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MBC 뉴스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 '드루킹'댓글 조작 논란 등 최근 정치권의 주요한 이슈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내부 비판이 나왔다. MBC 민주방송실천위원회(이하 MBC민실위)는 MBC뉴스가 관련 논란들을 누락·공방·파편정보 기사로 다뤘다며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지난 20일 낸 보고서를 통해 김기식·드루킹을 다룬 MBC의 뉴스가 본질을 짚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민실위는 김 전 금감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과 '드루킹'댓글 조작 논란이 일던 때 "이 기간 우리 뉴스는 일관되지 못했다"며 "초반 보도를 누락했는가 하면, 어느 순간에는 사건의 본질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지 불분명한 정황이 나열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김 전 금감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은 지난 5일 조선일보 보도로 처음 불거졌다. 지상파 3사(MBC·KBS·SBS)의 메인뉴스를 비교해보면 SBS는 첫날인 5일, KBS는 6일 관련 보도를 시작했지만 MBC는 8일부터 보도를 시작했다.

<靑 "김기식 해임 사유 아냐"…野 "임명 철회" 촉구> MBC뉴스데스크 4월 9일 보도화면 갈무리

MBC 민실위는 "이날(8일)은 금감원을 통한 김기식 본인의 해명이 나온 날이었다. 그래서 기사도 자유한국당의 의혹 제기와 김기식 원장의 반박으로 이뤄진 이른바 정쟁 보도 형식이었다"며 "처음 의혹이 제기된 상태에서는 다루지 않다가, 당사자의 해명이 나오자 공방으로 보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실위는 "첫 사흘 동안 정치권 공방 기사로 한 꼭지씩만 다루다가, 11일이 되어서야 공방이 아닌 사건의 맥락을 짚어보려는 시도가 나왔다"며 "결과적으로 초반 보도를 누락하고 이후 공방 기사로 다루는, 그토록 우리가 비판하던 방식이 등장한 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실위는 "'야당은 이렇게 공격했다. 여당은 이렇게 반박했다'는 서술로는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판단 근거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주장들이 사실인지 검증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해 전달하려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민실위는 댓글 조작 시도로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경찰에 구속되며 드러난 '드루킹' 사건에 대해서도 MBC뉴스가 본질에 접근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MBC는 18일 '드루킹, 박근혜 정부시절 여론 조작 정황 드러나'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드루킹이 2016년 박근혜 정부시절 '딴지일보' 게시판에 댓글과 추천을 몰아줬고, 자신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순위도 조작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앵커는 리포트를 전하며 "진보진형에 유리한 댓글을 달고 공감 수를 조작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드루킹, 박근혜 정부시절 여론 조작 정황 드러나> MBC뉴스데스크 4월 18일 보도화면 갈무리

민실위는 해당 리포트에 대해 "본문 내용으로는 드루킹이 여권과 연결됐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 단지 예전부터 인터넷 댓글 조작을 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이라며 "그런데 앵커멘트는 '진보진영에 유리한 댓글을 달고 공감 수를 조작했다'고 단정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라는 사건의 본질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언급도 했다"고 꼬집었다.

민실위는 MBC 뉴스가 사건의 본질에 가 닿아야 한다고 총평했다. 민실위는 "속보와 정황, 의혹제기와 반박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 조각들을 신속하게 정리해 보도하는 것은 뉴스의 숙명"이라면서도 "그러나 데일리 뉴스의 이 파편적 속성은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거나, 오보를 내거나, 사건의 본질을 잘못 끌고 갈 잠재적 위험성을 언제나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결코 놓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사건의 본질이 뭐지?'"라며 "속보는, 비록 파편화된 정보라 하더라도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정보에 비중을 두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떤 소식을 지켜봐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짚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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