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길환영 전 KBS 사장이 충남 천안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 그러나 길 전 사장이 KBS 세월호 보도 통제 사건에 연루된 데다, 최근에는 자신이 근무했던 대학으로부터 특혜로 사무실을 임대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길환영 전 사장은 28일 충남시청 브리핑실에서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천안갑 재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길 전 사장은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해 제 한 몸을 기꺼이 던지겠다는 각오로 국회의원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28일 자유한국당길환영 전 KBS 사장이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천안갑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 코스프레', 진실은?

길환영 전 사장은 "천안의 정치지형으로 볼 때 천안갑에서 보수가 수성하지 못하면 완전히 민주당 독재가 될 것"이라면서 "저를 키워주신 고향 천안의 발전을 위해 열정을 다 바치겠다"고 말했다. 길 전 사장은 "언론대책 등 적임자로 생각한 당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심사숙고 끝에 입당을 수락했다"면서 "전략공천에 대해서는 당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길환영 전 사장은 KBS 사장 해임과 관련해 자신이 언론노조의 첫 번째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길 전 사장은 "방송사 언론노조의 첫 번째 희생자. 노조가 지상파 장악을 위한 시도를 했고 지난 정부가 노조의 힘에 밀려 정권이 해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길환영 전 사장은 "본부장이었던 2009년 임원을 하면서 노사관계의 최전선에 있었다. 노조가 지상파의 상징적인 KBS 위상 흔들기의 연장선에서 노조와 대립했었다"면서 "해임된 이후 노조 등이 힘을 얻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MBC와 KBS 사태가 일어났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길환영 전 사장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길 전 사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통제를 자행했다가 KBS 이사회에 의해 해임당했다. 이 같은 사실은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폭로로 밝혀졌다.

과거 김시곤 전 국장의 증언에 따르면 길환영 전 사장은 2014년 5월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편집주간, 취재주간을 불러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 김 전 국장은 "다른 사장은 그런 적이 없었다"면서 "보도본부 간부들 서로가 황당해서 얼굴만 쳐다보면서 아무말 못하는 상황이 펼쳐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전 국장은 길 전 사장과 나눈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면서 "대통령에게 누가 된다고 하면 길 사장은 말을 잘 들어줬다"고 말했다.

길환영 전 사장은 김시곤 전 국장에게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김 전 국장은 "길 전 사장이 저에게 사표를 내라고 하면서 '청와대에서 김시곤 사표를 받으라고 했을 때 그거 거역하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눈물로 호소했다"면서 "청와대에서 사장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보도국장에게 전화해서 이러는 건 명백한 압력"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러한 사실이 김시곤 전 국장의 폭로로 이어지면서 길환영 전 사장은 KBS 이사회로부터 해임당했다. 당시 KBS 이사회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사가 7명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길 전 사장의 해임안은 7대4로 가결됐다. 즉, 길 전 사장은 박근혜 정부의 손으로 해임된 것이다.

▲백석대학교 홈페이지 일부. 길환영 전 사장은 백석대 특임부총장으로 근무했었다. (사진=백석대 홈페이지 캡처)

길환영, 특혜 사무실 논란…자신이 근무했던 백석대 소유

최근에는 길환영 전 사장이 해임 이후 근무했던 대학교가 길 전 사장에게 '특혜 임대'를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굿뉴스365, 아시아뉴스통신 대전충남본부 등 충청지역언론은 이 같은 의혹을 비중있게 다뤘다. 길 전 사장은 "시세표 대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복수의 충청지역매체와 충청지역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길환영 전 사장은 지난 19일 충남 천안 신부동에 위치한 한 건물의 사무실을 얻었다. 문제는 이 건물이 길환영 전 사장이 한 때 특임부총장으로 근무했던 대학법인 백석대학교의 소유라는 점이다.

21일 이들 언론은 길환영 전 사장 사무실의 임대차 계약서를 요구했다. 길 전 사장 측은 22일 계약서를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계약서에는 19일자로 길 전 사장과 임대인 측이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으로 돼 있었다. 사무실 월세가 지급된 날짜는 22일로 명시됐다.

또한 길환영 전 사장이 월세로 지급한 금액은 99만 원이다. 이 또한 주변 시세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낮은 가격이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길 전 사장의 사무실보다 낡은 옆 건물의 임대료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200만 원이었다. 길 전 사장 사무실의 평수는 83평, 옆 건물의 평수는 60평이다. 길 전 사장이 자신이 근무했던 백석대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길환영 전 사장은 사무실을 옮겼다. 이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에서 길 전 사장은 "시세표대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길 전 사장은 "급히 사무실을 구하다보니 사려 깊지 못한 판단을 하게 됐다"면서 "오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에 몸 담았던 백석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다시 사무소를 옮겼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많은 언론사가 취재에 뛰어들었지만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기사를 작성한 송경화 굿뉴스365 기자는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까> 기자수첩에서 "적지 않은 언론사가 A후보(길환영 전 사장)와 B대학(백석대) 사이의 사무실 임대차 계약에 대해 취재도 했고 알고도 있었지만 누가 먼저 이 문제를 다룰 것인가도 관심사였다고 한다"면서 "결론은 아무도 이 문제를 기사화하지 않았다. 취약한 지방언론의 재무구조까지 거론될 만큼 문제는 심각했지만 '역시'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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