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한국사회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미디어 시장과 환경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미디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시장주의적 관점을 견지했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살아왔고, 뭔가 또 다른 변화를 기대하게 되는 문재인 정부에 이르렀다.

2008년 당시 미디어 환경에 대두된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대의제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방·통 융합의 대표적인 매체로 탄생한 IPTV는 방송시장의 주류매체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더욱 진화된 기술을 접목한 통신-방송 미디어들은 또 다시 새로운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도입 논란이 거셌던 종합편성채널은 기존 채널들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성장했고, 큰 성과를 거둔 대형 PP들도 등장했다.

반면에 넓게는 미디어 영역의 공공성이라는 가치에 가장 접근해 있으며, 이를 구현해야 한다고 믿었던 공영방송, 나아가 지상파 방송은 정치권력에 속절없이 무너졌으며, 자본권력에 영합해 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연구소가 창립 초기 직·간접적으로 수행했던 연구주제가 공영방송, 지상파, 공공서비스, 시청자 복지, 보편적 서비스 등에 집중되었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유료방송, 스마트 미디어, OTT, 시장경쟁, 모바일 플랫폼 등으로 변화된 것도 바로 이러한 환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공공미디어연구소는 10년을 살아왔다. 더 정확히 말하면 버텨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보수 정권 9년과 방·통융합 시대를 지나 스마트미디어 시대, 소셜미디어 시대 등 환경이 변화하면서 연구소의 이름과도 같았던 ‘미디어의 공공성’이라는 가치는 갈수록 축소 혹은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미디어에 있어서 공공의 영역에 대한 연구가치와 정책적인 고려대상은 더 이상 최우선 순위가 아니기에 ‘공공미디어연구소’에서 ‘미디어’를 떼 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연구소의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고민도 있었고, 어쩔 수 없이 연구원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을 연구소는 버텨왔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연구소의 창립 당시 구성원들과 공유했던 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약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미디어 장악에 저항하고자 했고, 어떤 연구과제, 정책과제를 수행하더라도 미디어의 공적 영역에 대한 수호와 확대를 항상 기억하고 반영하려 했음을 자부한다.

앞으로도 미디어 환경에 있어서 공적 영역은 더욱 축소될 것이고, 상업화와 시장의 영역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시 연구소는 10년을 버텨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금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기존과는 조금은 다른 변화이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와 미디어의 공공성을 위해 연구소는 또 다른 10년을 준비할 것이다.

10년 간 공공미디어연구소를 다녀간 모든 연구원들, 연구소를 걱정하고 지지하며 지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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