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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에 대한 풀리지 않은 퍼즐, 그 사이[전규찬 칼럼]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승인 2018.01.30 08:00

작년 5월, 그의 내정설은 한겨레 내부는 물론이고 미디어운동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당시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는 이렇게 썼다. “내부에서는 ‘만약 가게 된다면 한겨레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최순실 게이트’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그의 청와대행은 언론인 윤리와 언론 신뢰 문제, 폴리널리스트 논란 등으로 직결된다.” 결국 그는 자리를 고사했다. 특별취재팀을 맡아 이재용·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파헤쳐 특종을 날린 관록의 기자 김의겸은 회사에 머물기로 한다.

그리고 반년이 지나, 김의겸은 다시 저널리스트의 오랜 자리를 떠날 모양이다. 청와대를 떠날 박수현 현직을 대신할 청와대 대변인으로 내정되어서다. 내부충격을 줄이기에 필요한 시간이 지났는가? 주변의 설득과 이해가 일정하게 이루어졌고, 그가 투입될 조건이 다급하게 조성되어서일까? 정치권의 반응은 예상대로다. 여당은 김의겸 전 한겨레 선임기자의 대변인 내정에 대해, “대변인으로서의 역량과 감각, 소통능력을 충분히 갖춘 인사”라고 평가했다. 반대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코드인사‘, ’보은인사‘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6·13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후임에 김의겸(55) 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를 내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김의겸 기자의 청와대 대변인 재 내정을 두고 주변은 의외로 잠잠하다. 별 이야기가 없다. 그래도 평가는 두 갈래로 정확히 갈린다. 서울대 이준웅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까지 기자 옷을 입고 권력에 질문하던 자가 오늘 옷을 바꿔 입고 권력의 편에서 답변“하는 건 한국 언론 문제의 ‘최악 중 하나’라고 질타했다. 김 기자가 몇 개월 전에 한겨레에 사표를 냈기 때문에 ”‘현직 기자’가 ‘행정부로 직행’하는 사태는 피했으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입 안이 쓰다“고 적었다. 그는 사안을 근본에서부터 시비한다. 그의 비판은 혹독하다.

나는 일간지 국장급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가는 일은 대법관이 대형 로펌에 가는 것만큼이나 웃기는 일이라 생각한다.…언론인 스스로 자기의 전문적 정체성을 망치는 일이다. 한국 언론의 정파성을 강화하고 언론직의 기회주의를 조장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런 일이 반복하는 한 언론개혁이고 뭐고 다 소용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기자가 스스로 자기가 몸담았던 업을 버리고 다른 길을 택하는 지경인데,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이에 대한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이명박근혜 때의 낙하산과 문재인 때의 낙하산, 박근혜 때의 민경욱과 문재인 때의 김의겸을 똑같이 비난”하는 건 “큰 함정”이라는 견해다. 다르다는 이야기다. 오전까지 KBS 직원이다가 오후에 청와대 대변인이 된 민경욱과 달리, 김의겸은 한겨레에 사표를 내고 몇 달 뒤 청와대 대변인으로 내정되었다. 그게 큰 차이라는 그는, 이 시차를 “권력과 언론의 거리두기”로 상징적으로 해석한다. 한겨레가 앞으로 논조, 기사의 방향 등에서 거리만 잘 두면 문제는 없다며,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정치권력은 정치권력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그렇게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또 필요하면 서로의 인재를 가져가고.…너는 너 팔 흔들고. 나는 내 팔 흔들고. 그러다가 뜻이 맞으면 같이 팔 흔들고. 그러나 그 뜻을 골방에서 담합하지 않고. 그렇게 실천하는 게 투명하면서도 합리적인 사회다. 분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조중동류들, 홍준표나 안철수류들이 주장하는 말은 모두 다 구식의 프레임. 과거의 프레임. 자기들이 해먹거나 의존해온 프레임이다.

강단 학자와 현장 기자가 지닌 생각, 감각의 차이인가? 의식과 이념? 물론 페이스북에 즉흥적으로 쓴 것이기에, 생각이 충분히 정리되고 또 표현이 잘 마감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두 가지 주장은 사안에 대한 시중의 상반된 입장을 일정하게 대변·요약한다. 조중동류의 비합리적인 일방공세와 별도로, 합리적이고 진지하게 공론해 보기에 충분한, 저널리즘․저널리스트와 관련된 중요한 논쟁점을 제시하고 있다. 거칠게 이준웅 교수의 생각을 오래된 ‘원칙론’이라고 부르고, 최경영 기자가 제출한 반론을 새로운 ‘상황론’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겠다.

