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모바일, 태블릿PC, PC, TV 등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디바이스가 확대되면서 시·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시대다. 이같은 변화에 따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동영상 서비스인 OTT가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OTT서비스의 성장과 함께 Code Cutting(별도의 선이 필요 없는 온라인 기반 동영상 서비스로 이동하는 시청 행태) 추세가 확산되며 넷플릭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유료방송 가입자를 추월했다. 앞으로도 OTT 서비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OTT 시장이 확대되면서 넷플릭스, 아마존 등 기존 동영상 시장의 강자 뿐 아니라 페이스북, 구글, AT&T 이동통신사, 디즈니 등 전통 콘텐츠 사업자까지 OTT시장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OTT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 확보와 최적화된 콘텐츠 제공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이라고 이러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이미 국내 개방형 IP망을 통한 동영상 서비스 시장규모는 지난 2016년을 기준으로 4884억 원 정도의 매출규모를 기록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추정치 3178억 원보다 약 53.7% 성장한 수치다.

국내 OTT 동영상 서비스의 2015년 월정액 매출(626억 원)과 유료 콘텐츠 구매 매출(445억 원)을 합산한 시장규모(1071억 원)는 유료방송 수신료매출 총액(2조7885억 원)의 약 3%에 불과하지만, 유료방송사업자의 VOD 수신료매출(6380억 원)과 비교하면 약 16.8%에 해당한다. 오히려 국내 OTT 서비스의 2015년 광고매출 규모(1352억 원)는 같은 기간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VOD 광고매출 규모(965억 원)의 1.4배에 해당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한 이용현황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유튜브가 33.7%로 가장 많고, 페이스북 10.7%, 네이버TV 캐스트 6.6%, 아프리카TV 3.7%순이다. 주로 시청하는 프로그램 유형은 오락·연예가 49%로 가장 높고 드라마 20.9%, 뉴스 14.8%, 스포츠 13.8%, 영화 12.9%, 시사·교양 11.1% 순이다. OTT 서비스 이용자 중 주 5일 이상 OTT를 시청하는 비율은 30.9%이며, 주 1회 이상 시청 비율은 84.3%에 달한다.

글로벌 OTT사업자 중 국내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다수의 국내 플랫폼 사업자와 제휴를 맺고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지난 2016년부터 서비스를 개시해 현재 모바일, 스마트TV에서 앱 형태로 서비스 중에 있고 딜라이브, CJ헬로와 제휴해 셋톱박스에 넷플릭스를 탑재해 유료방송시장에서도 이미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다. 최근에는 IPTV사업자인 LG유플러스와 제휴해 IPTV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거나 기제작된 콘텐츠의 판권 구매를 통해 국내 콘텐츠 확보에 비중을 두고 있는데, 579억 원을 투자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2017년 7월 개봉됐고, 제작 중에 있는 김은희 각본의 '킹덤'이 올해 11월 경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천계영 작가의 웹튼 '좋아하면 울리는'을 드라마로 제작해 내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기로 하는 등 로컬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 투자를 하고 있다.

또한 넷플릭스는 JTBC와 약 600시간이 넘는 분량의 드라마와 주요 인기 콘텐츠의 독점 방영권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초 tvN 드라마 '미스터선샤인'도 300억 원을 투자해 세계 방영권을 취득했다. '판도라', '강철비', '반드시 잡는다', '염력' 등 국내 영화의 글로벌 판권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유튜브의 경우 국내사업자와 제휴해 into the 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광고 없이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출시해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나섰다.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이 국내 방송 생태계, 콘텐츠 시장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의 경우 주로 미국 및 영국 드라마 또는 다큐멘터리 콘텐츠에서 강점을 가진 반면, 국내 지상파는 드라마, 연예·오락 영역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공되는 콘텐츠의 성격, 국내 이용자의 미디어 레퍼토리나 이용행태가 서로 다르므로, 국내 VOD 시장과 글로벌 OTT가 보완적 관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상당하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글로벌 OTT가 한국을 수익시장으로 접근하고 있는지 또는 생산시장으로 접근하고 있는지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OTT가 수익시장으로 한국에 접근하면 시장 확대·가입자 확대 전략이 중심이 되므로 이 경우 유료방송 시장에 대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생산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한류 붐 및 한국의 콘텐츠 제작 경쟁력을 활용해 제작 투자를 확대하고, 동남아 등의 시장에 유통시키는 전략이 중심이 될 것이므로 이 경우에는 국내 유료방송시장보다 제작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은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무조건적으로 글로벌 OTT의 시장 확대를 부정하기보다는,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해 방송시장 생태계 발전을 위해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 협력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몇 년간 정체됐던 국내 유료방송시장에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추가되면서 국내 콘텐츠 공금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 및 서비스 기반 경쟁을 유도해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강화시키며, 다시 콘텐츠 시장 규모 및 외연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또한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국내 콘텐츠의 해외 유통시장을 양성화하고 유통경로를 확대할 수 있으며, 국내 OTT에 혁신압력을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지상파 및 유료방송 사업자, OTT 사업자 등의 경쟁력 강화 및 서비스 차별화를 적극 추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국내 콘텐츠 제작 시장이 해외 사업자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거나, 국내 제작 자원의 해외 유출 또는 국내외 사업자 간의 경쟁력 양극화를 막기 위해 콘텐츠 제작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적극적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국내 방송시장은 '현상 유지 함정'에 빠져 혁신이 지체되면서 저가요금과 같은 출혈 경쟁에만 몰입할 뿐, 콘텐츠 및 서비스 경쟁이 없어 방송사업자 간 서비스 차별성이 전무한데,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을 통해 정체된 방송시장에 새로운 자극으로 작용해 방송미디어산업의 혁신을 촉진하는 긍정적 변화 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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