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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의 묵직한 질문, 우린 이보영이 될 수 있을까?[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8.02.09 13:13

참 서글프고 힘든 이야기이다. 오래 전 일본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성공했던 드라마 <마더>는 뒤늦게 리메이크되었지만, 가장 적절한 시기에 방송되고 있다. 우리 사회 아동학대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정면으로 다룬 드라마는 그만큼 큰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과거와 마주한 수진;
영신 수진 친모에 대한 분노, 윤복이는 수진의 과거이자 현재이다

유명 배우인 영신에게는 세 딸이 있다. 그런 그녀에게 가장 애정이 가는 딸은 첫째 수진이다. 마음으로 낳은 이 아이는 가장 힘들었던 시절 영신을 일으켜 세운 존재다.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지는 것이 영신의 꿈이자 목표였다. 이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그렇게 영신은 뛰어난 배우로 거듭났다. 

영신의 마음과 달리, 수진은 그녀를 벗어나려 노력할 뿐이었다. 공개 입양이 되었던 아이. 자신을 버린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는 항상 수진을 지배하고 있다. 간헐적으로 기억나는 어떤 남자의 지독한 폭행. 그 기억의 끝은 가정 폭력을 하던 아버지라는 사실로 이어진다. 비록 그 기억이 완전하지 못해 유추를 못할 뿐이지만 말이다.

tvN 수목드라마 <마더>

수진과 친모는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왔다. 그날 수진의 어머니는 딸을 구하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했다. 아이를 맡이 키워줄 수 있는 고아원 앞에 수진이를 묶어두고 떠난 어머니. 그녀는 자신과 딸을 구하기 위해 남편이자 수진의 아버지를 막아야만 했다. 

동네에서 마녀라고 소문이 난 '손가락 할머니'는 그런 사연이 있었다. 살인자라는 소문은 그저 소문이 아니다. 딸을 보호하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 그렇게 형을 살고 나온 후에도 그녀는 딸 앞에 나타나지 못했다. 그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몰래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어머니는 여자는 올 수 없는 이발소를 운영하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딸 수진이를 지켜봐왔다.

마음에만 품고 있던 그 딸이 어린 아이를 데리고 급하게 자신의 이발소로 찾아와 도와 달라고 한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딸과 함께하게 된 시간들. 이 모든 것이 너무 소중한 엄마는 딸이 데려온 아이를 통해 삶의 희망을 되찾게 되었다. 윤복이에게 숨겨진 비밀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딸이 데려온 딸은 너무 소중했다. 

그 소중한 손녀에게 모든 것을 줬고, 그렇게 비밀의 문은 열리고 말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할머니가 준 열쇠 꾸러미들을 가지고 문을 열어가며 놀던 윤복이는 수진이 버려진 모습으로 잠들어 있었다. 뒤늦게 들어와 충격을 받은 수진. 그렇게 그녀는 이발소 아줌마가 자신의 친모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tvN 수목드라마 <마더>

그리워하면서도 증오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 그렇게 어머니를 만난 수진은 분노했다. 왜 자신을 데리러 오지 않았는지 여전히 의문이고 분노로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너무 그리워했기 때문에 수진의 분노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진은 윤복이 손을 잡고 의사인 진홍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야 했다. 

윤복은 진홍이 무섭다. 그저 자신을 학대하던 설악과 비슷한 연배의 남성들은 모두 무섭다. 윤복을 더욱 두렵게 하는 것은 아픈 상태에서 진홍에게 자신의 진짜 이름과 엄마를 밝혔다는 것이다. 그게 두렵다. 수진과 함께하는 도주가 그렇게 끝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윤복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홍은 수진의 상황을 이해한다. 그녀가 윤복을 데리고 도주하려는 이유가 단순히 아이를 유괴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그래서 진홍은 윤복을 그리고 수진을 돕고 싶어 한다. 비밀을 지켜준다는 진홍의 말에 이내 밝아진 윤복은 천성이 착하고 밝은 아이다. 

악마인 설악은 어린 시절 학대를 받았다. 그 학대의 흔적은 그를 괴물로 만들었다. 설악은 혜나만을 괴롭힌 것이 아니다. 그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자만 만나왔다. 그렇게 그 가족 안에 들어가 어린 아이를 괴롭히고 죽이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아동 연쇄살인마다.

tvN 수목드라마 <마더>

그가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을 괴롭히고 죽이는 이유는 그 나이대에 자신이 당한 학대에 대한 복수다. 직접 자신을 학대한 이에게 복수를 할 수 없는 그는 그렇게 잘못된 방법으로 자신을 나름 치유하고 있는 중이다. 그에게는 여자가 필요한 게 아니라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어린 아이가 절실할 뿐이다. 

영원한 비밀은 존재할 수 없다. 암으로 투병 중인 영신은 수진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진의 막내 동생인 현진을 도운 윤복이로 인해 그 사실은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감출 수 있는 비밀은 존재하지 않고, 그렇게 기자인 현진이는 엄마에게 언니 수진과 윤복이 이야기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 

이발소 여주인이 수진의 친모라는 사실을 알게 된 영신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도 너무 소중한 딸 수진을 왜 그렇게 학대하고 버렸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숨겨진 비밀을 알 수 없는 영신이 친모에게 화를 내고 분노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영신에게 이 상황은 큰 의미로 다가온다. 어서 죽기를 원하던 그는 삶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소중한 그래서 더 아프기만 했던 딸 수진. 그 아이가 데려온 아이 윤복. 그 아이가 행복해지는 것을 보고 싶은 할머니 영신은 살고 싶다. 자신의 딸이 어떤 짓을 했듯 모두 감싸고 싶은 엄마는 그렇게 어린 손녀를 위해 삶의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tvN 수목드라마 <마더>

수진에게 혜나, 아니 윤복은 자신의 초상이다. 어린 시절 자신이 윤복에게 그대로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혼도 아이도 가지고 싶지 않았던 수진이 혜나와 만나며 간절하게 그 아이를 보호하고 싶었던 것은 그 모습 속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정 폭력과 어머니에게 버려진 아이. 수진과 윤복은 동일인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결코 행복해질 수가 없다. 현행법으로 수진은 아동 납치범이다. 그 굴레를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린 과연 수진을 비난할 수 있을까?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그렇게 버려진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 과연 잘못인 것인가?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갑작스럽게 아동 학대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그동안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아동 학대에 비로소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법률적으로도 미비한 현실 속에서 제대로 아이를 보호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제도가 아이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우린 어떻게 아이를 살릴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면 극중 이보영이 했던 행동에 감정이입이 될 수밖에 없다. 

사회가 지키지 못하는 아이. 부모인 엄마가 동거남의 폭행마저 감싸고 있는 상황에서 그 아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그들에게서 떼어 놓는 것 외에는 없다. 우린 이보영이 될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8년 만에 리메이크 된 <마더>는 우리에게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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