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고 계약직으로 채용됐다가 계약만료로 퇴사하게 된 MBC 아나운서들에 대해 '원직복직'을 주문한 지방노동위원회 판정서가 나왔다. MBC는 판정서 수용 여부를 두고 검토 중에 있으며 오는 22일까지 결과를 내 지노위에 알릴 예정이다.

서울지노위는 12일 '문화방송 아나운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한 판정서를 MBC와 아나운서측에 각각 송달했다. 판정서에서 지노위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MBC가 행한 근로계약 갱신거절은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지노위는 MBC에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이들을 원직복직시킬 것과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서울지노위는 지난달 10일 아나운서들에 대한 부당해고를 인정한 바 있다.

지난 5월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근로계약 만료로 퇴사하게 된 MBC 계약직 아나운서 11명이 MBC측에 '해고 철회'와 근무 평가를 바탕으로 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모습. (미디어스)

지노위는 ▲사건 근로자들이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인지 여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이라면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존재하는지 여부 ▲갱신기대권이 존재한다면 근로계약의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 등을 주요쟁점으로 보고 사건을 판단했다.

지노위는 아나운서들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을 인정했다. 지노위는 이들이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기간이 정해져 있으나 ▲채용할 당시 공고문에 근로계약기간의 연장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었고 ▲채용절차와 업무, 급여 수준도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직원들과 동일한 수준이었으며 ▲아나운서직군은 인력운영을 탄력적으로 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이고 ▲당시 부서 책임자인 아나운서국장이 정규직 전환이 보장된다고 했기 때문에 이들에게 갱신기대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노위는 MBC의 계약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MBC는 아나운서들이 갱신기대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설령 갱신기대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들 전체를 대상으로 특별채용을 실시, 결과에 따라 계약을 종료한 것이기 때문에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노위는 MBC 인사규정상 특별채용의 경우 근무성적이 우수한 사람을 대상으로 특별채용을 하도록 되어 있는데, MBC가 신규채용과 거의 동일한 절차로 특별채용을 진행한 점을 지적했다. 특히 특별전형 과정에서 아나운서들의 근무성적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은 MBC의 인사규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지노위의 판단이다.

또한 지노위는 MBC가 특별채용을 실시하면서 선발 인원을 미리 제한하는 상대평가 방식으로 진행해 평가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판정서에 따르면 MBC는 내부적으로 선발 인원 3명을 미리 정해놓고도 이를 아나운서들에게는 물론, 해당 부서 최고책임자인 아나운서국장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이번 지노위 판정에 대해 이들 아나운서 일동은 "MBC가 노동부가 내린 복직 판정을 하루 빨리 이행하고, 이번 문제를 계기로 방송계 지망 청년들이 처해있는 노동 인권 현실에 대해 숙고해보기를 촉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MBC는 지노위 판정에 대한 수용 여부를 두고 실무진 검토를 진행 중에 있다. MBC는 이번 판정에 대한 수용 여부를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지노위에 알려야 한다. MBC 관계자는 "법무팀, 인사팀 등 실무진이 판정서를 검토 중에 있다"며 "검토 의견이 나오면 임원진 결정에 따라 수용 여부 결과를 지노위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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