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굴 세계 최고의 축구 축제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한국 축구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날 또한 얼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7회 연속 본선에 진출해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기록을 갖고 있는 한국 축구는 그리스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잇따라 경기를 치러 사상 첫 원정 16강의 위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매 경기 최선을 다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첫 경기는 그 어떤 경기보다도 중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가 지난 2002년에도 폴란드와의 첫 경기를 깔끔하게 이겼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는데요. 이번 본선의 첫 상대 그리스(6월 12일 저녁 8시 30분, 포트 엘리자베스)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 축구가 정말 반드시 넘어야 할, 그리고 넘어설 수 있는 상대로 여기고 경기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 지난 2007년 2월, 영국 런던에서 치렀던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박지성이 강한 슈팅을 날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사실 그리스는 이번 본선이 두 번째 경험입니다. 지난 1994년에 이어 16년 만에 모처럼 큰 경험의 기회를 얻은 것이지요. 유로2004 우승이라는 그리스 축구 사상 최고의 쾌거는 본선 진출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번 유럽 예선에서 플레이오프를 통해 꿈에도 그리던 본선 진출을 확정지으면서 모처럼 큰 무대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앞서 전한 것처럼 그리스는 6년 전, 유럽은 물론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바로 유럽 축구 최강팀을 가리는 유로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 그것인데요. 철저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강한 역습, 이 단 하나의 패턴만으로 상대들을 잇따라 따돌리며 사상 최고의 쾌거를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무너뜨린 팀만 전 대회 우승팀 프랑스를 비롯해 개최국 포르투갈, 다크호스 체코까지 유럽을 대표하는 강호들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이전까지 '지는 팀'으로의 이미지가 강했던 그리스는 이 대회 우승으로 '해적선'이라는 별칭이 새로 만들어질 만큼 무서운 팀으로 발돋움하게 됐습니다.

▲ 오토 레하겔 감독 ⓒ그리스축구협회
그리스 축구가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10년간 그리스 팀을 맡았던 '명장' 오토 레하겔 감독 덕분이었습니다. 레하겔 감독은 그리스 팀을 맡기 전에도 유럽 유수의 클럽팀을 맡아 좋은 성과를 내는 등 '우승 제조기'로서의 명성을 휘날린 명장이었는데요. 독일 출신으로 지난 2001년부터 팀을 맡은 레하겔 감독은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지를 이식시키며, 팀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데 성공, 그리스만의 축구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하여 유로 대회 우승, 16년 만의 본선 진출을 이끌어내는 큰 역할을 수행해냈습니다. 선수 면면이 약해보인다 해도 그들이 강해보이는 것은 바로 레하겔 감독의 존재 때문이라는 말을 할 만큼 레하겔 감독이 그리스에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스가 추구하는 전술은 바로 선수비 후역습 전략입니다. 강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상대의 파상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낸 뒤, 정확한 역습을 통해 상대의 허를 찔러 기를 꺾는 전략으로 경기를 가져오는 전술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특히 그리스는 190cm가 넘는 키 큰 선수들이 많아 '장신 군단'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베스트 11 가운데 4-5명 정도가 190cm를 상회하는 큰 키를 자랑해 상대팀으로서는 위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 큰 키를 통해 그리스는 공중볼 장악을 통한 타점 높은 헤딩으로 상대의 골문을 정조준하고, 그 덕에 프리킥, 코너킥 같은 세트 피스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장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 테오파니스 게카스(위),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아래) ⓒ그리스 축구협회
그리스에서 조심해야 할 선수는 바로 득점 기계, 테오파니스 게카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팀 득점의 절반을 기록할 만큼 그리스 내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카스는 2006-07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답게 뛰어난 골 감각을 과시하는 유럽의 대표적인 스트라이커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여기에 그리스의 미래, 게오르기스 사마라스(셀틱)와 유로2004 우승 주역인 앙헬로스 카리스테야스(뉘른베르크)는 그리스의 공격을 책임지는 선수들로 이번 본선에서 활약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수비 전력의 핵, 키르기아코스(리버풀), 유일한 테크니션으로 예리한 패싱 능력이 돋보이는 소티리스 니니스(파나티나이코스)도 경계 대상 후보로 거론해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유로 대회 우승으로 빛나는 그리스라 해도 최근에는 장점보다는 약점이 더욱 눈에 띄는 팀인 것이 사실입니다. 공격 패턴 자체가 단순하다보니 조직적인 축구로 맞서면 현저하게 약해지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는 팀이 바로 그리스입니다. 선수들의 키가 전반적으로 커서 이들의 단점이라 할 수 있는 스피드, 기동력 면에서도 약점을 드러내고 있으며, 전체적인 스타일이 완전히 노출돼 선수들의 움직임이 비교적 예측이 가능한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입니다.

우리 태극전사들 입장에서는 반복된 훈련과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통해 다져진 팀워크, 빠른 기동력을 바탕으로 한 조직 축구로 승부한다면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히 우리는 그리스와의 역대 전적에서도 1승 1무로 앞서고 있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도 심리적인 요소에서 앞서는 계기가 돼 태극 전사들은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간다면 기분 좋은 승리를 챙길 수 있는 팀으로도 조심스럽게 예측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경기는 해봐야 아는 것입니다. 그리스 역시 한국을 강력한 1승 제물로 생각하고, 첫 경기에서 총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습니다. 효과적인 경기 운영을 바탕으로 어느 팀이 더 지능적으로 상황에 대처하고, 얻은 기회를 더 정확하게 살리느냐에 따라 경기의 희비는 엇갈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쪼록 첫 단추를 잘 꿰야 하는 이 경기, 그리스전에서 한국 축구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이뤄지기를 꼭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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