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며칠 전 빈관으로 찾지 못한 가족들의 장례식을 가졌었다. 그 길었던 상실의 시간을 대신 채웠을 빈관의 의미는 뭐라 말을 보탤 수 없는 침통한 심정을 우리 사회에 남겼다. 마음 같아서는 더 찾자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말을 해주고는 싶어도 차마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막막한 침묵의 의미를 미수습자 가족들은 미리 알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정부에게 세월호 수색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기로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토록 슬픈 장례식이 치러진 후 너무도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7일 세월호 선체에서 유골이 발견됐지만 해양수산부가 이를 은폐했었다는 것이다. 국방부에서 파견된 유해발굴감식단은 이 유골이 사람의 뼈라는 사실을 확인했었다고도 한다. 17일은 미수습자 5명의 시신 없는 장례식을 치르기 하루 전이다. 해수부 현장수습본부 김현태 본부장은 이와 같은 사실을 “내가 책임질 테니 유골 수습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태 부본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장 격노한 것은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곧바로 “안일한 대응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미수습자 수습은 온 국민의 염원인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을 묻고 유가족과 국민들께 한 점 의혹 없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해수부 김영춘 장관도 신속하게 사과문을 발표했으며 은폐를 지시한 김현태 본부장을 보직해임하고, 감사관실을 통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무엇보다 충격에 빠진 사람들은 5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일 수밖에 없다. 유골 은폐를 지시한 김현태 본부장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사태가 벌어진 이상 미수습자 가족들로서는 포기했던 세월호 수색에 대해서 입장을 달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해수부의 유골 은폐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최악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는 안일한 대처가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들과 더 나아가 국민 모두를 기만한 행위이며 결과적으로 정리수순에 들어간 세월호 수색을 재개할 수밖에 없게 만든 행정방해 행위라고 해야 한다.

해수부 고위 공직자 한 명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긴 세월의 노력과 인내가 모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당연히 야권의 비난도 줄을 이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로서는 유구무언이다.

세월호 떠나는 미수습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자유한국당도 수석대변인 장제원 의원을 통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장 의원은 “정부는 소문이 더 증폭되기 전에 빠른 진상규명과 국민들이 용서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은 틀리지 않았으나 과연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진상 규명에 그토록 반대하며, 망언까지 일삼았던 자유한국당이 이렇다 할 반성이나 사과도 없이 갑자기 세월호 문제에 숟가락을 얹는 것이 어색한 것은 당연하다.

세상 모두가 이번 사태에 대해서 비난을 할 상황이기는 하지만 유일하게 자유한국당만은 자격이 없다. 장제원 의원 본인은 새누리당 시절 종편에 출연해 세월호 책임을 대통령이나 정부에게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한 바도 있었다. 또한 탄핵 후 탈당 상황에서는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외면한 채 진실규명을 위한 국조특위 활동에 미온적이던 새누리당이 과연 세월호 운운할 자격이 있습니까”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새누리당에서 이름만 바꾼 자유한국당이 이제 와서 세월호 운운하는 것은 망각의 힘인지 뻔뻔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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