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간의 결방 끝에 뮤직뱅크가 마침내 전파를 탔다. 30일이 용케 금요일이어서 뮤직뱅크가 4월을 통으로 비우는 일은 겨우 면했고, 컴백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민망한 컴백무대들을 쏟아냈다. 가장 최근에 컴백한 2PM은 정상적이었지만 4월 초순과 중순에 컴백한 비와 이효리의 컴백무대는 그들을 기다려온 팬의 입장에서는 여하튼 즐거운 일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묵은 컴백이고, 김이 빠질 대로 빠진 무대였다.

그러나 다소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미 결방 뮤직뱅크 K차트에서 2주 1위를 한 비를 꺾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이효리가 비는 고사하고 2PM에게도 뒤진 3위에 머문 것이다. 더군다나 2PM의 이번 성적에는 시청자 선호도와 방송횟수가 빠진 것이라 이효리의 충격은 더욱 컸을 것이다.

이효리로서는 천안함 사고를 접하고 컴백시기까지 미뤘지만 예상보다 훨씬 길어진 예능, 음악방송 결방사태가 가져온 최악의 상황에 접하고 말았다. 물론 그 와중에 비는 3주 연속 1위에 올라 기염을 토했는데, 이렇듯 같은 환경 속에서 비와 달리 이효리가 부진한 것은 의외의 결과여서 이효리 본인은 물론이고 팬들까지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효리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물론 이효리가 스타로서의 네임밸류는 상당히 높지만 실제로 가요계 경쟁에서 대단히 강한 면모를 보였던 것은 아니다. 지상파 순위프로에서 3주가 이효리의 최고성적이다. 아이돌을 능가하는 성적은 거두지 못했지만 이효리는 매번 차트 상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정규 4집은 이미 많은 지적이 있었다시피 '그녀의 취향'일 뿐 대중이 원하던 이효리와는 거리감이 존재했다.

그러다보니 자연 음반판매도 저조할 수밖에 없다. 이효리가 음반판매에 강세를 보여 온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음반이 정규앨범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활동의 반응은 음반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분명 천하무적 이효리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현상이다. 그런 가운데 비는 발라드의 한계와 스페셜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음반판매로 뮤직뱅크 3주 연속1위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이효리나 비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난 현상은 시청자 선호도가 아이돌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천안함 사고로 인한 결방사태에도 불구하고 방송횟수 점수가 기존 뮤직뱅크 상위 점수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이다. 결국 비나 이효리 모두 이번 활동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썩 좋지는 않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뮤직뱅크의 3파전이 다음주에도 이어지고, 그 결과 이미 3주 1위를 차지한 비의 경우 정상을 물려준다해도 이름값은 했다고 볼 수 있지만 만일 이효리가 또 다시 1위 자리를 놓친다면 이번 활동을 통해서 뮤직뱅크의 정상에는 영영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효리에게 무관의 위험이 엄습하고 있다.

당장 경쟁할 아이돌그룹은 2PM밖에 없고, 팬덤이 갈라진 여파로 인해 음원의 뒷심이 급속히 빠지고 있어 경쟁할 만하지만 이효리 입장에서도 음원, 음반, 선호도 어느 것도 확실하게 치고 나갈 부문이 없어 낙관할 수 없는 분위기다. 2PM의 이번주 점수에 선호도와 방송횟수가 빠진 점을 감안한다면 다음주 역시 비와 2PM의 경쟁구도가 될 가능성이 사실 높다. 천하무적 이효리의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역시나 이효리의 선택은 대중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스스로 쌓아온 이미지를 단번에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대중의 인기라는 것이 한번 내려가면 다시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효리에게 어떤 위험이 감지되고 있다. 결과론이지만 오랜 공백과 새로운 시도라는 위험요소를 감안해 정규앨범보다는 미니앨범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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