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언니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분명 제빵왕 김탁구로서는 호재이다. 나쁜 남자가 수목드라마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지만 한동안 수목을 지배한 KBS에 습관적으로 손이 가게 된다. 경향성은 참 무서운 것이다. 게다가 추노에 이어 신데렐라 언니까지 수목 드라마에 있어서 KBS에 대한 기대감도 무시 못 할 프리미엄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아동스러움과는 달리 첫 회 김탁구는 시작과 동시에 막장 설정과 자극적 소재로 인해 '욕먹는 드라마'로 가는 티켓을 획득했다. 아들을 낳기 위해서 옛 남자이자 남편의 부하직원과 혼외정사를 벌이는 전인화와 거의 비슷한 이유로 전광렬은 보모 전미선과 하룻밤을 보낸다. 이런 독한 설정도 위태로운데 아빠인 전광렬과 보모의 부적절한 키스신을 문밖에서 딸 자경이 지켜본다.

시차는 있었지만 어쨌든 전광렬과 아내 전인화 모두 임신에 성공한다. 그런 와중에 보모 전미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전인화는 당장 아기를 지우라고 몰아붙인다. 그러나 전미선은 처음 본 병원 간호사의 도움으로 정성모(전인화의 옛 애인)의 감시를 피해 도망친다. 그런 후에도 결국 아기를 낳는 날 정성모는 전미선을 찾아낸다. 그렇지만 차마 살아있는 생명까지 해칠 수 없었던지 순순히 놓아준다.

우여곡절을 겪은 전미선은 외딴 곳에서 삯바느질을 하며 아들 김탁구를 어렵게 키워간다. 그런데 그곳은 전광렬의 빵공장이 있는 곳이다. 유난히 빵을 좋아하는 김탁구는 주인집 아들의 꾐에 넘어가 빵을 훔치러 공장에 들어갔다가 들켜 도망치는 도중에 친아버지 전광렬을 만나게 되는 것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진 시대 배경만큼이나 김탁구 첫 회는 딱 그 시대의 드라마스러웠다. 막장이라기보다는 시대극을 열심히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쓸 수 있는 내용이었다. 주연 라인의 어린 배우들보다는 전광렬, 전인화, 정성모, 장항선 등 굵직한 배우들의 존재에 대한 기대감이 사실은 더 크다. 개인적으로는 우선 전광렬 때문에 이 드라마를 주저 없이 선택하게 됐고 전인화라는 보너스에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첫 회를 보고는 큰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함량미달의 드라마라는 판단부터 하게 된다. 뭐든 시작은 두 말 할 것 없이 중요한데 김탁구의 시작은 이런 이야기를 왜 또 할까 싶을 정도로 이미 오래 전에 폐기된 스토리였다. 그래서 주저 없이 "이 드라마는 저질 막장 드라마야"라고 소리 지르고 싶지만 겨우 참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전광렬 때문이다.

제작발표회에서 전광렬은 “이번 대본 자체가 사람 향취가 굉장히 짙게 묻어났다. 감동을 줄 수 있는 드라마라는 확신이 섰다. 보시면 왜 전광렬이 출연했는지 아실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시놉시스에서 화려하지만 내실이 없는 드라마가 많다는 비판도 곁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첫 회만 보고는 전광렬의 말을 잊어버리고 싶을 정도다. 물론 30부작의 대본이 모두 나왔을 리가 없으니 전광렬 역시 드라마 전부를 꿰뚫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오랜 배우 생활을 통해서 얻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을 터 판단을 주저하게 만든다. 첫 방의 실망을 딛고 어떻게 전광렬이 말한 '사람의 향취'로 돌아오는지 지켜봐야겠다. 또한 전광렬을 믿고 싶다.

30부작이라는 만만치 않은 분량의 겨우 한쪽만 보고 판단을 하는 것은 분명 경솔한 일이다. 게다가 믿을 만한 배우들도 즐비하게 포진하고 있다. 신데렐라 언니에서 김갑수, 이미숙이 그랬던 것처럼 전광렬, 전인화, 정성모, 장항선 등의 배우들 때문에라도 김탁구에 대한 기대와 미련을 놓기가 저어된다. 그렇지만 시작은 참 거시기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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