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갈수록 현실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하고, 익숙함과 식상함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하나의 스타일로 당대 최고 스타의 자리를 호령하고 있는 이에게 이런 지적을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미세한 타격폼 교정 하나로도 하루아침에 슬럼프로 떨어져버리기 십상인 야구선수처럼, 대중의 관심과 애정을 먹고 자라는 스타에게 그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무기를 바꿔보라는 충고는 어쩌면 달콤하지만 위험천만한 유혹이 될 수 있으니까요.
선한 인상, 남을 배려하는 진행 방식, 긍정적이고 양보하는 이미지라는 유재석이라는 이름이 포함하고 있는 가치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일부러 얻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서 생겨나는 것도 아닙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그가 지금껏 진행해왔던, 그리고 수행해왔던 경험들이 시청자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형성된 매우 강력한 연계의 끈인 셈이죠. 개인 생활은 물론이고 한 번의 실수에도 무너질 수 있는 양날의 칼이지만 누구나 부러워하는 압도적인 호감덩어리. 유재석이란 이름은 이젠 단순히 잘 웃기는 유능한 진행자의 범주를 넘어선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번 시도가 유재석과 정말 착 달라붙는 일체감을 보여주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름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제겐 모호한 중성미를 내뿜는 유재석이나 차를 향해 힘찬 해머 질을 하는 그의 모습이 조금은 어색했으니까요. 차라리 미숙한 MC 장연주의 서툰 모습을 챙겨주며 주위의 리액션을 자연스럽게 이끌어주는 MC로서의 유재석이 훨씬 더 익숙하고 편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역시 1인자로서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니까요.
네. 굳이 전문가들의 요구대로 완전히 변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가끔씩 자신들에게도 다른 모습이 있다는 것을, 그것을 언제든지 선보이며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만을 보여주어도 충분해요. 많은 사랑을 받는 장수 프로그램일수록, 최고의 자리에 오래 머물며 대중들에게 노출 빈도가 심한 스타일수록 필요한 새로움의 에너지를 무한도전은 이런 방식으로 충전해버렸습니다. 출연진들의 이미지 개조도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웃음과 재미도 주고, 그 결과로 기부까지 하다니 이런 탁월함은 정말 다른 이들이 따라갈 수 없는 무도만의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그들은 정말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