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밀실사건이다. 물론 범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우탁의 친구인 학영은 살인 누명을 썼다. 아파트 CCTV 속 사망자의 집에 드나든 유일한 사람이 바로 학영이기 때문이다. 그 죽음은 누가 봐도 단순하고 명쾌해 보였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은 법이 아니다.

완벽해 보인 밀실사건;
우탁의 비밀 알고 있는 학영, 살인자가 아닌 억울한 누명임을 밝혀야 한다

국가대표 양궁 선수가 은퇴 후 집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집에는 피가 흥건하고 이상한 기호까지 그려져 있다. 사이코패스의 잔인한 살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명료했다. 사망자가 있고, 그 시간에 그 집을 다녀간 이는 유일하다. 인터넷 수리기사인 학영 외에는 없다.

학영은 과거 많은 잘못을 저지르며 살아왔다. 그의 아버지는 마약 중독자다. 청소년 범죄를 저질렀고, 아버지까지 마약 사범이다. 그의 말을 믿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물론 그의 어머니는 확신했다. 자신의 아들이 착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죽일 정도로 악하지 않다고 말이다.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국민들이 사랑했던 전 국가대표 양궁 선수 살인사건은 자연스럽게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범죄자는 강력한 처벌을 받아 마땅해 보였다. 더욱 사망자의 아버지는 암으로 얼마 살지도 못한다. 그런 유가족은 빠른 시간 안에 도학영이 처벌을 받기 원한다. 그렇게 이유범을 변호사로 택했다.

악랄한 범죄자들을 변호하며 명성을 쌓고 있는 이유범이 맡을 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유범의 악랄함이 사라질 수는 없는 일이다. 오직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변호 청부업자인 유범에게 이 사건은 자신의 몸 값을 더욱 높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온 국민이 주목하는 사건이니 말이다.

온 국민이 주목하는 이 사건의 담당 검사는 재찬이다. 말석임에도 이 사건을 배당받은 것은 그가 처리한 사건 때문이다.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학영을 기소해야 한다. 모든 증거는 명확하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건은 단순하지만 좀 깊이 들어가면 이상하다.

CCTV를 통해 그 집에 드나든 이는 학영이 유일하다. 사망 추정시간 유일하게 다녀간 이가 범인일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 자명하다. 하지만 그의 행동을 보면 살인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뒤통수를 강하게 가격을 당해 사망한 사건에 더 기이한 그 표식은 무얼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 더욱 그걸 그리고 유유히 사라질 정도로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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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10여 분 동안, 은퇴하기는 했지만 국가대표 선수를 제압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뒤 기이한 기호를 그리고 빠져나갈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안 되기 때문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유수경의 집을 나서며 분리수거물을 가지고 나왔다는 점이다. 살인자가 그런 행동을 할 이유는 없다.

학영의 친구인 우탁은 참고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재찬과 이런 문제들로 다투었다. 재찬은 베테랑 수사관인 최담동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혼자 옳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선배 검사들의 조언을 받아들이라는 말이었다. 도무지 해답을 찾기 어려운 사건은 함께 고민해야 할 이유가 분명했다.

독선적이지 않고 많은 이들의 생각을 모아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 재찬이 선배들에게 자신을 지켜봐 달라 부탁한 것 역시 학영의 범죄 사실을 소명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살인 용의자이지만 그 어디에서도 살인을 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

처음에는 경찰대 출신 엘리트 경찰인 우탁에게 말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두 사람은 학영이 왜 범인이 아닌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구하고 결론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이어갔다. 학영이 범인이 아니어야만 명확해지는 사건이다. 학영이 범인이라고 단정하고 사건을 파고들면 절대 그 퍼즐은 맞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학영은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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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이유범은 홍주에게 자료를 주며 학영을 범인으로 몰아가 달라 요구한다. 학영의 과거 범죄 사실과 마약 중독자 아버지에 대한 자료를 기사화하면 사건은 끝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대중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사건은 진실과 상관없이 학영이 살인자가 되어야 끝나게 된다.

