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이자 배우 비(정지훈)가 주연을 맡았던 '닌자어쌔신'으로, 2010 MMA(MTV Movie Awards) 최고 액션스타상(Biggest Badass Star)을 수상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그와 함께 최종후보에 오른 경쟁자가 안젤리나 졸리, 크리스 파인, 샘 워싱턴, 채닝 테이텀 등, 그야말로 월드스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쾌거 중에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국내 최초일 뿐 아니라, 아시아에선 성룡, 장쯔이 등에 이은 다섯 번째 수상이라는 사실에서, 결코 작지 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에 네티즌들도 과연 '월드스타'라며, 아낌없는 격려와 축하를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수상이, 과연 그동안 그를 향해 불거졌던 '월드스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여전히 비를 비난하는 사람들, 왜?

세계적인 스타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수상의 영광까지 거머쥔 대한민국 청년 비. 칭찬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자랑스럽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의 수상을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유는 MMA가 아카데미나 칸 영화제와 달리, 권위를 세우고 작품성을 따지기 보다는 대중의 인기가 절대적으로 반영된다는 사실에서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MTV 무비어워즈는, 네티즌에 의한 온라인투표가 수상과 직결된다. 이것은 최고영화상과 남녀주연배우상을, 10대에게 어필했던 <뉴문>이, 싹쓸이 한 배경에서도 알 수 있다. 비의 액션스타상도 헐리우드 관계자들이 아닌, 네티즌들이 힘으로 이뤄진 것이다. 때문에 비의 수상을 평가절하 하는 시선이 존재한다.

그러나 네티즌의 힘을 얻어서 받은 상이 폄하될 이유는 없다. 네티즌의 사랑에서 비에게 밀린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배우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비팬들의 열성적인 투표가 한몫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그러나 사실여부도 불투명한데다,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국내팬이 투표를 행사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성룡이나 장쯔이와 같은 배우들은 자국팬의 투표 없이, 백프로 외국인들의 투표로 MMA에서 수상했을까? 4개 부분을 석권한 <뉴문>은 어떻게 봐야하나?

'월드스타' 타령은 누가하고 있나?

MMA는 연기상이 아닌 인기상에 가깝다.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배우가 유리하다. 스타라는 말과 가장 부합되는 인기. 비는 이번 수상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치,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월드스타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성과를 낸 셈이다.

비의 수상소감은 더욱 인상 깊었다. 수많은 스타와 전 세계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엉덩이를 치며, 운동 좀 했다는 조크를 날리는 여유. 만약 국내영화제에서 비가 같은 행동을 보였다면, 점잖지 못했다며 비를 힐난하는 네티즌이 적잖았을 것이다.

그가 새 앨범을 들고 컴백했을 당시, 각종 예능프로에 출연한 비의 태도를 보며, 월드병에 걸려 건방이 하늘을 찌른다는 비판적인 시선이 많았다. 비의 '여유'를 '건방'으로 받아들이고, 진짜 월드스타인 줄 안다는 착각 따윈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얘기들.

그럼 그 '월드스타'는 누가 만들었나. 국내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대중들이 그의 스타성을 인정했다. 그리고 아시아를 넘어, 헐리우드까지 진출한 비에게, '월드스타'라는 수식어를 안겨주었다. 언론이 안겼고, 대중들이 소화했다. 그런데 헐리우드에서 인기가 생각보다 시원치 않다 해서. 이제와 '월드스타' 딱지를 떼라고 강요한다. 그리고 MMA에서 수상하자, 진정한 월드스타였다며, 반대로 찬사를 보낸다.

국내에선 대표적인 월드스타로 강수연, 칸의 여왕 전도연을 꼽는다. 그리고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그녀들의 경력은, 평생 월드스타 꼬리표를 달게 해줄 것이다. 한번 월드스타는 영원한 월드스타로 인정받는 그녀들과 달리, 비에겐 '월드스타' 수식어를 줬다 뺏으려 드는 사람들이 많다.

스타는 인기와 상품성이 가장 먼저다. 아무리 연기를 잘 해도, 대중이 몰라주면 스타의 가치는 떨어진다. 강수연과 전도연이 월드스타라지만, 전 세계에서 그녀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들만 인정한 월드스타는 정작 그녀들이 아니었나? MMA 수상여부를 떠나, 적어도 비는 아시아에서 인지도가 최고 수준이고, 헐리우드에서도 꽤 알려진 배우란 사실이다.

국내의 시선으로 보면, 월드스타 개념은 전도됐다. 국내 팬이 인정하지 않으면 월드스타가 될 수 없다는 편견. 정작 월드가 아닌 내셔널로 접근한다. 더 안타까운 건, 월드스타 타령은 비가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비 스스로 먼저 월드스타를 들먹인 적 있는가. 비를 비판하기 위해, 월드스타라는 수식어와 엮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집안에서 사랑받지 못하면, 밖에 나가서도 기를 펴지 못한다. 비에게 무조건 '월드스타' 대접을 하고 떠받들자는 얘기가 아니다. 당연히 잘못하면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칭찬과 격려가 필요할 때마저, 꼬투리를 잡는 모습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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