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고 장자연 씨 사건 재조사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장으로 장자연 사건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던 원민경 변호사는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방향으로 경찰 수사가 이뤄졌다며 재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민경 변호사는 27일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의 전화통화에서 2009년 장자연 사건에 대한 경찰수사에 대해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 뽑아내서 조사를 했었다면 진실이 밝혀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면죄부를 주는 방향으로 수사가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고 장자연 씨 영정(사진=연합뉴스)

'장자연 사건'은 배우 장자연 씨가 언론사 대표·대기업 회장·금융회사 관계자·PD 등 사회 유력인사들에게 술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는 내용의 친필 유서를 남기고 2009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이 유서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로 불리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그러나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유력인사들은 경찰수사 결과 모두 무혐의 처리가 되었고 당시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에게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원민경 변호사는 "이미 고인이 된 분만 아니라 주변에 많은 분들이 여기에 대해서 속속 제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참고인들에 대한 조사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경찰이)과연 수사 의지가 있었는가, 큰 의문이 들었었다"고 회상했다. 원 변호사는 "당시 경찰은 장자연 씨가 사망한지 한 달이 넘도록 피해 내용 규명은 커녕 문건 진위만 따지고 있었다"며 "굉장히 지지부진하게 수사가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토로했다. 당시 경찰은 리스트에 오른 유력인사들에 대해 이례적으로 '방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원민경 변호사는 경찰의 수사가 소극적이었던 이유에 대해 "리스트에 있는 인사들이 굉장히 유명했고, 그분들이 우리 사회 권력층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원 변호사는 "그분들은 아직도 힘이 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 "어제 장자연 씨에 대한 재수사 여부가 논의된 이후 많은 분들이 꼭 재조사돼야 한다는 열망을 강하게 드러내 주셨다"며 "그 힘을 바탕으로 조사가 이뤄진다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당사자가 사망했을 경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 원민경 변호사는 "이 사건은 당사자가 그냥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내용을 본인이 직접 쓴 친필 유서에 남기고 돌아가셨다"며 "고인이 죽음으로 말하고자 했던 연예계 불법 성착취, 성접대 피해 등에 초점을 맞춰 조사한다면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6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장자연 사건' 재수사 청원은 하루 만에 2000명을 넘었다. 검찰 과거사위는 1월 안에 '장자연 사건' 등에 대한 재수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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