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예비엔트리가 월드컵 본선을 한 달 앞둔 지난 11일, 모두 확정 발표됐습니다. 각 국마다 최상의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들을 뽑아낸 가운데, 한국이 속한 B조 역시 30명 안팎의 예비엔트리를 확정 발표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다소 의외의 선수가 발탁된 경우도 있고, 또 낙마한 경우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틀에서 이변 없이 엔트리가 나왔다는 평가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각 국의 축구 스타일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아직 23명의 최종 명단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예상한대로 각기 개성 있는 축구, 색깔 있는 축구를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돼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를 지켜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예비엔트리의 주요 키워드는 바로 '공격'입니다. 공격적인 축구, 화끈한 축구로 무장해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과시하겠다는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는 두말할 것도 없고, 메시에 이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는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빠른 스피드와 높은 골결정력, 유연한 움직임이 좋은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날카로운 패스와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아르헨티나의 공격력 향상에 큰 역할을 해내고 있는 세르히오 아구에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인터밀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공헌하며 농익은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는 디에고 밀리토까지 정말 흠잡을 데 없는 선수들이 모두 포진해 다른 3팀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반면 그리스의 주요 키워드는 '수비'입니다. 이미 유로2004를 통해 '수비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던 그리스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강한 수비 조직력으로 경쟁력 있는 팀이 되겠다는 것을 엔트리를 통해 드러내 보였습니다. 30명의 예비 명단 가운데 13명이 수비수인 것만 봐도 이는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요. 전체적으로 체격이 좋고,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본 선수들끼리 수비 조직망을 갖춰 월드컵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뜻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그리스가 '공격'과 '수비'라면 나이지리아는 '안정'을 들 수 있습니다. 지난 3월에 나이지리아 대표팀 감독에 취임한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이 성과를 내기 위해 무모한 도전보다 안정감에 무게를 두면서 기존 선수들을 활용하겠다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해외파만 30명 가운데 28명에 이를 만큼 해외파 의존도가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프리미어리거만 8명에 이르러 유럽과 아프리카 특유의 축구가 결합된 '강한 축구'를 월드컵에서 선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한국은 '신-구 조화'가 눈에 띕니다. 월드컵 예선, 남아공-스페인 전지 훈련 등을 통해 세대교체를 단행한 허정무 감독의 노력이 이번 월드컵에서 제대로 꽃피우기를 바라고 있는 듯한데요. 박지성, 안정환, 이영표, 김남일 등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멤버'들과 함께 'U-20 월드컵 8강 주역'인 구자철. 김보경, 이승렬 등 연령에 상관없이 선수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부여한 것이 눈길을 끕니다. 실력이 좋은 선수들끼리 조화를 이뤄 보다 더 힘 있고 조직적인 축구를 구사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마다 다른 장점을 내세워 월드컵 16강 토너먼트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예비엔트리. 각 대륙을 대표하는 팀들이 모인 만큼(남미,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어떤 조보다도 불꽃 튀는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서 과연 어느 팀의 장점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 최종 '위너(Winner)'가 될 것인지 재미있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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