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정석영 TV조선 보도본부 부국장이 ‘최순실 게이트’를 덮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TV조선이 2016년 미르재단과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간의 관계를 단독 보도할 때, 정석영 당시 TV조선 경제부장은 미르재단과 안종범 전 수석 사이에서 사건이 커지지 않게 하려고 수차례 조율을 했다는 것이다. 정석영 부국장의 시도가 성공했다면 ‘최순실 게이트’가 영영 묻힐 수 있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정석영 TV조선 부국장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안종범 전 수석 사이에서 연락책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성한 씨는 미르재단의 배후에 최순실·차은택 등이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인물이다.

(뉴스타파 유튜브 화면 캡쳐)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은 “미르재단에 최순실이 개입했음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인 녹음파일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이성한 씨의 약속을 정석영 부국장이 안종범 전 수석에게 전달했으며 또한 정 부국장이 이성한 씨가 “미르재단과 관련한 어떤 정보도 유출하지 않겠다”는 반성문을 작성할 때도 개입했다는 것이다.

2016년 7월 26일, 미르재단과 안종범 전 수석과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TV조선의 보도가 나간 지 30분 뒤, 정석영 부국장은 이성한 씨와의 통화에서 “안종범 수석님은 개입 사실을 부인하고 단지 도와준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만 유지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겁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정석영 부국장은 이같은 통화 녹취록을 곧바로 안종범 전 수석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인이 안종범 전 수석과 이성한 씨 사이에서 갈등 조율의 역할을 한 셈이다.

2016년 8월 16일 추가 통화에서 이성한 씨는 정석영 부국장에게 ▲녹음파일이 공개되면 최순실, 차은택이 재단설립·운영에 관여한 사실이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명확히 밝혀질 것 ▲안종범 수석이 신뢰를 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녹음파일이 유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영 부국장이 이 녹음파일 또한 안종범 전 수석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성한 씨가 말한 녹음파일에는 미르재단과 관련해 최순실이 회의를 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해당 녹음파일은 미르재단과 최순실 씨의 관계를 입증해줄 수 있는 결정적 증거로, 2016년 10월에 JTBC를 통해 드러났다. TV조선의 기자들은 녹음파일의 존재를 알고, 이를 취득하려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석영 부국장은 이성한 씨와의 통화를 통해 미르재단에 안종범·최순실 등이 개입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묻어둔 것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연합뉴스)

정석영 부국장이 전달책을 넘어 미르재단 사건에 직접 개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성한 씨는 “미르재단과 관련한 정보를 누설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반성문을 작성했는데, 이 반성문을 안종범 전 수석에게 전달한 사람이 정석영 부국장이었다. 또 반성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정석영 부국장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도 재판 결과 드러났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이야기를 다룬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진동 지음)>에선 정석영 부국장이 취재를 방해했다는 대목도 적시됐다. <이렇게 시작되었다>에는 2016년 7월 정석영 당시 경제부장이 “미르재단에서 협찬을 받기로 돼 있는데, 이 기사가 나가면 곤란할 것 같다”는 발언을 했다고 적혀있다. 미르재단의 협찬을 이유로 정석영 부국장이 보도를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정석영 부국장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취재대상 사이에서 메신저 노릇을 하며 취재를 방해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한가지 정말 아찔한 건 만약 그의 메신저 역할이 성공했다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전모는 상당 기간 은폐됐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석영 부국장은 뉴스타파에 “기자로서 어긋나게 살아온 바가 없다”고 밝혔다. 미디어스도 전화 통화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TV조선은 "(회사 차원에서) 입장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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