유범에게 진실은 필요 없다. 그저 희생양이 필요할 뿐이다. 그 희생양으로 학영은 너무 잘 맞는다. 학창시절 범죄를 저질렀던 학영이 수경을 잔인하게 살해했다면 누구도 동정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주 역시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편견의 동물이니 말이다.

홍주를 바로잡아 준 것은 과거의 기억이었다. 아버지를 죽인 잔인한 살인마 탈영병. 그 탈영병의 형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하지만 어린 재찬은 그 역시 피해자일 뿐이라며 구하기 위해 물 속으로 들어갔다. 모든 것은 줄을 쥔 홍주의 선택에 달렸다.

홍주가 도와주지 않으면 두 사람은 살 수가 없다. 어린 홍주는 억울하고 분했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한 범인, 그 범인의 형도 미웠다. 그렇게 분풀이 하고 싶었던 사람을 살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겨우 밉다고 죽게 놔둬" 어린 재찬은 홍주에게 분노하며 선택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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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릴 것인지 죽일 것인지 말이다. 그렇게 홍주는 두 사람을 살렸다. 이름도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그 어린 아이는 바로 재찬이었다. 재찬은 자신의 생명을 구한 이를 여자가 아닌 남자 밤톨이로만 알고 있다. 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던 홍주는 그렇게 그 힘으로 두 사람을 살렸다.

너무 편한 자료가 있다. 그냥 모른 척 기사를 내보내면 특종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여론 몰이를 통해 범인을 특정하고 사건을 종료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홍주는 그 상황에서 과거의 행적으로 현재의 학영을 판단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밉다는 이유로 죽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완벽해 보이는 밀실사건이었다. 물론 CCTV 속에 드러난 학영이 범인으로 지목되었지만 그는 절대 범인이 아니다. 이석증을 앓고 있었던 유수경은 이날도 갑작스럽게 기절하며 모서리에 머리를 찧으며 쓰러졌다. 그렇게 후두부에 타격을 입은 유수경은 서서히 죽어갔다.

피가 흥건한 곳을 로봇 청소기가 지나가며 기이한 기호를 만들어냈다. 하필 그 로봇 청소기는 1층 화단으로 추락했고 착실한 어린 아이는 고물이라 생각하고 분리수거까지 했다. 그렇게 증거는 사라져 버렸다. 증거가 사라진 이상 이 사건은 밀실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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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도 재찬과 홍주의 사랑은 척척 진행되어간다.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반지까지 준비한 재찬. 그런 꿈을 꾸고 한없이 즐겁기만 했던 홍주는 갑작스럽게 재찬에게 고백을 듣게 된다. 그런 재찬에게 자신의 손가락 사이즈를 맞춘 빵끈을 끼워준다. 이게 필요할 것이라며 말이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하지만 홍주의 꿈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달콤하게 시작된 그 꿈은 악몽으로 변해버렸다. 벙거지 모자를 쓴 남자가 재찬을 찌르고 도주했다. 그렇게 피를 흘리며 쓰러진 재찬의 모습을 본 홍주가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우탁의 숨겨진 비밀은 뭘까?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는 것은 과거 사건과 연결고리다.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 경찰 우탁. 그가 사표를 써야 할 정도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과거사는 뭘까? 그의 행동으로 보면 숨겨진 범죄 사실은 아니다. 그렇다면 가족사일 수밖에 없다. 두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탈영병의 가족이라면 비밀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위기에 처한 재찬과 비밀을 품은 우탁, 그리고 억울한 희생자를 막기 위한 이들의 노력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반대편에서 평행선을 그리고 대립하고 있는 유범. 삼룡이와 유범의 대립각에서 끝날지 아니면 더 큰 사건들이 추가적으로 등장할지 기대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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