우선, 이 교수는 언론인과 정치권 분리의 불변원칙을 강조한다. 권력 감시를 위해서는 공적영역과 국가장치라는 둘 사이의 일정한 거리두기가 필수적이다. 그게 바로 민주공화제의 요체인 데, 이런 언론시스템과 정치시스템 사이 구조적 긴장관계 조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 저널리스트들의 자발적 의지가 중요하다. 제도 정치권의 거리 좁히기를 뿌리치고 오히려 그로부터 간격을 벌려나가는 ‘전문적 정체성’인데, ‘언론직의 기회주의’를 조장하는 김의겸 기자의 운신은 그의 개인적 능력과 무관하게 이런 윤리적 명령을 위배했다고 비판한다.

이에 반해, 최 기자는 두 시스템은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별도규칙을 갖고 있지만, 국면의 사정 혹은 주체의 역량에 따라 능동적으로 교호하고 공통적으로 교섭할 수도 있다는 생각인 듯하다. 청와대 대변인에 관해서도, 어떤 상황에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며 그 결과가 어떠할지, 개별 사례가 중요하다. 저널리스트의 정치권 진입을 무조건 거부하는 이상론 대신에, 사례별로 그 가능성과 의미를 차별화시켜 평가하자는 주장이다. 이런 현실론에 따르면, 김 기자의 기동을 ‘유착’이라는 보편 잣대를 적용해 비난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다.

자기 소신을 강한 어조로 밝힌 이준웅 교수의 페이스북은 오마이뉴스에 노출되어 몇몇 독자의 비난을 살 것이다. 중앙일보에도 크게 게재된다. 이념적 전유다. 반면, 최경영 기자 외에 대놓고 지지를 표하는 목소리는 드물다. 침묵으로 동조하는 건가? 김의겸에 대해 호의적이고, 그의 고민 많았을 선택에 관해 동정적이어서? 변화하는 정세가 유능한 저널리스트의 청와대 행, 청와대의 유려한 저널리스트 리콜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고 보기에? 정치와 언론은 더 이상 유별한 영역이 아니어서? 결국은 사람의 문제여서? 혹은, 공개적 비난이 불편해서?

2017 법조언론인클럽 신년회 겸 올해의 법조언론인상ㆍ올해의 법조인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법조언론인상을 수상한 한겨레신문 최순실 사건 특별취재팀 김의겸 선임기자(가운데)와 류이근 기자가 류희림 법조언론인클럽 회장(맨 왼쪽)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어느 쪽 생각이 맞는가? 누구의 논리가 더 타당성, 설득력을 갖는가? 누가 그것을 정리할 수 있나? 그 판단력을 대학의 학자, 현장의 기자 중 어느 누구가 갖는가? 아님, 독자들의 판단에 맡길 일인가? 그럴 충분한 대화의 조건, 논쟁의 여유가 어디 있긴 했는가? 저널리즘 원칙 규명, 저널리스트 윤리 판단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정치현실/현실정치와 겹치면서, 사상의 충돌은 더욱 극심하게 발생한다. 불변의 이론으로는 충분치 않고, 그렇다고 상황의 논리로서는 마땅치 않다. 이 애매한 현실이 해답의 발견을 더욱 긴급히 강요한다.

김의겸의 청와대 대변인 행은 바로 이런 하나의 풀리지 않은 퍼즐이다. 과연 우리는 이번 일을 통해 언론(인)과 정치(권)의 비정상적인 ‘유착’과 현실적인 교류를 구별할 최소한의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 이상적 분리의 원칙과 현실적 교환 상황 사이의 상식적 공감능력발휘를 못해낸다면, 파쟁은 불가피하다. ‘우리’가 보기엔 전혀 문제없는 게, ‘그들’이 보기엔 말도 되지 않는 가파른 대치국면인 까닭. 김의겸은 저널리스트 직역을 떠나 정치권으로 가도, 결국 우리는 언론과 국가라는 경계 그 사이 어디엔가 고스란히 고민에 봉착해 남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조금은 좀 더 속 시원할 김의겸 내정자에게 물어본다. 원칙론과 상황론 둘 다 떠나서다. 스스로 동의한 바에 비춘 질의다. 마치 자신의 미래를 내다보기나 했을까? 한겨레 ‘유레카’ 칼럼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변인 역을 맡은 윤태영에 관해 논하면서다. 대변인의 “가장 중요한 신체 기능은 ‘입’이 아니라 ‘귀’에 있었다.” 의미심장한 표현이다. ‘정권의 입’이 안 되기. 당신은 그럼 어떤 귀가 될 거죠? 어떤 것에 귀 기울이는, 새롭게 유력한 대변의 저널리스트로 변신할 수 있을까요? 그 다음은 또 무엇이 될 것인가요?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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