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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찬 칼럼 "'논두렁 시계' 보도..."에 답합니다[반론 기고]
심영구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장 | 승인 2017.12.08 15:12

편집자 주= 심영구 SBS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이 전규찬 칼럼  ['논두렁 시계' 보도 진상규명 불가 결론에 대해]에 대한 반론을 보내왔습니다. 이에 미디어스는 [전규찬 칼럼]과 함께 반론을 게재합니다.

전규찬 칼럼은 '논두렁 시계 보도' SBS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예상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실패는 구조화된 일"이라며 "자체 저널리즘 시스템을 제대로 쇄신하는 실천적 약속"을 요청했습니다. 심영구 위원장은 진상조사에 참여했던 일원으로서 이 같은 지적에 '유감'을 표하며 "노사가 함께했던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은 ‘탈 진실’의 시대, 주류 매체가 신뢰 회복을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먼저 2017년 11월 1일 전규찬 교수님의 칼럼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전 교수님은 "SBS에 응답의 책임' 물으니 답하라"는 제목의 글에서 "SBS는 '논두렁 시계' 사건에 ‘응답의 책임’이 있다"며 "철저히 자체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그것만이 SBS가 사회에 책임지는 언론매체로 다시 태어나는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칼럼이 나오기 전인 10월 27일 SBS 노사는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경위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이미 합의한 바 있습니다만, 저는 전 교수님의 글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이후 언론학자와 시청자 대표, 노동조합, 기자협회가 참여한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됐고 이 조사위는 11월 2일부터 한 달여 조사를 벌여 지난 12월 4일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간 이 보도에 제기됐던 주요 의혹, 국정원이 과연 보도에 개입했는가, ‘논두렁’이라는 표현의 출처가 혹시 국정원은 아닌가를 진상조사위는 중점 조사했고 조사 결과는 “국정원의 보도 개입 사실은 확인할 수 없었다”, “논두렁 표현의 출처 또한 확인할 수 없었다”였습니다. 

전 교수님은 4일 발표된 조사 결과에 대해 7일 두 번째 칼럼 "'논두렁 시계' 보도 진상규명 불가 결론에 대해"를 쓰셨습니다. 2016년 한해 'Post Truth'라는 단어가 세계적으로 각광받았다고 시작한 이 칼럼은 "주류 뉴스 채널조차 이런 저런 공작적 언어, 조작적 정보들로 혼탁해졌다"고 규정하면서 SBS의 '논두렁 시계' 보도로 향합니다.

이어 쓰신 문장은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확인, 국정원이 개입해 벌인 것으로 확증한, 이른바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보도 공작은 그 정확한 증거가 된다"입니다. 전 교수님은 '논두렁 시계' 보도가 국정원이 개입해 벌인 공작이었고 이를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확인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진상조사위원회에서도 여러 차례 들여다봤던 국정원 개혁위의 10월 23일 발표 자료를 두고 하신 말씀 같아서 다시 찾아봤습니다.

2009년 5월 13일 SBS뉴스 '논두렁 시계' 보도 장면 (SBS뉴스 캡처)

국정원 개혁위 발표 자료의 해당 부분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동 간부의 언급 이외… 논두렁 투기 사실에 대한 언론플레이를 지시하거나 실행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고" "논두렁 투기 관련 보도 이전 국정원 전체 전산자료 및 문서 검색 결과… 논두렁 단어가 포함된 문건은 발견되지 않았음"

'동 간부의 언급'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측근인 간부가 2009년 4월 21일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고가시계 수수 건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시고"입니다.

즉, 국정원 개혁위의 발표 내용은 국정원 간부가 이인규 중수부장을 만나 저런 말을 했던 것은 확인되는데 그 외에는 언론플레이를 지시, 실행한 사실이나 관련 문서·자료를 찾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 전 중수부장이 국정원 간부에게 그 말을 들었다는 것이 곧 SBS의 보도로 이어질 순 없습니다. 전 교수님이 "SBS의 논두렁 시계 보도가 국정원이 개입한 공작"이며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확인"했다고 쓰시려면 국정원 간부의 말을 전해들은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SBS에 고가시계 수수 건, 특히 논두렁을 포함된 내용을 흘렸다는 걸 입증하셨어야 합니다. 이 전 중수부장은 "국정원이 공작했다"는 본인의 심증만 내놨을 뿐 진술을 거부하고 현재는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정원 개혁위 발표에도 없는 내용을 전 교수님은 어떻게 단정해서 쓰셨는지 의아합니다. 이 전 중수부장의 말을 신뢰할 수 없는 건 지금까지 '심증'만 내놓고 있기 때문이라는 거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전 교수님은 다음 단락에서 다시 '논두렁 시계' 보도를 "국가정보기관이 주도한 전형적 정보조작, 언론조작"이라고 규정하셨습니다. 반복되는 말씀입니다만, 이런 내용을 어떻게 단정하실 수 있는 지 의문입니다. 그리고는 "당사자가 시인한 말처럼" 인용하면서 결국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보도"였다고 확정하십니다. 이미 전 교수님은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를 하기 전부터 이런 결론을 내려놓고 계셨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SBS가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응답의 책임'을 수행하기 이전부터 말입니다.

