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이 시작부터 잘못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지적을 해왔다. 그럼에도 해야 할 이유가 없었던 특검이 이뤄진 것은 자유한국당의 생떼 때문이었다. 궁지에 몰린 자신들이 벗어날 수 있는 프레임 만들기가 절실했던 그들은 억지 단식 쇼까지 벌이며 통과시켰다.

결과는 최악이다. 드루킹 일당의 발언 외에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 정치 브로커들의 작당 모의를 정치적 꼼수로 키워 여당과 청와대를 흔들려던 자들에게는 최악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나라가 엉망이 되었지만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 한 번이 없다. 사과보다는 이를 뒤집을 수 있는 프레임 전환만 노렸고, 그렇게 얻어 걸린 것이 드루킹 일당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원의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정부·여당의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5월 3일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에 돌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 집권 여당과 청와대에서 드루킹 일당에게 지시를 해서 댓글 조작을 조직적으로 했다면 이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사건이다. 자유한국당의 요구가 아니라 국민들이 요청해서 특검을 해야 한다. 촛불 정부가 이전 권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이는 당연히 비난을 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 정부가 무리수를 둬서 댓글 조작으로 정권을 탈취하듯 가져야 할 절박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촛불이 광장을 가득 채우며 지난 정권은 무너졌다. 선거가 치러지기도 전에 대통령은 누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바보가 아닌 이상 댓글 조작에 나설 그 어떤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상 유지를 하며 이탈표가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전략의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조직적으로 드루킹 일당과 손잡고 자신들이 그 오랜 시간 해왔던 댓글 조작을 이들도 했으니 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이나 매한가지라는 물타기 전략을 사용했다. 이를 위해 김성태 원내대표는 누구도 요구하지 않은 단식에 들어갔다. 며칠 단식 투쟁을 한다며 여론몰이를 하는 생떼로 특검을 얻어냈다.

기본적으로 시작 자체가 무의미한 특검은 그렇게 시간과 돈을 낭비하며 시작되었지만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허익범 특검이 출범하자마자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차기 권력을 망신 주는 것이었다.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직을 걸고 지키겠다고 했던 곳이 경남도지사다. 그곳에 후보로 나선 이가 김경수 의원이고 ,특검이 정조준한 이가 바로 김경수 현지사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오른쪽)가 드루킹의 댓글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특검에 재소환된 9일 오후 '드루킹' 김동원 씨(왼쪽)가 서울 강남구 허익범 특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도지사 선거전은 드루킹 일당 사건으로 도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던 판세는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언뜻 자유한국당 대표를 살리는 결과가 나오는 듯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넉넉하게 김경수 의원은 경남도지사가 되었다.

현직 도지사를 구속하겠다며 영장 청구를 하는 특검의 역할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무슨 수를 쓰든 드루킹과 김경수 지사와 청와대 연결고리를 만들라는 지상 목표가 존재한 것처럼 움직였다. 대질조사가 이뤄진 뒤에도 김 지사를 다시 불러 보강조사까지 했지만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킹크랩' 시연 당시 수고비 조로 100만원을 줬다는 주장을 언론에 흘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특검이 흘린 자료들로 보면 김 지사가 총책이 되어 드루킹 일당에게 불법 댓글조작을 지시했다는 틀이 갖춰진다. 그리고 이를 수구 언론들이 받아쓰기 하며 여론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과 대질조사 당시 왜 100만 원을 줬다는 주장과 관련해 조사를 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특검 측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한다. 근거도 설명하지 않고 그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 김 지사 측의 주장이다.

허익범 특별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 지사가 오사카 영사직 제안을 거절해 화가 난다. 매달 100만원 씩 받은 것으로 하자"

이 내용은 지난 17일 김 지사에 대한 영장심사 과정에서 특검이 밝힌 녹취 내용이다. 말 그대로 존재하지도 않은 사실을 진실인 양 포장해서 망신주기를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증거는 존재하지 않은 채 드루킹 일당의 주장만으로 수사를 하는 특검이 무리수를 두는 것은 당연하다.

처음부터 논란이었던 허익범 특검의 목적은 현 정부의 유력 정치인을 망신 주는 것 외에는 없었다. 얻어 걸리듯 부당한 행위를 했다면 그건 성과가 될 수 있다는 막연함으로 특검 수사를 했다는 의미다.

특검 측은 드루킹과 측근이 거짓 진술을 모의했던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을 확보하고도 김 지사와 대질심문을 했다. 그리고 언론에 흘려 마치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돈을 주고받으며 불법 댓글 조작을 지시한 것처럼 가짜 뉴스를 만들도록 했다. 이는 범죄다. 특검이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아닌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왔다는 의미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공이 바로 '드루킹 특검'이었다. 원색적인 비난을 하며 특검 연장을 해야 한다고 핏대를 세우고 있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명확하지도 않다. 새누리당이 오랜 시간 엄청난 돈을 들여 불법 댓글조작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실에 대해 특검은 조사를 해야 했지만 이는 방치하고 오직 여권 유력 정치인 때리기에만 골몰했다. 최악의 특검이 아닐 수 없다. '허익범 특검을 위한 특검'이 필요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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