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을 뜨겁게 달굴 태극전사들의 윤곽이 이제 완전히 드러났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1일 오전(한국시각),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에서 본선에서 활약할 23명의 태극전사들을 확정, 발표했는데요. 2년 6개월의 길고 긴 경쟁 끝에 살아남은 선수들은 이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향해 막판 스퍼트를 벌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반적으로 기대했던 선수들이 그대로 발탁된 것이 눈에 띄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치열했던 포지션을 꼽는다면 단연 공격수였습니다. 엔트리를 발표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선수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는데요. 힘든 내부 경쟁을 이겨내고 마침내 축구 축제를 빛낼 태극전사 공격수로 이름을 올린 '5인방'의 면면을 한 번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동국(전북)

아마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을 그 이름 석 자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12년의 기다림 끝에 본선에 당당히 나설 수 있게 된 '라이언 킹' 이동국이 마침내 축구 축제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번 엔트리 발표 직전에도 오른쪽 허벅지가 좋지 않아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지만 허정무 감독은 그에게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본선 무대에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습니다.

이미 중-고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이동국은 1998년 프랑스 대회 네덜란드전에 출전해 강한 중거리슈팅으로 네덜란드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동국의 축구 인생은 순탄치 못했습니다. 잇따른 해외 진출 실패와 부상은 그의 발목을 잡았고, 부진한 경기력에 2002년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어렵게 마음을 다 잡고 2006년 대회에도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뜻하지 않은 무릎 부상이 또 한 번 발목을 잡으며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K-리그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며 명예 회복했고, 마침내 축구 축제에 나설 수 있는 기회도 얻으면서 서른 줄에 접어든 시점에서 '화려한 인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한 방을 기대해보고 있기도 한데요. 스스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마침내 꿈을 이룬 이동국의 활약을 눈여겨봐야 하겠습니다.

박주영(AS 모나코)

5년 전, '축구 천재'라는 별칭을 얻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박주영도 이번 축구 축제에 또 한 번 도전장을 내밉니다. 고교 시절부터 '초특급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날렸고, 2005년 카타르 8개국 청소년대회에서 4경기에 출전해 9골을 뽑아내며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선수가 바로 박주영이었는데요. K-리그 만장일치 신인왕, 이른 나이에 AS 모나코라는 프랑스 명문클럽에 진출했지만 아쉽게 세계 최고의 축구 축제와는 큰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바로 지난 독일 대회 때 스위스전에 선발 출장해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비난의 화살을 받은 바 있었지요.

하지만 4년의 시간동안 박주영은 꾸준히 진화하는 공격수가 됐고, 이제는 어떤 선수 앞에서도 당당하게 맞서는 영리하고 힘이 넘치는 공격 자원의 한 축이 됐습니다. 허벅지 부상 때문에 올 시즌 다소 힘들게 보내기도 했지만 이따금씩 터트려주는 골은 팀에 활력소가 되기도 했답니다. 과연 이번 대회에서 얼마나 많은 골을 넣어서 특유의 골세레모니인 '기도 세레모니'를 볼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 하겠습니다.

안정환(다롄 스더)

'반지의 제왕', '판타지스타''...화려한 수식어를 자랑하는 바로 이 선수, 안정환도 이번 대회에 출전합니다. 개인으로는 3회 연속 출전이며, 이번 대회에서도 득점을 노리고 있는데요. 한국 축구의 새로운 신화를 쓸 때마다 항상 그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전 대회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활약을 이번 남아공 대회에서도 또 한 번 보여주기를 많은 팬들은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 안정환은 화려한 수식어 뒤에 많은 시련을 겪은 선수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실력이 아닌 다른 '외적인' 이유 때문에 어느 곳 하나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그였습니다. 태극마크 역시 2008년 6월 이후에는 인연을 맺지 못했던 그였습니다. 그러나 절치부심의 노력 끝에 중국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웠고, 허정무 감독은 그의 활약상을 눈여겨보며 최종엔트리에 발탁시켰습니다. '곱상한 외모지만 경기장에서 뛸 때는 돌쇠같다'는 말을 들을 만큼 매 경기마다 늘 최선을 다 하는 안정환의 활약에 많은 사람들은 또 한 번 열광할 준비가 돼 있을 것입니다.

염기훈(수원)

'왼발의 달인'이라는 별칭이 딱 들어맞는 선수, 염기훈은 사실 얼마 전까지 엔트리 발탁이 어려웠던 선수였습니다. 2월 훈련 도중, 발등뼈를 다쳐 3개월 재활 기간이 필요하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피나는 재활 노력 끝에 30명 엔트리 발표 직전에 가진 아시아 클럽 축구 예선에서 득점에 성공하며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전담 키커를 맡을 왼발 자원임은 물론 공격진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는 염기훈은 허정무 감독이 신뢰했던 공격 자원 가운데 한 명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1998년 대회에서 하석주, 2002, 06년 대회에서 이을용의 왼발에 주목했다면 이번 대회에서는 염기훈의 왼발을 눈여겨봐야 하겠습니다. ^^

이승렬(서울)

1989년생 막내 선수, 하지만 그라운드에 서면 당돌한 플레이가 인상적인 바로 이 선수, 이승렬도 이번 대회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지난 20세 이하 청소년대회에서 18년 만의 8강에 진출한 주역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가 성인 무대에도 활약을 자신하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새기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승렬이 지난 1월, 대표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이만큼 성장할 것이라 기대했던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워낙 쟁쟁한 선배들이 많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안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특유의 패기와 자신감을 앞세워 경쟁력을 갖춰나가기 시작했고, 데뷔 3경기 만인 동아시아컵 홍콩전에서 첫 득점을 기록했습니다. 이어 일본전, 에콰도르전에서 잇따라 결승골을 터트리는 등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습니다. 경험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당당한 패기만으로 남아공의 그라운드를 휘젓고 싶어하는 이승렬의 도전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소개하고 보니 공격수 5인방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겠는데요. 바로 축구 인생에서 중요한 고비를 넘어 당당하게 축구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주역으로 우뚝 섰다는 점입니다. 역경을 딛고 이겨낸 선수들인 만큼 이번 대회에서 정말 유쾌한 플레이, 화끈한 공격력으로 많은 골을 터트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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