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방송을 대체 왜 볼까? 골프 방송은 또 왜 볼까? 지루한 방송이고, 방송할 만한 콘텐츠도 아닌 듯싶은데?

시청자들은 흔히 이런 생각들을 하며 해당 방송이 나오면 채널을 돌리곤 했을 것이다. 평온하다 못해 졸리기까지 한 무소음의 방송, 최근 힐링이 되어주고 있는 ASMR도 아닌 졸음 쏟아지는 방송을 볼 이유는 없었을 것.

해당 지식이 많거나 정보를 얻어야 하는 사람, 취미가 그쪽이라면 볼 수 있겠지만, 대부분 그런 취미를 갖지 않았기에 시청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채널A 예능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하지만 채널A의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는 통념을 깨고, 예능적 재미를 넣어 방송한 덕에 시청자들은 거부감 없이 낚시 방송에 빠져들게 됐다.

<도시어부>는 기존 낚시방송과는 분명 다른 면이 있다. 정보 전달을 위한 목적이 아닌, 가벼운 경쟁을 통해 황금배지를 얻는 게임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 기준을 정해 최대한 가깝게 낚시를 하고 획득한 어류는 직접 해먹기도 하며 최대한 소박하게 마무리를 짓는 게 특징이다. 못 잡으면 못 잡는 대로 끝맺음을 하고, 과하게 잡힌다 싶으면 방생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오롯이 즐기는 것이 목표인 듯 큰 욕심을 내지 않는 모습 또한 보인다. 좀 더 대물을 잡고 싶은 의지는 분명히 드러난다.

채널A 예능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고기가 안 잡히면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보여주는 솔직함도 있다. 거꾸로 잘 잡히면 흥에 겨워 푼수 행동도 거리낌 없이 한다. ‘저 사람이 진짜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에 겨운 모습은 자주 등장한다.

<도시어부>의 재미는 프로그램의 연출이 반 이상은 한다. 사뭇 진지함을 보여주듯 궁서체에 가까운 폰트로 화면을 꾸미고, 묵직하고 근엄한 듯한 성우의 목소리가 등장하지만 그 이미지와는 다른 예능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낚시방송이라기보다는 예능이라고 봐야 할 자막엔 신세대 언어유희로 가득하다. 심지어 외계어까지 등장한다. 통념의 세계를 허무는 자막과 진지한 듯하지만 웃음을 유도하는 성우의 애드리브도 일품이다.

채널A 예능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낚시를 잘하든 못하든 초대된 손님은 어울려 놀다 가는 것으로 끝나지만, 늘 기분 좋은 상태에서 맺음을 하기에 시청자도 즐겁다. 지루할 수 있는 시간은 과감히 잘라내 하이라이트 부분만 보여주는 연출도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요소다.

배에 올라 멀미를 하고 괴로워하는 모습 또한 과감히 잘라낸다. 우리가 뻔히 보아오던 장면을 걷어 내고 낚시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만 보여주는 방식. 또 반대로 처절할 정도로 안 잡히는 장면 또한 하이라이트로 엮어 보여주고 있다.

메인 출연진인 이경규와 이덕화, 마이크로닷 모두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것만 즐기고, 그 즐기는 것만 편집해 보여줘도 되기에 늘 자유로워 보인다.

<도시어부>가 흥하는 이유는? 낚시방송의 지루한 통념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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