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 제작 현장의 초장시간 노동 실태가 공개됐다. 자료에 따르면 방송계 주 최대 노동시간이 68시간으로 바뀐 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방송 제작 현장의 초장시간 노동은 여전히 만연했다. 이를 공개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정부 부처가 내놓은 대책이 현장에서 전혀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당 문제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9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방영중이거나 방영예정인 드라마 제작 현장 촬영스케줄을 공개했다. 추혜선 의원실이 현장 스태프들의 제보를 취합해 공개한 촬영스케줄에 따르면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는 하루 2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이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현장은 하루 최소 10시간에서 최대 30시간을 초과하여 촬영을 강행하고 있었다.

9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방영중이거나 방영예정인 드라마 제작 현장 촬영스케줄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는 하루 2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이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현장은 하루 최소 10시간에서 최대 30시간을 초과하여 촬영을 강행하고 있었다.(미디어스)

SBS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의 경우 전날 18시간 이상의 촬영을 마치고 당일 23시간 30분 촬영을 한 후 2시간 사우나 휴식 뒤 다시 촬영이 이어졌다. tvN '아는 와이프'의 경우에도 촬영스케줄을 기록한 16일 중 하루 18시간 이상 촬영이 이뤄진 날이 11일에 달했고, 이 중 5일은 20시간을 초과했다. 가장 짧게 일한 하루 노동시간은 12시간이었다.

이밖에도 MBN '마녀의 사랑', tvN '식샤를 합시다3 비긴즈',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JTBC '라이프',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KBS 단막극(방송예정) 등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하루 15시간, 20시간 이상의 노동이 발생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저녁도 먹지 않은 채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현장 이동시간까지 고려하면 스태프들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채 촬영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추 의원은 "지금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수많은 방송 스태프 노동자들은 고문에 가까운 비인간적인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면서 "기자화견, 간담회, 상임위 업무보고를 통해 끊임없이 방송제작 환경의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정부 부처의 답변은 한결 같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제작사와 방송사에 노동환경 개선을 권고했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전혀 힘을 갖지 못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추 의원은 "노동자들의 요구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하루 8시간도 아니고 12시간만 일하고 12시간은 쉬게 해달라, 야간교통비를 지급해달라, 폭염을 견딜 수 있도록 생수를 비치해달라고 한다"며 "이러한 기본적인 요구들이 반영되는 데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처에서 대안을 못 내놓는다면 이낙연 국무총리께서 직접 나서주실 것을 요청드린다. 우선 사람은 살려야 할 것 아닌가"라고 호소했다.

김두영 방송스태프지부장은 "노조 출범 당시 기자회견 내용을 다시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때와 지금, 현장은 전혀 바뀌지 않은 상태"라며 "현장에서는 작은 움직임만 있을 뿐 살인적인 노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진규 희망연대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에서 "방송사에서도 나름 대책마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주 68시간을 엄수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20시간씩 3일, 16시간씩 4일 일하는 것이 '주 68시간'을 준수하는 방송 제작현장의 노동자들이 직면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주 68시간'을 살펴보면 '평일 통상 근무 40시간+평일 연장근무 12시간 이내+휴일근무 16시간 이내'다. 주 전체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상황이 빈번할 뿐더러, 연장-휴일근무 기준 역시 지켜지지 않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6개월 간 처벌 유예 기간을 두기로 결정하면서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법 위반을 신고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스태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언론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뤄졌다. 김진규 위원장은 "최근 젊은 방송스태프 노동자가 홀로 숨을 거두었다. 부검결과 사인이 '내인성 뇌출혈'이라고 발표되면서 언론에서는 과로사가 아니라고 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서른의 젊은 나이에, 폭염에 죽을 것 같이 일하고 귀가 후 죽은 것처럼 지친 몸을 뉘였다가 세상을 등진 동료의 죽음이 남일 같지 않기에 더욱 가슴 아프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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