염치와 뻔뻔함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