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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람들’의 특권을 제도화하는 특별사면[최강욱의 법과 언론] 변호사·법무법인 청맥
최강욱·변호사(법무법인 청맥) | 승인 2008.01.01 10:26

대선이 끝나자마자 청와대가 김우중씨 등 분식회계 등으로 형이 확정된 기업인들과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 관련된 일부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특별사면을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가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저물어가는 2007년을 그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보도한 기사와 함께 기억 속에 묻어야만 할 것 같다.

특별사면 [特別赦免, Begnadigung]은 특정의 범죄인에 대하여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대통령의 조치로서 줄여서 ‘특사’라고도 하며, 죄의 종류를 정하여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령의 형식으로 행하는 일반사면(大赦)과 대비되는 말이다. 특별사면은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법무부 장관의 상신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행하는 고유한 행위로서(사면법 제3조 제2호 제9조, 제10조, 헌법 79조, 제89조 제9호),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것이 원칙이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이후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킬 수 있다(사면법 5조 1항 2호). 특별사면의 효과는 소급하지 않으므로, 형의 선고에 의한 기성(旣成)의 효과는 변경되지 않는다(5조 2항).

   
  ▲ 서울신문 2008년 1월1일자 12면.  
 
사면법, 1948년 제정된 이후 단 한차례도 개정되지 않아

특별사면은 정변(政變)이 생겼을 때 정치범을 구제하기 위하여 옛날부터 왕에 의해 행하여져 왔고,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기쁨을 나누기 위하여 행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들어와 나라의 경사에 사면을 행하는 것에 대하여는 형사정책적 견지에서 비난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면법은 법률 제1호로 제정된 정부조직법에 이어 1948년 8월30일 법률 제2호로 제정된 이래 단 한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채 60여년의 세월 동안 그대로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한 때 국회를 통과했던 사면법 개정안도 “헌법에 근거하지 않은 절차를 통해 대통령의 권한 제한을 초래하고, 외국에서도 입법례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2004년 3월23일 당시 탄핵소추 중인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던 고건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하여 결국 개정이 좌절되었고, 지금까지 국회에 계류 중인 5개의 사면법 개정안도 의원들의 임기 만료와 더불어 그대로 폐기될 운명이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은 부정부패 사범에 대한 사면과 복권을 엄격히 행사하여 법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의 사면권 행사는 부정부패와 무관한 사람들에게 법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한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됐던 대통령의 특별사면 논란

   
  ▲ 한겨레 2008년 1월1일자 6면.  
 
과거 역대 정부가 내걸었던 사면의 명분은 항상 국민적 합의에 따른 국민통합의 실현이나 경제회생을 위해서라고 홍보되었다. 그렇다면 지난 정권에서의 사면들과 이번 특별사면까지는 어떤 국민적 합의를 거쳐 이뤄진 것일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됐던 특별사면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가 살아나기보다는 부정부패사범이 특별사면·복권 등의 조치를 통해 회생하면서 부패의 연결고리만 되살아났다는 생각이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정경유착 등 권력형 부정부패와 비리는 끈질기게 반복되었다. 특별사면 조치도 덩달아 계속돼 왔다. 사면의 형평성 시비를 가리는 논란도 마찬가지로 현재 진행형이다. 그동안 실시됐던 그룹 총수 등 주요 경제인 특별사면은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역시 돈이 최고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고 국가경제의 건전성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정치권에 뒷돈을 대준 기업 총수 등이 사면 받은 뒤 시간이 흐르면 다시 구태를 반복해 특별사면의 의미가 상당히 왜곡됐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어 왔다.

대통령의 은전이 권력형 비리 사범에게 혜택으로 돌아간 것은 노태우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소위 5공비리의 주 범 가운데 하나인 전경환씨의 잔여 형기를 절반으로 줄여주는 특별감형을 결정하고, 그 유명한 장영자 사건의 주역 가운데 하나인 이철희 씨도 사면해 주면서 서슬 퍼렇던 ‘5공비리 청산’이라는 국민적 요구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때도 정권은 국민 화합이라는 명분을 제시하였지만 사실은 그들만의 화합을 위한 조치였다는 점이 너무도 분명히 드러난 사례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3월 당시 건국 이래 최대규모의 4만1886명을 대사면했다. 이때 까지만 해도 비전향 장기수들의 형집행 정지와 범민련 사건 등 시국사범들을 대거 특별복권하는 인도적 차원의 사면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핵심 측근인 서석재 전 의원과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을 내세워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등 기업 총수 7명을 특별사면에 끼워 넣으며 역시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진리(?)를 우리 기억의 한 귀퉁이에 씁쓸하게 각인시켜 주기도 했다.

