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재판거래' 의혹이 드러난 '양승태 대법원'에 대해 형사 고발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제기된 의혹들이 실제 재판에 영향을 미치 않았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 상태다. 류영재 현직 판사는 "사법부 스스로가 반헌법적으로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을 해하는 행위를 했다"며 "그로 인해 사법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재판이 공정성 여부는 관여한 판사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않는 한 입증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미 재판의 외관 공정성이 헤쳐졌고, 그로인해 국민들이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면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자리에서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사진=연합뉴스)

대법원 특별조사단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 추진을 위해 특정 재판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문건을 작성했다. 특조단은 해당 문건이 실제 재판에 미친 영향은 없다고 봤다. 그러나 법관 개인의 판단에 의해 판결이 내려지는 상황에서 설령 해당 문건이 관련 재판 판사들에게 전해졌다고 해도 관련 문건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이보다는 '외관의 공정성', 즉 블랙리스트·재판거래 의혹 문건이 작성된 행위 자체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실추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류 판사의 설명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양승태 대법원'에 대한 형사고발을 두고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에서 '재판거래라는 거짓선동에 김 대법원장이 편승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대법원장이 '재판 거래'라는 거짓 선동에 편승하다니>. 조선일보 6월 1일 오피니언 35면.

이에 대해 류 판사는 "재판 개입 여부가 입증되기 어려운 걸 알고, 입증되지 않으면 사법부가 한 일이 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프레임 하에 김 대법원장에게 (책임을)돌리는 것 같다"면서 "재판 개입이 있든 없든 국민들의 재판에 대한 의심은 충분하다. 사법부의 치부를 알린 김 대법원장이 사법 신뢰를 떨어뜨린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조단은 현재 410건의 문건 중 174개의 문건의 일부 내용만을 공개한 상태다. 나머지 230여개 문건은 제목만 공개된 상태다. 제기된 의혹들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서도 류 판사는 "이 문건은 이미 의혹의 대상이 됐다. 사법 행정 남용인지 정당한 문건인지는 판사와 특히 국민들이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어떤 업무의 비밀성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국민의 판단 권한, 사법권 권한을 초과하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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