전 교수님은 "’논두렁 시계’ 보도에 대한 국정원 개입은 확인할 수 없었다"는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대해서는 "예상 공식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비판하셨습니다. 취재기자가 취재원과 신뢰할 만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진술에 대해서는 "국정원-검찰 사이에서 오간 공작 지시의 링크가, 검찰 유력 정보원-기자 매개자 사이의 상호의존적 고리로써 완결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라고 주장하면서 "이걸로 충분한 것, 게임 끝"이라고 선언하십니다. 제 짧은 언론 경력과 지식 범위에서는 어느 언론이든 기자와 취재원과의 관계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존재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신뢰할 만한 취재원이어야 그의 말을 믿고 추가 취재에 나설 수 있는 거죠. 검찰을 담당하는 기자가 신뢰할 만한 취재원에게 들은 진술을 믿었다는 것이 어떤 생각의 경로를 거쳐야 “국정원-검찰 사이에서 오간 공작 지시”와 연결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줄곧 자본주의 체제에서 나타나는 국가권력과 언론의 부적절한 공생과 연계에 대해 비판해 오셨던 교수님의 관점을 이해하고 다시 보려 했지만 ‘논두렁 시계’ 보도와 진상조사 보고서에 대한 이번 칼럼은 단정과 비약에 기반해 스스로 만든 틀에 사건을 끼워 맞춰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SBS 목동 사옥 (사진=연합뉴스)

진상조사위원회는, 8년 전 사안을 이제서야 조사했다는 게 아쉽긴 하나 법적 권한 없는 한계 속에서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조사했습니다. 취재기자부터 보도본부장까지 면담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국정원의 개입 흔적을 찾아보려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과도 접촉했고 국정원 개혁위원회와 대검찰청에도 협조 요청을 했습니다. 진상조사위의 "국정원 개입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결론은 SBS를 감싸기 위해 조사 이전부터 정해 놓은 정답이 아닙니다. 당시 사장과 보도국장이 조사를 거부했고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아예 소재를 파악할 수 없어 조사가 어려웠습니다. 대검찰청과 국정원 개혁위는 조사에 거의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진상조사위의 결론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사는 모두 했으나 국정원 개입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인 것입니다.

'논두렁' 표현의 출처에 대해서 진상조사위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취재기자는 일관되게 최초 취재원에게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논두렁'이라는 단어를 제외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고가의 시계를 받았고 버렸다고 진술했다는 건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나 검찰, 국정원 개혁위를 통해서도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취재기자와 법조팀은 '논두렁'이든 다른 곳이든 ‘어디에 버렸냐’보다는 ‘고가의 시계를 받았고 어딘가에 버렸다’를 중요하게 봤다고 진술했고 진상조사위도 이 진술에 공감했습니다. 국정원 개혁위가 이미 국정원의 공작 흔적은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지만 진상조사위는 그래도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만큼 보도경위를 들여다본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검찰 수사기록을 볼 수 없다는 결정적인 한계에 부딪치면서 더는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이런 조사 결과 보고서 내용을 보셨다면서도 전 교수님은 이미 답이 정해져 있었다는 듯 "SBS 뉴스 시스템이 국가권력 공작정치에 말린 게 맞다"고 단언하시면서 "회사 차원의 책임을 묻고 사죄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계십니다. 교수님께서 보고서를 꼼꼼히는 읽지 않으신 것 같아 조사에 참여했던 일원으로써 유감입니다.

전 교수님은 칼럼의 마지막에 "SBS가 신경 쓸 것은 자신이 가담한 말 그대로의 치명적 보도에 관해, 그런 보도로써 시청자의 믿음을 배신하며 기레기로 전락한 데 대해 진실하게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라고 결론을 내셨습니다. "그런 저질의 뉴스가 만들어지지 못하도록 자체 저널리즘 시스템을 제대로 쇄신하는 실천적 약속"이 필요하다고도 하셨습니다.

진상조사위의 결과 보고서와는 별개로 저희 노동조합은 언론의 기본적 책무에 어긋나는 부조리한 행위들이 추후에라도 드러나면 SBS 차원의 사죄는 물론 그 이상의 책임을 당사자들에게 반드시 물을 것입니다. 지난 4일 성명에서 강제력 있는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조사를 촉구한 것도 그런 취지입니다. 진상조사위 활동에서 드러났듯 강제력 없는 조사만으로는 모든 사실을 투명하게 밝혀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 교수님의 말씀을 인용하자면, 이런 상황에서 사실로 인증되지 않은 내용을 단정해 사죄한다는 건, ‘시스템의 하부기관’으로 사실 여부에 관계 없는 정보조작에 역할을 하고 있는 행태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자체 저널리즘 시스템을 제대로 쇄신하는 실천” 물론 필요합니다. 사장 등을 구성원의 손으로 뽑는 임명동의제를 거쳐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SBS가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은 독려하고 감시할 것입니다. 하지만 ‘논두렁 시계’ 보도경위를 조사한 결과 국정원이 개입한 공작 보도로 밝혀졌기에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진상조사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100% 진상을 규명해내지 못한 능력 부족을 탓하신다면 달게 받겠습니다만, 이를 의지 박약이나 면피성 쇼라고 폄하하려는 의도가 혹시 있다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노사가 함께 했던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은 ‘탈 진실’의 시대, 주류 매체가 신뢰 회복을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보고서의 결론에 담은 “언론이 끊임없이 쏟아내는 검찰발 수사 속보와 단독 보도의 취재 관행을 돌아보는” 것도 그런 노력의 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전 교수님이 이런 노력을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보시고 지적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심영구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장  suwo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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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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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 잊지않는다 2017-12-14 16:21:13

    사과하면 어쩔건데....이미 돌아가셨는데..살려낼수 있냐 기레기야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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