   
  ▲ 한국일보 2008년 1월1일자 17면.  
 
내세운 명분은 ‘국민화합’ … 내용은 부정부패 세력에 대한 ‘면죄’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8년 3월 특별사면을 통해 김영삼 정권 시절 개인비리 등으로 구속됐던 장학로 전 청와대 부속실장과 ‘린다 김 사건’으로 유명한 이양호 전 국방장관을 사면하고, 한보비리의 핵심 연결 고리였던 권노갑 전 의원과 정재철 전 의원을 사면했다. 12·12, 5·18 사건의 주역들인 정호용, 장세동 씨 등 12명과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의 안현태, 이현우 씨도 특별복권시켰다. 이때에도 정부의 논리는 역시 국민화합이었으나, 사면조치의 혜택을 입은 수구 부패세력의 진솔한 자기반성이 국민적 용서와 화합으로 이어져 정치 발전과 사회적 성숙의 토대가 되었다는 결과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03년 노 대통령 역시 광복절 특사로 측근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비서관을 특별사면·복권하며 공약과는 달리 과거 정부들의 끼워 넣기 관행에 동참하였다. 지난해 5월에는 석가탄신일 특별사면을 통해 차떼기와 책떼기 등 신종 수법으로 수백억원의 불법대선자금을 여야에 전달했던 경제인 12명을 포함시켜 주기도 했다.

이렇게 정권의 담당자를 막론하고 관행처럼 반복되는 부정부패 연루 경제인의 사면은 경제살리기의 측면보다는 정권과 재계의 관계 재설정 때문이라는 것이 보다 솔직한 분석일 것 같다. 특히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경제인의 사면은 추후 그 돈을 받은 정치인의 사면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역대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외쳤던 부패척결의 의지를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셈이 된 것이다. 또한 약간의 시차를 두고 벌어진 각종 사건 등을 보아도 잘못된 방향으로 되풀이되는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전·노 전 대통령에게 거액을 건넸던 기업인들이 10여년이 지나 재범을 저지르고 있었고 그들에 대한 사면 또한 반복되었던 것이다.

부패경제인에 대한 사면 … 정권과 재계의 관계 재설정 때문

결국 유력한 정치인과 경제인은 대형비리에 연루되어도 사면되고 다시 같은 범행을 반복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면조치는 국민의 준법의식을 희박하게 하고 사법정의를 훼손할 뿐 아니라, 권력분립의 원칙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계속되었고 그 때마다 사면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비등하였음에도 대통령의 사면권은 특별한 이들을 대상으로 때가 되면 어김없이 주어지는 은전으로 건재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으므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자의적인 사면권 행사를 통제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두고 있다.

독일에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면·복권이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 60년간 불과 4차례 사면이 단행된 게 단적인 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사면권의 행사는 법률의 획일성, 경직성, 또는 수사과정에서의 오류를 시정하고 사후에 발생한 일반적·개별적인 사정 변경을 고려해야 할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못 박아 특정인에게 혜택을 주는 사면권의 행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일본은 사면 절차와 형식이 까다롭다. 법무부 산하에 사면업무를 담당하는 ‘중앙갱생보호심사회’란 기구를 두고 있다. 사면 희망자 중 벌금형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 징역 및 금고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각각 지난 다음에야 사면 신청이 가능하고 대상자에 대한 엄격한 심사가 필수적이다. 프랑스의 경우 국가와 사회의 기본가치를 침해한 범법자들에 대해선 아예 사면·복권이 금지돼 있다. 부정부패 공직자와 선거법 위반 사범, 테러를 저지른 사람, 15세 미만 미성년자를 때린 폭행범 등이 이에 해당된다. 미국의 대다수 주는 사면 받은 사람의 공직참여나 전문직업 종사, 특정 회사 취업 등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과세 문제로 유발된 '위스키 반란' 관련자들을 1794년 사면해 미국 역사상 첫 사면을 기록한 이래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 사면, 빌 클린턴 대통령의 기업인 마크 리치에 대한 퇴임식 당일 사면 등이 악평을 받은 사면으로 유명하다. 특히 클린턴은 정치자금을 제공받은 대가로 사면권을 행사하였다는 의혹이 핵심이 된 사면스캔들로 인해 퇴임 후 연방검찰의 수사대상이 되기도 했다.

