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을 두고 언론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보수언론도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면서도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홀로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는 언론이 있다. 바로 조선일보다.

30일자 조선일보는 2면부터 6면을 <'판문점 선언' 이후> 기획으로 채워 남북관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2면에 <극적효과 노린 카드…北, 필요없는 핵실험장 없앤다>, <김정은, 일방적으로 바꿨던 '평양 시각' 3년만에 원위치>, 3면에 <단호한 워싱턴 "北, 과거·현재·미래 核 모조리 폐기해야">, <대화파 갈루치도 "北이 말하는 비핵화 뜻 모호"> 기사를 배치했다.

4면에는 <文대통령, 아베에 "北과 국교정상화 일본의 뜻 전했다">, <파리만 날리던 베이징 옥류관 테이블마다 "건배">, <NYT 등 서방언론 "비핵화 진전된 논의 없어">, 5면에 <美국방 "주한미군 문제, 평화협정때 北과 논의할 이슈 중 일부">, <노동신문, '완전한 비핵화' 문구 그대로 실어>, <'민족 혈맥' '쌍방' '주동적인 조치'…판문점 선언 곳곳 북한식 표현>, 6면에 <김정은 "美가 불가침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 갖고 어렵게 살겠나">, <판문점 선언, 10·4의 확대 증보판>, <서해 평화수역, NLL 일대 어딜까> 기사를 게재했다.

▲30일자 조선일보 2면.

기사 면면을 면밀히 들여다 보면 조선일보 기사 곳곳에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드러난다. 2면 <극적효과 노린 카드…北, 필요없는 핵실험장 없앤다> 기사에서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김정은이 건재하다고 밝힌 갱도는 풍계리 3~4번 갱도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풍계리 3번 갱도는 완성 단계로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게 한·미 정보 당국의 분석이다. 4번 갱도는 최근 북한이 6차 핵실험 이후 굴착 공사를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김정은의 말과 달리 3~4번 갱도를 포함한 풍계리 일대 지반이 위험한 상황이라는 관측도 있다"고 주장했다.

3면 <대화파 갈루치도 "北이 말하는 비핵화 뜻 모호"> 기사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관련해 미국 전문가들은 대부분 '위기 해소의 첫걸음'이라면서도 '핵심인 비핵화와 관련해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고 전했다. 4면 <NYT등 서방언론 "비핵화 진전된 논의 없어"> 기사에서도 "미국 등 서방의 유력 언론들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가장 핵심적인 '비핵화'에 대해 진전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일제히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5면에서는 판문점 선언문에 담긴 표현까지 문제삼고 나섰다. <'민족 혈맥' '쌍방' '주동적인 조치'…판문점 선언 곳곳 북한식 표현>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남북 정상이 27일 서명한 '판문점 선언'에는 한국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북한식 표현들이 곳곳에 드러갔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선언문 1조에 나오는 '민족의 혈맥'이라는 표현은 1980년 조선노동당 6차 당 대회에서 제시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에 나오는 표현"이라면서 "'민족의 슬기' (1조 4항)는 북한에서 한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할 때 자주 쓰는 문구다. 북한에서 '정세의 변화'란 뜻으로 주로 사용하는 '전환적 국면' (1조 1항)이 강조됐다. 무엇이 전환적인 것인지는 특정하지 않았지만, 향후 남북관계에 큰 진전이 생길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또 '관건적인 문제' (2조), '실제적인 대책' (2조 2항) '쌍방 사이에 제기되는' (2조 3항) '사용하지 않을 데 대한' (3조 1항) 등도 북 당국이 자주 쓰는 표현"이라면서 "선언문 3조 4항에 나오는 '주동적인 조치들'이라는 표현은 지난 2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사용됐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의 발언을 빌어 "우리 측이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넣기 위해 북한이 들고 온 초안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북한식 표현이 상당수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7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판문점 공동선언을 두고 "북의 통일전선 전략인 우리 민족끼리라는 주장에 동조하면서 북핵 폐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 적은 것이 남북 정상회담 발표문"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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