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할 30명의 예비엔트리를 확정한 허정무호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신음하고, 몇몇 선수들이 부진에 빠지는 등 월드컵 본선을 한 달 가량 앞두고 오히려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가장 우려할 만 한 모습을 보인 국가대표 선수는 바로 박주영(AS 모나코)입니다. 올 시즌, 오른쪽 허벅지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던 박주영은 2일, 프랑스컵 결승전에서 120분을 모두 뛴 뒤 허벅지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3주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5주 뒤에 열릴 월드컵까지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에 완벽하게 재활만 한다면 본선에서 박주영의 활약을 볼 수는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시즌 내내 고생한 탓에 모든 경기를 풀타임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강력한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12년 만의 월드컵 본선 출전을 꿈꾸는 이동국(전북)도 부상으로 가슴 철렁한 순간을 맞이할 뻔 했습니다. 공격수 가운데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이동국은 지난 5일, 전남과의 K-리그 경기에서 오른 발목을 살짝 접질리는 부상을 입어 교체됐습니다. 다행히 정밀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최근 허벅지 뒷근육이 연속적인 피로 누적으로 좋지 않다는 최강희 전북 감독의 말도 계속 나오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진단입니다.

▲ 현재 정상적인 경기 출전이 어려운 공격 투톱, 박주영과 이동국 (사진-엑스포츠뉴스)

강력한 투톱 공격 자원들이 모두 컨디션 난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다른 선수들의 부진 그리고 경기 결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팀 부동의 주전 골키퍼, 이운재(수원)는 무실점 경기가 단 2경기에 불과할 만큼 불안정한 경기력을 보이면서 '경기력 논란'에 휩싸였고, 덩달아 같은 소속팀인 수비수 강민수의 경기력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또 한때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불렸던 이근호(주빌로 이와타)는 지난 주말 골대를 때리는 등 득점포 가동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공격수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백업 골키퍼' 정성룡(성남)도 5일 열린 서울전에서 데얀에게만 3골을 허용하는 등 4실점하며 부진했습니다.

올 겨울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유럽파들은 경기 결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성용(셀틱)은 장기 결장으로 빠른 경기력 회복을 위해 대표팀 소집일(10일)에 맞춰 일찌감치 귀국했고, 차두리(프라이부르크) 역시 허벅지 부상에서 갓 회복했지만 그 여파로 8경기 연속 결장했습니다. 박지성(맨유)은 지난 달 11일, 블랙번과의 리그 경기에서 교체 출전한 이후 4주동안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고, 이청용(볼튼) 역시 잇따른 출전으로 인한 피로 누적으로 최근에는 교체 출전해 컨디션을 조절하는 등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주력 선수들이 월드컵을 앞두고 피로가 누적되고, 정상적인 경기 소화 자체가 어렵다보니 허정무 감독의 머리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6월 12일, 그리스와의 첫 경기에 포커스를 맞춰서 보다 세심하고 완벽한 팀 운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주력 선수들의 난조는 정상적인 훈련 일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일단 허정무 감독은 최근 주력 선수들의 난조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고지대 적응, 체력, 조직력 등 다양한 방면에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서 1달 안에 얼마나 최상의 전력을 만들어낼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주축 선수들의 부진, 부상 장기화에 대응해 경쟁력 있는 백업 선수들을 키우는 것이 절실하다는 지적입니다. 부진한 선수에 동기 부여가 되고, 백업 선수들 역시 기회를 얻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며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최근 난조에 빠진 강민수를 자극시키기 위해 포항의 중앙 수비수인 황재원을 1년 여 만에 발탁시킨 것은 아주 잘 한 결정이라는 평들이 많았습니다. 멀티 플레이어인 김치우(서울), 그리고 부상에서 막 회복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부활포를 터트린 '왼발의 달인' 염기훈(수원), 월드컵 3회 연속 출전해 '노장의 힘'을 과시하겠다는 안정환(다롄 스더), 김남일(톰 톰스크)의 최근 선전과 대표팀 복귀도 팀에는 큰 활력소가 될 전망입니다. 이러한 백업 자원들이 주전급 경기력을 내고, 또 이 선수들이 조직력 면에서도 완전히 녹아들 수 있도록 코칭스태프의 유연한 팀운영이 필요한 때입니다. 덩달아서 난조에 빠진 선수들이 신속하고 완벽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세심하고 과학적인 관리도 요구됩니다.

허정무 감독은 얼마 전부터 '유쾌한 도전'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서 월드컵 무대에서 즐거운 축구를 구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부상과 부진으로 위기에 빠진 팀이 전열을 제대로 가다듬어 그토록 바라는 '유쾌한 도전'을 신나게 펼쳐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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