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하하몽쇼는 방송이 잠정 중단되었고, 1박2일도 그의 출연을 잠정 유보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모두 ‘잠정’이라는 꼬리표를 달기는 했지만 몇 달이 걸려 해결될지 모르는 법정 소송의 긴 시간을 생각해본다면 실질적인 프로그램 폐지와 퇴출이라고 봐야겠죠. 이미 촬영한 MC몽의 출연 분량 부분도 지난 주 1박2일에서처럼 편집이 불가피할 테니 한동안 MC몽의 모습을 TV에서 보기는 힘들어졌습니다. 아무리 해당 프로그램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해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여론 상황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MC몽은 이제 웃음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이제 남은 것은 그를 기소한 경찰과의 법리 논쟁과 문제의 핵심인 치과 치료가 병역 기피를 위한 고의성이 있었는지의 사실 확인 여부입니다. 양측의 정황과 주장만이 오고 가는 지금 법적인 결론은 결국 법정에서 이루어지겠죠. 그것도 결과에 따라 몇 차례의 항소가 거듭될 수도 있으니 언제 끝날지 모를 기나긴 싸움이 될 거에요. 이런 유의 사건들이 그랬듯이 이제 MC몽은 잊을만하면 각종 연예정보 프로그램이나 9시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너무나 우울한, 안타까운 결말이죠.

하지만 이에 대한 뒷마무리는 지금의 상황만큼이나 텁텁하기만 합니다. MC몽이 직접 인터넷을 이용해 밝힌 입장 정리나 그의 법무팀에서 말한 공식 입장 모두가 적절해보이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 문제가 제기되었던 처음부터 줄 곳 이어진, 해명과 입장 정리의 포인트가 전혀 잘못된 지점에 잡혀있다는 말입니다.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의 잠정적 활동 중단이란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겠지만, MC몽은 훨씬 더 우호적이고, 혹은 대중들에게 이해받을 수 있는 선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것을 괜히 엉망으로 꼬아 놓았어요.

MC몽을 아끼고 그의 음악과 연예 프로그램에서의 활동을 사랑했던 대중들이 그에게서 듣고 싶었던 것은 명확한 시시비비가 입장 설명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로서는 억울하고 답답한 측면이 있을 것이고, 이를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으로서의 입장일 뿐, 대중으로부터의 사랑과 애정으로 성공가도를 달려온 그로서 제일 먼저 표명해야 했던 것은 진솔한 사과와 송구한 마음이었어요. 이 모든 상황으로 인해 그동안 자신을 아껴온 이들에게 실망을 끼친 것에 대한 죄송한 마음, 그로 인해 피해를 끼치게 된 여러 사람들과 프로그램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죠.

나는 억울하다. 언젠가는 밝혀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 아니란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무죄가 선고되고 법적으로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으로 판명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가 국민의 당연한 의무인 병역을 개인적 이익을 위해 편법으로 오랫동안 연기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면제를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를 향해 각종 질타와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는 그가 유죄나 무죄냐, 치과 치료가 고의였느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냐가 아니에요. 충분히 차후 치과 치료를 통해 마땅히 이수해야할 의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고, 그럴만한 능력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배신감과 박탈감 때문입니다.

설혹 법정에서 병역기피 혐의가 무죄로 판명 받는다 해도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렇게 상처받은 이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법정에서의 승리를 다짐해봐야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연히 그로서는 무죄 해명을 위해 힘써야겠지만, 적어도 그를 사랑해준 팬들에게 해야 할 말은 저는 억울하고 떳떳합니다의 해명이 아니라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그동안 잘못해왔습니다의 사과와 송구함이었어요. 그가 건드린 것은 법률적인 문제 이전에 MC몽이란 인간 자체에 대한 신뢰의 붕괴와 실망이거든요.

왜 그렇게 간단하고 당연한 것을 모르는 걸까요. 자신이 지금의 자리에 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이 시청자들의 사랑과 지지라는 것을 안다면 이를 회복하는 것 역시도 그들이 받은 상처를 어루만져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텐데요. 그것도 군대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의 한가운데 있는 그로서는 차라리 스스로는 억울하더라도 그것을 법정공방으로 끌고 가기보다 사과와 자진 하차, 자원입대로 해결하는 것이 훨씬 더 장기적으로는 득이 되는 것이었을 겁니다. 군대간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지금 상황은 그의 억울함이 눈에 들어오기 보단, 다들 그렇게 다녀오는 군대가 싫어서 용을 쓰는 것처럼 밖에 보이질 않아요. 차라리 안하느니 못한 입장 표명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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