선진국과 달리 대통령에게 ‘무제한적’ 사면권 부여하고 있는 한국

   
  ▲ 한국일보 2008년 1월1일자 17면.  
 
선진국의 이러한 사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현행 사면법은 구체적인 사면권의 행사 방식과 요건에 대한 관련 규정을 두지 않고 있어 대통령에게 사실상 무제한적인 사면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사면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의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제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또한 역대 정권의 무분별한 사면권 행사는 보다 심각한 문제점을 낳고 있다. 1990년 이후 주요 사면 단행이 1년에 한번 꼴로 이뤄지고 그 숫자만 해도 모두 2천4백만명에 달할 정도로 ‘사면의 일상화’ 현상이 심각하다. 또 사면이 있을 때마다 무더기 사면에 비리 정치인·경제인이나 측근 인사 등을 끼워넣기 식으로 특별사면하는 관행도 계속돼왔다. 이러한 부정부패 사범들에 대한 사면은 사면권의 남용일 뿐 사회통합에 기여하기 보다 역행하는 결과를 낳았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금년 제헌절에 즈음하여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사면권을 제한하자고 제안했던 점을 상기하며 무분별한 사면권의 행사를 제어하기 위한 사면법 개정의 당위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노대통령은 당시 단임제와 관련한 개헌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면서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우리 헌정제도, 다시 손질해야 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우리 헌법이 대통령에게 사면권을 폭넓게 인정한 것은 이를 국민통합을 위한 통치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사면이 계속 정치적 시비와 갈등의 소지가 된다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사면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거나 차제에 (국회의 동의를 받는 등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이 사면권 행사를 절제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대통령의 절제 의지가 강하더라도 정치적 관행과 논리에 근거한 사회적 압력을 쉽게 거역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대통령 사면을 둘러싸고 보이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도 문제입니다. 사회적 요구를 내세워 사면을 요청하는 여론이 높아졌다가, 막상 사면을 하면 정치적 비난이 높아지는 이중적 모습을 보여 온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조장하는 제도는 고치는 것이 옳”다고 밝힌 바 있다.
 
누가 뭐래도 이번 사면은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말기의 개인적인 '부채청산'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이 사면 때마다 근거로 내세우는 사회통합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기본적인 사법정의가 지켜질 때 가능하다. 현재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어떠한 통제장치도 없어 부패사범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제도로 오용되고 있다. 사면이 존재하는 이유는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그 괴리를 메우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양형에서 특혜를 받아 낮은 형량이 부과된 특권계층에게 완전한 면죄부를 주고 있다. 이는 사면의 존재이유와 전혀 부합되지 않으며 이번의 사면 또한 '대통령 사면권 제한'이 필요함을 반증할 뿐이다.

‘사면의 일상화’는 곤란 … 대통령 사면권 제한해야

이렇든 숱한 비판과 반대론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루어진다는 이번 사면도 대통령의 사면권이 남용되어온 많은 사례 중 하나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국가이익과 국민의 화합 차원에서 행사되어야 하는데도, 많은 경우 당면의 정치적 고려나 당리당략 차원에서 행사되어 왔고, 그럼으로써 ‘법 앞의 평등’ 원칙이나 사회정의가 훼손되고 법 집행의 실효성이 약화되어 왔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사면, 복권의 엄격한 행사와 법 개정을 통한 사면권의 제한이 필요함을 인정한 바 있고, ‘부정부패 척결’을 정치개혁의 중요 과제로 추진하여 왔다. 그렇다면 이제 공약을 어긴 이유를 분명히 설명하고 자신의 약속과 제안을 늦게나마 이행할 방안을 강구할 때이다. 그러한 논의를 통해 차기 정권은 아예 중독성이 강한 사면의 유혹에서 차단될 길을 찾도록 권하고 싶다.

   

아내와 함께 네 아이를 키우며 시골 마을에 깃들어 있다. 가진 능력이라곤 번식력밖에 없다는 점을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얼치기 법조인이기도 하다. 짧은 공직생활 중 여러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진실과 정의의 소중함을 절감하였고,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으로 거짓과 위선이 판치는 것을 목도하기도 하였다.

조직이라는 이름과 명분 아래 수 많은 사람들의 인격이 훼손되는 것에 분노하며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어 더욱 과격해지는 자아를 다독이기도 한다. 맑은 세상이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소중한 우리 아이들에게는 사람이 진정으로 존중받고 부패의 악취가 말끔히 사라진 세상을 선물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안고 산다.

최강욱·변호사(법무법인 청맥)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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