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미래에셋이 박현주 회장에 대한 고발기사를 감추기 위해 '보도자료 밀어내기'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저녁 보도된 박회장의 '황제놀이' 기사를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의혹이다.

1일 증권을 담당하는 A기자는 미래에셋대우로부터 보도자료를 하나 받았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올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보다 50% 성장한 연결 기준 세전이익 1조 원을 목표로 글로벌 투자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다짐하는 자료였다.

미래에셋대우 보도자료를 본 A기자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실적 발표 보도자료를 발표한 상황에서 다음날 올해 실적 목표를 발표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통상적인 미래에셋대우의 보도자료는 신년사 등을 제외하고는 관계자 명의로 멘트가 나오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유독 이 보도자료는 박현주 회장의 발언이 포함돼 있었다. 당장 지난달 31일 발표한 실적 보도자료에서도 상당한 호실적에도 회장의 발언은 등장하지 않았었다.

▲1월 31일자 뉴스타파 <미래에셋 박현주, 해마다 여직원 골프대회에서 '황제 놀이'?> 보도 갈무리. (사진=뉴스타파 홈페이지 캡처)

이 같은 보도자료를 본 복수의 증권부 기자들은 전날(31일) 저녁 뉴스타파가 보도한 <미래에셋 박현주, 해마다 여직원 골프대회에서 '황제 놀이'?> 기사를 떠올렸다. 해당 보도에서 뉴스타파는 박현주 회장이 여직원들을 동원해 골프대회를 열고 장기자랑을 시켰으며, 밤 늦게까지 음주가무를 했다고 고발했다. 박 회장은 여직원들의 장기자랑을 홀로 심사해 순위를 매겼다고 한다.

증권부 기자들은 박현주 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의심이 들었다고 한다. 미래에셋대우뿐만이 아니다.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박현주재단,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미래에셋 그룹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내용도 다양했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다문화가정에 이중언어교재를 지원했다", "해외 교환 장학생 4500명 돌파했다" 등의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놨고, 미래에셋생명은 "꽃 나눔 봉사로 노인들에 사랑을 전파했다"는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제공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박현주 회장이 "배당금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같은 미래에셋 그룹사들의 자료는 순식간에 기사화돼 퍼져나갔고, 뉴스타파 보도는 뒤로 밀려났다. 경향신문, 서울신문 등이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해 기사화했지만, 현재 포털 검색에서 박현주 회장의 황제놀이 논란은 뒷전이 됐다.

▲2월 1일 저녁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미래에셋 박현주' 등 3가지 키워드로 네이버에 검색한 결과. (사진=네이버 캡처)

미디어스는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미래에셋 박현주' 등의 키워드를 직접 네이버에 검색해봤다. 미래에셋을 검색하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세전이익 1조 원 목표">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미래에셋대우, 펀드페스티벌 시즌2 실시> 등의 보도자료가 최상단에 등장한다.

박현주 회장을 검색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역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세전이익 1조 원 목표"> 보도자료가 최상단에 등장하고, 그나마 서울신문이 뉴스타파의 보도를 인용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황제놀이' 논란…여직원 대상 '기쁨조 골프대회'> 기사가 아래에 등장했다. 미래에셋 박현주를 검색했을 때도 역시 미래에셋대우의 보도자료가 최상단에 등장하고, 아래에는 <글로벌 인재 키우는 기부왕, 미래에셋 박현주>라는 보도자료가 등장했다.

A기자는 "정황상 아무리 봐도 이런 자료가 나올 수가 없다. 정말 짧은 자료인데 회장 이름까지 들어가 있었다"면서 "미래에셋대우 말고도 다른 미래에셋 그룹사에서도 자료를 냈다. 대놓고 밀어내기 하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역시 경제지에서 증권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B기자는 "어제 저녁에 고발기사가 터지니까, 오늘 세전이익 1조 원 목표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일부 기자는 기사 써달라는 전화까지 받았다고 했다"면서 "아무리 봐도 밀어내기다. 평상시에 보도자료 써달라고 전화가 오진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밀어내기는) 절대 아니다"라면서 "공시를 하고 나서 실적 관련 보도자료를 뿌렸더니, 올해 목표는 얼마냐는 얘기가 나왔다. 문의가 많이 와서 올해 얼마 목표라고 샤우팅을 하자는 의미의 보도자료였다"고 설명했다.

기자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박현주 회장의 멘트를 활용한 것에 대해서는 "1조라는 숫자는 의미가 다르다. 임팩트가 있다"면서 "이건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보도자료다.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했던 매체에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활동의 중요한 전략이기도 하고, 회장님이 직접 글로벌IB 도약 진두지휘를 하고 있으니, 회장님 이름으로 가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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