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초반 5점의 리드를 잡고도, 필승 계투조까지 모두 소진하며 역전패한 어이없는 경기였습니다. 현재 LG의 전력이 그야말로 어이없는 수준임을 입증했습니다.
LG의 투수진은 리그 최하위권입니다. 선발에서는 봉중근만이 제 역할을 하고 있을 뿐, 나머지 선발 투수들은 퀄리티 스타트는커녕 5이닝도 제대로 먹어주지 못합니다. 중간에는 1이닝을 확실히 책임질 파이버 볼러도, 3이닝을 2실점 정도로 막아줄 롱 릴리프도 없습니다. 따라서 중간 계투진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기에, 무엇보다 감독의 적절한 투수 교체가 요구됩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의 투수 교체는 적절한 것이었는지 긍정하기 어렵습니다. 선발 한희가 3회말 1사 후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고 5:3이 되었을 때 곧바로 배우열로 교체했는데, 우선 이것이 적절한 교체였는지 의문입니다. 현재 배우열의 1군에서의 위치는 큰 점수차로 벌어져 승부가 갈린 뒤 경기 후반에 투입되는 수준인데, 2점차로 리드한 초반에 투입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배우열이 부진했다는 것이 아니라 벤치의 기용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배우열은 3회 말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으며 리드를 지키는가 싶더니, 4회 말 선두 타자부터 연속 3안타로 동점을 허용했습니다. 결국 4회말 5:5가 된 후 무사 1루에서 정재복이 투입되었는데, 차라리 4회 말 선두 타자 오선진에게 빗맞은 안타를 허용하며 분위기가 한화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정재복을 투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가장 어처구니없었던 것은 김광수였습니다. 7회말 등판하자마자 스트레이트 볼넷과 연속 2루타를 허용해 승계 주자까지 모두 실점하며 9:5로 벌어져 승부가 완전히 갈렸습니다. 지난 2년 간 선발 기회를 걷어찬 김광수인데, 계투로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LG 불펜에서 그나마 시속 140km 중반을 유지하는 극소수의 투수 중 한 명이 이처럼 처참히 무너지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하지만 이상열과 김광수의 제구력 난조는 근본적으로 박종훈 감독의 투수 기용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종훈 감독은 투구 수 30개를 지키며 연투시키는 방식으로 계투진을 운용하고 있는데, 차라리 SK처럼 컨디션이 좋은 중간 투수가 긴 이닝을 소화하고 다음 날 휴식을 부여받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한 경기에서 중간 투수가 30개를 투구한다 해도, 투입 전 연습 투구와 공수 교대 시 연습 투구를 합하면 실제 투구 수는 그 배 이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일 오늘 경기에서도 34개의 투구 수로 2이닝 동안 무실점하며 호투한 정재복을 길게 끌고 가며 다른 투수들을 아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단정할 수 없었습니다.
8회초 무사 1, 2루에서 직선타 병살로 물러난 대타 최동수의 타구도 잘 맞은 것이 아니라 소위 ‘먹힌’ 타구였습니다. 올 시즌 최동수는 1할대로 허덕이며 매우 부진한데, 부상으로 오랜 기간 이탈하기도 했지만, 부상 전과 복귀 후에도 타구의 질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최동수가 작년까지와 같은 모습이었다면, 더블 아웃된 먹힌 타구가 아니라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가 되었을 것입니다. 최동수는 올 시즌 잘 맞은 타구가 담장 앞에서 잡히거나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은데, 노쇠화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장타자들의 노쇠화는 교타자에 비해 비교적 급속히 진행되는 편이라 걱정스럽습니다. 2군에 내려간 박병호에게 기대하기 어렵고, 안치용도 소식이 없으니 경기 종반에 꼭 필요한 LG의 우타 대타 요원이 약점이 될 가능성도 상당합니다. 좌타자 일색인 LG 타선에서 최동수의 부진은 타선의 좌편향을 보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습니다.
오늘의 역전패에 이어, 내일 류현진이 등판하니 최하위 팀을 상대로도 리버스 루징 시리즈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넥센, 롯데, 한화로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LG는 8경기 (7월 2일 롯데전은 우천 취소) 동안 고작 2승 밖에 거두지 못하며 4강 싸움에서 밀릴 위기에 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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