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고민했던 결과일 것이고, 오히려 지금에서야 만들어졌다는 것이 늦어 보일 정도로 하루라도 빨리 결정했어야 하는 시급한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김종민의 투입과 김C의 하차로 6인 체제에서 7인으로 다시 6인으로 돌아온 오락가락의 멤버 교체 속에서 기존의 팀워크가 어그러지고 해체되어버린 각종 변형 조합들을 새롭게 다시 구성해야 하는 막중한 숙제를 해결해야 했거든요. 다른 각종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의 프로그램이 멤버 교체 시에 겪어야 하는 문제이긴 하지만 복불복 게임을 소재로 대결 구도 중심으로 진행되는 1박2일에서 어떻게 팀을 조직하느냐의 문제는 프로그램의 재미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였으니까요.

결국 단순하게, 제일 무난하고 이전에도 여러 번 익숙하게 반복되었던 올드 보이 대 영보이로 편을 가르고, 그 위를 은지원, MC몽, 이승기로 구성된 관록의 섭섭당과 급조된 기색이 역력한 강호동, 이수근, 김종민의 포도당으로 포장하며 구색을 맞추기는 했습니다. 그동안의 멤버 이동 와중에 구성되었던 어떤 조합보다도 제일 안정적이고 균형이 맞는 모양새이고 실제로 이들의 대결은 한동안 1박2일에서 실종되었던 복불복의 긴장감과 재미를 다시 찾아오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아웅다웅 다툼은 충분히 재미있고 웃겼고 즐거웠으니까요.

하지만 전보다 나아진 재미와는 별개로 그 안정감은 여전히 부족하기 짝이 없습니다. 오히려 순간순간 어디서 무너질지 몰라 아슬아슬하기만 하죠. 누가 누구와 함께 편을 정하면 나름의 재미를 찾을 수 있었던 이전의 탄탄함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너무나 구멍이 커서 그 불안함에 온전히 프로그램을 즐기기가 불편할 정도에요. 한 팀만 그렇다면 괜찮겠지만 그런 힘겨움이 섭섭당과 포도당에서 공히 드러나고 있으니 어느 팀을 위주로 편집을 한다 해도 피할 수 없는 문제에요. 지긋지긋하게 지적되고 지금도 극복하지 못한 문제아들, MC몽과 김종민 때문이죠.

섭섭당의 행동대장, MC몽은 결국 개인의 문제가 1박2일에게까지 옮겨져 버렸습니다. 병역회피 의혹이 말끔하게 사라지지 않는 이상, 아니 설사 법적으로는 무죄 판명이 난다해도 이미 수많은 이들에 의해 비호감의 굴레를 써버렸거든요. 그동안 주눅 든 모습으로 프로그램 중심에서 벗어나있던 그가 오랜만에 팔꿈치쇼와 요가 묘기로 부각되는 방송이 나가자마자 각종 게시판의 네티즌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입니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로 말이죠. MC몽을 부각시킨 방송 내용 자체에 대한 불만은 물론 프로그램 하차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 반응들은 섭섭당의 활력소인 그의 입지를 급격하게 위축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강호동을 은지원이 상대하고 위트와 넉살이 늘은 이승기가 요소요소 포인트를 잡는다고 해도 MC몽이 죽어 버린다면 섭섭당은 살아날 수 없어요.

그나마 섭섭당의 사정은 좀 나은 편입니다. 포도당 김종민의 병풍, 혹은 왕따 놀이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까요. 오랜 경험을 통해 각자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섭섭당과는 달리 뉴 올드보이인 포도당은 강호동-이수근의 강력한 콤비 플레이에 가려져 가뜩이나 힘겨워하는 김종민의 자리가 보이지 않아요. 다른 두 명이 여러 상황을 만들어가며 김종민에게 이것저것을 시키기는 하지만 막상 그것을 소화하고 이행한 이후의 리액션과 후속 이야기는 강호동과 이수근이 도맡아버립니다. 두 명의 팀 멤버 모두 배려나 분배보다는 집중과 강조에 장점을 가진 이들이기에 김종민의 소극적인 태도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창출하지도, 다른 이들과의 관계도 만들지 못하고 그냥 공간만 차지하게 만들어 버리죠. 이대로라면 병풍인 그의 입지는 결코 늘어날 것 같지 않습니다.

물론 여전히 자리 잡기 중이기 때문에, 변화와 교체보다는 안정과 잔정으로 개개인의 긍정적인 이미지로 명성과 인기를 쌓아온 1박2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두드러지는 문제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려 3년을 넘게 방송되어온 프로그램이 멤버 교체 이후에 이렇게 많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한 명의 구설수로 힘겨운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1박2일이 가진 저력과 어울리지 않아요. 섭섭당과 포도당의 대결구도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이 둘의 문제를 확실한 매조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의지하기엔 한명은 이미 너무 긴 시간을 기다렸고, 또 한 명은 너무 치명적인 문제를 품고 있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