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별이 지는 해인 것 같다. 어느 때라고 연예계가 조용했던 적은 없었지만 올해는 유독 스타들의 사건, 사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터져 나와 일각에서는 구설수 부조라는 냉소적인 말도 있을 정도다. 4월의 이효리 표절부터 시작된 연예계 스캔들 러시는 최근 신정환, MC몽에서 거의 정점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자진해서 대중에게 사과한 예는 없다.

여배우 폭력사건을 처음에 부인하다가 CCTV 증거화면이 공개되면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인 최철호는 비록 시기를 놓친 것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직접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고, 최근 옛 연인과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한 이루가 간단하게나마 직접 사과의 말을 남긴 것이 고작이다. 충분한 사과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대중스타로서 성숙된 일면을 보여준 것은 다행이었다.

그 외에는 팬카페 등을 이용한 매우 간접적인 방법으로 사실은 인정하거나 혹은 부정하는 방법을 쓰고 있을 뿐이다. 신정환은 팬 카페에 올린 글을 팬과 대중을 속이는 용도로 악용했는가 하면 권상우는 국내 팬 카페가 아닌 일본에 먼저 사과의 뜻을 밝혀 국내 팬은 팬도 아니냐는 구설수까지 얻게 되었다. 표절을 인정한 이효리 역시도 팬 카페에만 그 뜻을 밝혔을 뿐 대중에게 직접 사과하는 일은 없었다.

이렇듯 잘못하고도 이런저런 방법으로 법망을 피하고, 희생양을 통한 면죄부를 받는 등의 뻔뻔한 스타들의 모습에 짜증이 쌓여온 것이 최근 신정환, MC몽 사건에 봇물 터지듯이 집중된 면도 있을 것이다. 물론 본인들은 아직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팬 카페를 통해 전 국민을 속이려 했던 것이나 국가고시를 이용해 입영을 연기하는 등의 도덕적인 문제까지 겹쳐서 이들은 정작 도박이나 병역기피보다 도덕적인 면에서 지탄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도 여전히 대중에게 사과를 하고 있지 않다. 이효리 표절논란부터 계속해서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2년 전 노인폭행 사건에 휘말려 법정시비까지 갔던 최민수의 태도이다. 최민수는 논란이 불거지자 불문곡직하고 대중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 물론 후일 최민수는 잘못이 없다는 법원 판결을 얻어 공식적으로도 자유로워졌지만 그럼에도 결코 짧지 않은 시간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올해 두 편의 드라마를 통해서 최민수는 더욱 성숙하고 깊은 배우의 눈빛으로 돌아왔다.

신정환은 몰라도 MC몽의 경우는 아직 혐의만 존재할 뿐 확정된 범죄는 아니다. 그러나 그의 홈피를 통해 결백을 주장하는 태도로 인해 오히려 여론의 반발을 샀다. 고의 발치 여부를 떠나 국가고시를 악용한 태도들에 대해서라도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토록 여론이 나빠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정말 아쉬운 대응이었다. 결국 MC몽은 고정 출연 중인 방송에서 하차하게 되었다.

요즘 신정환과 MC몽 사건을 두고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다. 그것은 비단 이들만이 아니다. 무사히 법망을 피해간 영리한 케이스도 있지만 그렇다고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에서도 풀려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과연 잘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남긴다. 스타들은 무척이나 사과에 인색하다. 사과는 정말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다. 그런 면에서 최민수는 진정한 사나이다.

신정환도 처음 방송 펑크 등으로 이슈가 되었을 때에 사실을 인정하고 빠르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지금처럼 외국을 전전하는 불행한 일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외 스타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뭔가 문제가 발생하면 정치인들처럼 일단 아니라고 발뺌하기 바쁜 모습들만 보였을 뿐 누구 하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물의를 빚은 것 자체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건의 진실여부를 떠나 스타로서 인기만 누릴 뿐 그에 합당한 공인의 자세는 지지 않겠다는 양심불량적 태도이다. 그런 부분이 대중의 감정을 더욱 자극하는 것이다.

연예인들도 사람인지라 성직자들처럼 생활할 수는 없다.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 실수와 잘못을 수습하는 태도에서 더 큰 과오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사고를 치고도 사과에 인색한 이 양심불량 스타들은 죄가 아니라 사람까지 미워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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