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기 관전평에서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두산 선발 임태훈을 초반에 공략하지 못하면 롯데가 어려워질 것이며, 그간 호투한 롯데 계투진이 오늘은 종반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에, 어제 두산의 1승으로 인해 실질적인 원점에 돌아온 것과 다름없다는 예상이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롯데는 1회말 무사 만루에서 득점에 실패하며 첫 단추를 잘못 끼웠습니다. 임태훈은 무사 1, 2루에서 조성환을 상대로 변화구 제구가 되지 않아 볼넷을 내준 후, 공 배합을 직구 위주로 바꾸며 이대호를 3개의 직구로 3구 삼진, 홍성흔을 병살타로 유도하며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마무리 이용찬이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준플레이오프 임시 마무리 역할을 맡은 정재훈이 1, 2차전 연속으로 결승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져 두산의 투수 기용의 폭이 전체적으로 크게 좁혀진 와중에, 임태훈이 1회말 위기에 이어, 2회말 2사 만루와 3회말 2사 1, 2루 위기를 넘기며 초반 분위기를 롯데에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두산이 초중반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견고한 수비 덕분입니다. 3회말 유격수 손시헌이 두 번의 호수비를 선보였으며, 특히 4회말 2사 1, 2루에서 조성환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해 아웃 처리한 오재원의 수비는 승부의 향방을 좌우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오재원이 중견수 쪽으로 빠져나가는 타구를 걷어내 내야 안타로 처리하며 2루 주자의 득점을 막기만 해도 충분한데, 타구를 잡은 뒤 글러브에 포구한 채 토스한 것은 고급스런 수비였습니다. 오재원은 7회말 1사 1, 2루에서 포수 견제구로 1루 주자 전준우를 아웃시켰는데, 이것이 오재원으로부터 약속된 플레이였고, 포수 용덕한의 송구가 좋지 않았지만 다이빙 캐치로 1루 주자를 잡아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재원의 견제사 처리 덕분에 두산은 7회말 1피안타 3사사구 1폭투에도 불구하고 실점하지 않았고, 롯데의 공격 흐름을 차단할 수 있었습니다.
롯데의 미숙한 주루 플레이는 오늘도 재연되었습니다. 5회말 무사 1, 2루에서 가르시아의 중전 안타에 2루 주자 이대호가 홈으로 들어오다 아웃되었는데, 무사였고 발이 느린 이대호가 발목이 좋지 않은 점까지 감안하면 무리한 주루 플레이였습니다. 이대호를 3루에서 멈추게 해 무사 만루의 기회를 타격감이 좋은 전준우에게 맡기는 것이 상식적이었는데, 1회말 무사 만루의 기회를 무산시키는 등 득점권 기회를 좀처럼 살리지 못하자 롯데의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칭 스태프마저 냉정을 잃은 듯합니다.
7회말 1사 1, 2루에서 1루 주자 전준우의 견제사 또한 납득하기 어려운데, 2루에 가르시아가 있었기에 더블 스틸이나 치고 달리기와 같은 작전을 구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내야 땅볼이 나왔을 때 병살타를 방지하기 위해 리드가 깊었는지 알 수 없으나, 전준우의 리드는 무의미한 것이었고 결과 또한 나빴습니다.
9회초 임경완이 정수빈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한 것도 공 배합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1사 2, 3루 볼카운트 0-3에서 임경완은 카운트를 잡기 위해 한복판의 스트라이크를 집어넣다 쐐기 홈런을 허용했는데, 첫째, 정수빈이 희생 플라이를 노리고 0-3에서도 적극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는 점과 둘째, 정수빈에게 유인구로 승부해 방망이가 나오지 않을 경우 1사 만루를 채운 뒤 준플레이오프 타격감이 좋지 않고 발이 느려 병살타가 나올 수 있는 후속 타자 김동주와 승부할 수 있었다는 점, 셋째, 3:2에서 추가 1실점해 2점차가 되면 9회말 마지막 공격이 더욱 부담스럽다는 점에서 정수빈에게 0-3에서 한복판 스트라이크를 던진 것은 안일한 공 배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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