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운명의 날이 밝았습니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허정무호 축구대표팀이 오늘(26일) 밤 11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8강행을 놓고 운명의 한판승부를 벌입니다. 국제축구연맹 랭킹에서 16위에 올라 한국(47위)보다 크게 앞서 있어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국의 열세가 점쳐지고 있는데요. 그러나 단판 승부인 만큼 어떤 승부가 날 지는 전혀 모르고, 이변 가능성은 언제든 있기 때문에 태극 전사들이 새로운 기적을 일으키며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지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일단 한국은 조별 예선 3경기에 나섰던 베스트11 멤버에 큰 변화를 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해 허정무 감독이 추구하는 전략대로 경기를 펼친다는 얘기입니다. 과연 이번 경기에서 한국 축구가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의 꿈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이번 경기를 재미있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 5가지를 정리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남미 징크스, 우루과이전 첫 승 거두고 8강 성공할까

한국은 전통적으로 남미 징크스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아르헨티나에 1-4로 대패해 징크스가 입증되기도 했는데요. 역대 월드컵에서도 볼리비아와만 1무승부를 거뒀을 뿐 전체 성적 1무 3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아쉬움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허정무호는 이미 A매치 평가전을 통해 남미 징크스를 깬 팀으로도 유명합니다. 지난 해 8월,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면서 10년 만에 남미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고, 이어 지난 달, 에콰도르와의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두며 2연승을 달리기도 했습니다. 나름대로 남미팀에 2승이나 거뒀다는 것은 허정무호 입장에서는 크게 주눅들 이유가 없어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루과이와의 역대 전적을 거론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한국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우루과이와 처음 인연을 맺은 뒤 역대 전적에서 4전 4패의 절대 열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열린 2007년 3월 경기에서도 한국은 우루과이의 조직 축구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0-2로 패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상의 전력을 갖춘 상황에서 우루과이와 다시 대결을 펼치는 만큼 이번 경기는 역대 전적을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 경기에서 월드컵 남미 징크스를 깨고, 우루과이전 전패의 아픔도 씻어내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내는 모습을 보여줄 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 (루스텐버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5일 새벽(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루스텐버그 올림피아 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대표팀 훈련에서 허정무 감독이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0.6.25

강점 보인 세트 피스 이번에도?

한국 축구는 지난 예선 3경기에서 5골을 터트려 이 중 3골을 세트 피스로 넣은 특징을 보였습니다. 세밀하고 파워 넘치는 킥력을 자랑하는 기성용의 킥은 중앙 수비수 이정수에게 정확히 이어져 2골을 만들었고, 박주영은 나이지리아전에서 직접 프리킥으로 골을 만들어내며 16강행을 결정짓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열세에 몰리거나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긴장감있는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서 그야말로 '세트피스 한 방'으로 한국은 승점 4점을 챙기고 원정 첫 16강의 위업을 달성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도 세트 피스가 위력을 발휘하며, 승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키커들의 킥력이 상승세에 있고, 폼이 떨어진 '왼발잡이' 염기훈까지 날카로운 면모를 보여준다면 우루과이전 세트 피스는 예선 때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비진이 좋은 우루과이를 한 방에 무너뜨리는 날카로운 세트 피스로 8강행의 운명을 결정짓는 허정무호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박지성vs포를란 맞대결

이번 경기의 양 팀 키플레이어는 박지성과 디에고 포를란입니다. 재능있는 경기 운영이 돋보이는 박지성과 결정력있는 슈팅력이 일품인 포를란은 양팀을 대표하는 선수이자 상대를 공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로서 이 경기의 운명을 좌우할 선수들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양 팀 입장에서는 이들을 얼마나 활용하고 반대로 상대를 얼마나 잘 막아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엇갈릴 것으로 보여 이들의 활약을 중점적으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한국 입장에서는 포를란을 막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루과이 자체가 포를란에게 공격 의존도가 높은 만큼 끈적한 수비 능력을 자랑하는 김정우에게 높은 기대를 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스전때처럼 중원과 수비의 간격을 좁혀 포를란으로 이어지는 공격의 숨통 자체를 끊는다면 이렇다 할 결정적인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결론은 2,3차전에서 허물어진 수비조직력을 1차전 그리스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나이지리아전 이후 4일 만에 얼마만큼 끌어올리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당당하고 유쾌한 공격 축구 보여줄까

예선전 내내 골을 넣기는 했지만 공격수가 경기 중에 결정짓는 골이 단 한 골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박주영의 파트너로 나온 염기훈은 공격의 맥을 끊는다는 비판을 받으며, 여론의 도마에 올라 있는 상황인데요. 수비적인 측면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낫다고 판단한 허정무 감독의 생각에 염기훈이 우루과이전에서도 중용될 것으로 보여지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동국, 이승렬,안정환 등 다른 공격수들의 투입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어찌 됐든 아직까지 필드골이 없는 공격수들이 침묵을 깨고 득점포를 가동해 남미팀을 상대로 강력한 공격 축구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승부차기 대비, 이운재 나올까

이번 16강전부터는 토너먼트의 특성상 전후반, 연장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경우 승부차기로 승부를 가려야 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상당한 변수가 많은 승부차기에 대비해 대표팀 선수들 역시 많은 훈련을 했다고 하는데 승부차기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하는 골키퍼 이운재가 연장전에서 이런 상황을 맞이했을 때 투입이 될 지 눈여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승부차기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는 이운재를 투입할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는데요. 2002년 한일월드컵 8강, 2004 K-리그 챔피언결정전, 2007 아시아컵 3-4위전, 2009 FA컵 등 중요한 대회 때마다 인상적인 승부차기 선방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성적을 낸 이운재를 허정무 감독이 이 상황을 맞이했을 때 정말로 기용할 지 주목됩니다. 이운재 입장에서는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해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면에서 명예 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떨게 하는 승부차기보다 전후반전에 모든 승부가 가려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예선전에서 성과와 과제를 동시에 보여주며 비교적 기분좋게 16강에 오른 한국 축구. 이번 경기에서 시원한 경기력과 후회없는 승부를 벌이며, 당당하고 유쾌한 도전을 계속 해서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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