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대비한 30명의 축구 국가대표팀 예비 엔트리가 발표됐다.

허정무 감독이 이미 오래 전부터 언급했듯이 '깜짝 발탁'이라고 할 만한 선수들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선수 구성이며, 월드컵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과 젊은 유망주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에 발표된 예비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은 다음달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4차례의 평가전을 치르게 되고 그 결과 23명의 선수가 최종엔트리로 정해지게 된다. 하지만 최종엔트리에 탈락한 선수 가운데 2-3명은 정규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의 부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결원에 대비해 남아공 까지 함께 가게 된다. 따라서 남아공행 비행기에 오를 선수는 최대 26명 가량 되는 셈이다.

총 30명의 예비엔트리 포함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은 이름이 귀에 익은 선수들이지만 평소 K리그 경기를 많이 보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신형민이라는 이름에 '누구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신형민은 1986년생으로 지난 2006년 20세 이하(U-20) 세계 청소년선수권에 참가한 경험이 있으며 2008년 홍익대학교를 중퇴하고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지원, 1라운드 12번으로 포항 스틸러스의 지명을 받은 프로 3년차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당시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이끌던 포항은 그야말로 '미드필더 왕국'으로 신형민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데뷔 시즌 부터 당당히 팀의 주전으로 발탁되어 그라운드를 누볐고, 지금은 포항의 차세대 중원 사령관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신형민이 데뷔 시즌부터 주전으로 도약한데는 약간의 운도 따랐다.

2008년 초 포항이 터키로 전지훈련을 떠났을 당시 팀내 주전의 절반 가량이 국가대표팀에 소집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시즌 개막 후에는 주장 김기동이 부상으로 장기간 공백기를 가졌던 것이 신형민에게 신인이지만 주전으로 뛸 기회를 제공했던 것.

신형민의 장점은 일단 182cm, 76kg의 당당한 체격조건에다 투지 넘치는 수비력과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또한 상대 수비진이 예측하기 힘든 위치에서 날리는 전광석화 같은 중거리 슈팅도 날카로움과 파워를 겸비한 명품이다. 그런 신형민의 슈팅 능력은 간간이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고, 신형민을 발탁한 파리아스 감독도 그 능력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곤 했다.

일례로 신형민은 지난해 9월 대전시티즌과의 경기에서 혼자 두 골을 넣으며 팀을 패배 위기에서 건져냈는데 당시 신형민이 후반 막판 터뜨린 극적인 동점골도 중거리포였다.

경기 직후 파리아스 감독은 "신형민은 처음 봤을 때부터 그런 장점(슈팅력)을 갖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줄 것을 주문했다. 힘있고 적극적인 선수인데다 좋은 슈팅력을 갖고 있다. 대표팀에서도 그런 선수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형민이 대표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까지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형민은 올해 초 국내파들 위주로 구성된 대표팀의 남아공-유럽 전지훈련 기간중 열린 남아공 프로팀과 2연전부터 꾸준히 기용됐고, 핀란드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에 데뷔했다.

핀란드전에서 신형민은 김정우와 함께 한국의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다가 전반 35분 김보경이 김두현과 교체되자 김정우와 김두현을 뒤에서 받쳐주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 김정우와 김두현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100% 수행했다.

이때 부터 언론들도 신형민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남아공행 경쟁의 다크호스로 지목했다.

물론 신형민의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는 허정무호에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포지션이다. 기성용, 김남일, 조원희, 김정우 등 '이름값' 면에서 신형민 보다는 몇 걸음 앞서 있는 경쟁자들이 넘쳐난다. 신형민이 이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최종 엔트리에 뽑힐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

하지만 '이름값'이 문제라면 신형민이 허정무 감독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볼품없던 명지대 새내기 박지성을 올림픽 대표로 발탁,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주인공으로 나름대로 '선수 보는 눈'이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허정무 감독인 만큼 신형민이 5월중에 있을 평가전에서 제 기량만 충분히 발휘한다면 그가 최종 엔트리에 선발되는 것이 전혀 이상할 일이 없을 것이다. 이름값을 뺀 실력에서 다른 경쟁자들에 밀릴 것이 없는 그이기 때문이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이 여러 평가전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언론이나 팬들이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했던 선수가 박지성과 김남일이었다. 박지성은 말 할 필요도 없고, 김남일이 한일월드컵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를 확인한 이후에야 사람들은 히딩크 감독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무대가 신형민을 '제2의 김남일'로 재탄생 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 2010. 4. 30 작성되었습니다.

스포츠 전문 블로거, 스포츠의 순수한 열정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꾼다!
-
스포토픽 http://sportopic.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