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의 상승세가 아주 무섭습니다. 당초 '역대 최약체 수준'으로 평가했던 독일은 기량 좋은 젊은 선수를 중심으로 오히려 강한 전력을 드러내며, '라이벌'이자 우승 후보였던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등을 잇따라 큰 점수 차로 따돌리고 준결승까지 진출했습니다. 지난 1954년 이후 15개 대회 연속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는 독일 축구는 그 나라의 국민성만큼이나 꾸준함을 드러내면서 세계 축구의 진정한 강호임을 과시했습니다.

이번 독일 축구의 선전은 뭐니뭐니 해도 메수트 외질, 토마스 뮐러, 루카스 포돌스키 같은 젊은 선수들이 이전 선수들과는 다른 기술 축구를 구사하면서 기존의 강점인 조직력과 결합해 강력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미하엘 발라크라는 걸출한 구심점이 없어져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강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능적이고 영리한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녹슨 전차 군단'이라는 옛 오명을 말끔하게 씻어내고 있습니다. 주축 선수들 자체가 25세 안팎의 평균 연령대를 기록하고 있을 만큼 성공적인 세대 교체는 앞으로 독일 축구가 진정한 강호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로도 이어져 더욱 많은 것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전망입니다.

이렇게 선전을 펼치고 있는 독일 축구가 끈끈한 조직력, 응집력을 과시하고 있는 데에는 아무래도 자국 리그에서 뛰면서 느끼는 자부심이 크게 한 몫 했을 수도 있습니다. 즉 독일 분데스리가가 독일 축구의 선전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는 얘깁니다. 다른 빅리그들과 다르게 자국 선수들을 여전히 많이 중용하고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는 독일 축구 대표팀이 강한 전력을 드러내는데 탄탄한 기초와 같은 존재로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빅3 도약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며 상당한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분데스리가는 양적 성장을 추구하는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리그 등 이른바 빅3 리그에 비해 질적 성장에 주요하게 포커스를 맞추는 전략으로 독일 축구의 중흥을 이끌고 있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 양적 성장의 붐이 일면서 유망한 선수를 해외에 빼앗기는 등 상당한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각 구단들이 수준 높은 경기를 위해 무분별한 선수 영입보다 자국의 유망한 선수를 키우는데 성의를 아끼지 않으면서 경쟁력 있는 리그의 면모를 갖춰 나갔습니다. 그 덕에 유럽에서도 인정할만한 유소년 클럽 시스템을 통해 실력 좋은 젊은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자국 내에서 경험과 실력을 쌓으면서 경쟁 력있는 리그의 틀을 갖춰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성과로도 이어져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이 올 시즌 10년 만에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에도 올랐고, 이어 독일 축구를 이끌 실력 있는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봇물처럼 쏟아질 수 있었습니다.

분데스리가의 경쟁력은 독일대표팀의 선수 구성만 봐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 출전팀 가운데 잉글랜드와 더불어 '유이'하게 자국 리그 선수들로만 구성해 월드컵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상당한 외국인을 대거 데려다가 10년째 자국 출신 득점왕을 배출시키지 못하는 수준의 떨어지는 경쟁력을 보인 잉글랜드와 다르게 독일은 팀에서 확실하게 밀어주면서 성장한 선수들이 대표팀 내 주축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보다 안정적이고 힘 있는 팀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경쟁력 있는 자국 리그에서의 성과가 대표팀으로도 이어져 서로 간에 '윈-윈'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졌고, 이것이 독일 축구가 더욱 강력해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대표팀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어 좋고, 리그는 높아진 선수 가치를 바탕으로 유무형적인 이익을 챙겨서 좋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기틀을 마련해낸 것입니다.

독일 축구가 한때 큰 위기를 겪었던 것은 바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로 이는 유럽 축구 전반이 양적 성장을 추구했던 시기와 맞물려있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꾸준한 투자와 육성을 통해 유럽 축구 내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리그 운영을 펼치고 있다는 평을 받는 분데스리가 덕에 독일 축구는 다시 옛 명성을 되찾고 있습니다. 인고의 노력 끝에 독일 축구의 부흥에 크나큰 역할을 해낸 분데스리가는 만약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는데 성공할 경우, 유럽 축구계에서 1980년대 중흥기 못지않은 새로운 조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 축구계의 양적 성장에 대한 거품론이 대단히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월드컵 선전을 통해 독일 축구가 진정한 최고 자리에 우뚝 서면서 세계 축구계의 성장 흐름에도 얼마나 큰 변화를 끼치게 할 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대표팀, 리그의 공생을 추구하는 K-리그에도 적지 않은 교훈을 안겨다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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