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가 방송되면 될수록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빠져든다. 드라마의 내용은 점점 장희빈의 일대기에 빠져들어 가고 동이의 일대기는 전혀 없다. 동이가 시작할 때 분명히 이병훈 PD의 궁중음악을 소재로 새로운 시각으로 영조의 어머니였던 숙빈 최씨를 부각시켜 대장금에 버금가는 사극드라마를 만들겠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드라마 동이에는 궁중음악의 동이가 없다. 차라리 제목을 장희빈이나 감찰궁녀 동이로 바꾸거나 인현왕후로 바꾸어도 될법하다. 그래서 이번 동이는 사실상 캐릭터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주체성이 없는 주인공이라고는 말이다.
동이는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고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조선시대 여자 셜록홈즈로 현재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인물의 중심은 동이가 아니라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스토리 라인에 맞추어 흘러가고 있다.

이 때문에 동이의 삶은 존재하질 못하고 있다. 오로지 궁중 암투에 고군분투하는 모습뿐이다. 음악을 소재로 한다고 했지만 정작 동이는 숙종이 지나갈 무렵 악기를 몇 번 다루었을 뿐 음악적 이야기는 전혀 존재하질 못하고 있다. 특히 신선함을 주었던 음변과 같은 소재는 딱 한 번뿐이었고 그 뒤로는 아예 음악적 소재는 모두 빼버렸다.

이러한 점은 대장금의 장금이 캐릭터와 동이가 비교될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장금이의 내용은 철저히 장금이 위주로 내용이 펼쳐지면서 수라간을 중심으로 그 맛과 정감 그리고 긴장감이 늘 존재하며 시청자들은 공감을 얻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동이에는 이러한 부분이 전혀 없다. 오로지 해학적인 웃음 코드만 난발할 뿐 전문적인 소재도 없고 그렇다고 독창적인 소재도 없다.
오로지 조선시대 사극에서 항상 나왔던 그러한 장면을 재구성하고 재연출을 하고 있는 것 뿐이다는 점이다. 또한, 사건이 발생이 되면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동이는 스스로 시청자들에게 답을 알려주고 그냥 자기가 문제를 풀어 내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한, 과연 저 시대의 숙빈 최씨가 동이처럼 맹랑하고 천재적인 여인이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동이에 대한 과대 포장은 너무나 심하다. 한마디도 장금이가 미각을 잃어 가며 음식의 맛을 찾으려고 온갖 고뇌와 고통 그리고 역경을 헤쳐 나가지만 동이는 모든 것이 이미 제시된 상황으로 흐르며 위험도 모두 비켜 가는 초능력의 주인공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동이의 경우 시청률을 어느 정도 올라서기는 했지만, 캐릭터가 실패작이 아닐까 한다. 숙종처럼 아예 캐릭터를 미화시키며 새로운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했다면 좀 더 픽션를 넣어 아예 동이를 음악적 이야기로 몰고 가며 그녀의 고뇌와 인생에 초점을 맞추었어야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동이는 동이라는 제목이 부끄러울 정도로 남의 인생사에 휘둘리는 모습 받게 보여주고 있지 않다.

26일 방송에서도 위기에 처한 동이는 고초 한번 겪지 않고 바로 나타난 차천수의 도움으로 살아나고 말았다. 또한, 장희재와의 독대 장면도 문제가 있었다. 자신을 죽이려고 한 인물이 장희재라는 것을 단번에 동이 스스로 간파했다는 점은 의구심이 드는 장면이었지만 그것도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동은 정말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감찰 궁녀의 배포를 뛰어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이는 아직도 자신의 이야기로 빠져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남아있다. 어느 세월에 인현왕후가 죽고 장희빈이 죽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인현왕후의 퇴장이 멀지 않았다고 하지만 장희빈을 하루아침에 몰락시켜 버리기에도 부담감이 상당히 크다. 차라리 동이의 어린 시절과 음악공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이야기의 중점을 두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동이는 숙빈에 올라서도 장희빈의 끝없는 암투에 시달려 할 일이 태산이다. 또한, 인현왕후가 폐서인이 되고 나서 동이가 숙종의 아들을 낳지만, 아들이 두 달 만에 죽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 사건은 가장 비중 있게 다루어질 가능성도 크다. 역시 이 때문에 동이는 장희빈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듯 보인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www.jstarclub.com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의 연예계와 방송에 대한 전반적인 평론을 쓰고 있으며 포투의 기사로 활동하며 대중의 입장에서 소통하려고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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