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피디수첩>이 강심장과 승승장구를 눌렀다는 것은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사 프로그램이 걸 그룹이 출연하고 다양한 스타들이 집중적으로 등장한 예능 방송을 제칠 수 있는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국민들도 진실에 배고파했다

시청률이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사 프로그램이 예능과 맞대결을 해서 이길 수 있다는 것만도 신기한 일입니다. 화요일 시간대를 장악하고 있었던 '강호동과 이승기'의 <강심장>과 '소녀시대'가 등장하는 특집까지 준비되어 있던 <승승장구>가 아닌 <피디수첩>이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피디수첩>에 집중하게 만들었을까요? 아이돌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스타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방송도 아닌 이 방송에 많은 이들이 주목한 이유는 단 하나이겠죠. 가진 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권력. 무소불위의 힘을 갖춰가는 그들의 모습 뒤에 숨겨진 권력의 허상과 가식을 낱낱이 공개한 언론의 힘이라고 봅니다.

<피디수첩-검사와 스폰서>의 내용을 보지 않아도 많은 이들은 다양한 정보들을 통해 누구나 한번쯤을 들어봤던 검사들의 문제였습니다. 다만 이를 공식화하고 직접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 것은 실제 스폰서를 해왔던 이를 통해 알 수 있었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었던 듯합니다.

삼성 비자금 파동에서도 무사하게 버텨냈던 검사와 재벌들. 그들의 비리들을 아무리 외쳐도 철저하게 함구하고 법위에 군림한 재벌들을 위한 무리한 무죄 판결은 대다수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습니다. 방송 중에도 나왔듯 "김용철도 왕따 되었는데 네가 밝힌다고 달라질 거 같으냐"라는 현직 검사의 말은 의미하는 것이 큽니다.

그들 스스로 헌법을 수호하고 '법 앞에 모든 이들은 평등해야 한다'는 기본을 망각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검사윤리강령'을 위배하면서도 접대를 공공연하게 받아들이며 이를 '인지상정'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썩어있었나 봅니다.

가장 공정해야할 법 앞에서 자신들의 안위와 출세에만 눈먼 검사들에게 국민들은 어떤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요? 미친 듯 공부해 하고자 하는 검사가 고작 비리를 무마하기 위해 벌인 술상에 좋다고 앉아서 술 마시는 일이라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술 마시고 범죄를 저지르면 감형이 되는 대한민국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인가요? 그 어느 직업군보다 폭탄주를 즐겨 마신다는(뭐 리서치 조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판검사들의 폭탄주 문화가 많이 희화화되곤 했지요) 그들이기에 동병상련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피디수첩-검사와 스폰서>에 나온 것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가난하고 힘겨워도 소신을 가지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대다수의 검사들을 위해서라도 상납에 빠진 문제의 검사들은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만 할 겁니다. 검사직 그만두면 변호사 하면 되는 세상에서 전관예우로 여전히 잘살 수 있는 그들에게 타격을 줄 수도 없겠지만 최소한 공정한 법집행을 해야 하는 위치에서 만큼은 다시는 이런 일들이 재발 할 수 없도록 강력한 조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피디수첩> 11%, <강심장> 10. 1%, <승승장구> 8.4%등 그 격차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저 과하게 소비되는 방송에서 사회를 읽고 곱씹을 수 있는 시사프로그램이 같은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을 제쳤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연예인들의 예쁜 모습과 다양한 이야기들 보다 비리로 얼룩진 우리의 자화상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여전히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작은 사례가 되겠지요. 아집으로 야권단합도 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치인들과 달리 국민들은 자유를 원하고 있습니다.

법질서를 파괴하는 일련 사건들이 지도층들에 의해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와중에서 검사들의 향응, 성상납은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보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들은 잊지 않고 바라보고 소통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깨달아야 할 겁니다.

정권을 잡자마자 언론을 통제하고 장악하려는 MB정권은 마지막 남은 MBC를 장악하기 위해 낙하산을 투여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끝났다는 자만심은 악수를 두게 만들고 다시 강력한 저항이 시작되었습니다. 보름이 넘도록 정상적인 방송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은 <피디수첩>만 정상적으로 방송했습니다.

파업 중인 그들이 제보자의 자료를 허투로 보지 않고, 신중하게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려줌으로서 방송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다시 한 번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항상 진실에 목마른 많은 이들에게 언론의 책임과 역할을 보여준 <피디수첩-검사와 스폰서>는 시청자들이 시청률로 답해주었습니다.

힘겹고 아득하지만 많은 이들은 여전히 MBC의 파업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예능 결방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보다 많은 이들은 잠시의 즐거움을 버리고 진실 된 언론을 지켜나가는 파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 올곧은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고 지속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응원합니다. 예능을 누른 시사의 힘은 언론 장악에 저항하는 이들의 의지와 다름없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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